중부 집중호우...‘장마 끝=무더위’ 공식 깨져
기후위기 심화 속 극한 기후현상 자주 발생

날씨가 널 뛰는 이상기후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날씨가 널 뛰는 이상기후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수도권 등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하고 시설 등이 피해를 입었다. 해외 각지에서도 폭우와 홍수로 인명피해가 속출하는 등 이상기후 현상이 전 지구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장마가 끝나면 무더위가 온다’는 공식이 깨졌다. 7월 말 장마가 끝났다는 예보가 나온 가운데 8일과 9일 서울 등 수도권에 소나기와 집중호우가 내렸다. 지난 이틀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수도권에는 호우특보가 내려졌는데 그 사이 남부지방에서는 폭염 특보가 이어지는 등 이상기후 현상도 나타났다. 날씨가 널 뛰는 가운데 폭우 피해도 컸다.

◇ 전 세계를 흔드는 폭우와 홍수

이상기후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폭우와 홍수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반대로 폭염이 이어지는 등 극단적인 날씨 변화가 세계 곳곳에서 관찰됐다. 지난 7월 31일 CNN 보도에 따르면 국토의 80% 이상이 사막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홍수가 발생해 건물이 파손되고 도로가 마비되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국제 적십자사·적신월사 연맹(IFRC)에서 펴낸 ‘세계 재해 보고서 2020'에 따르면 (당시 기준) 최근 10년 사이 발생한 재해 중 83%는 극단적인 기온·기후와 관련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재해 발생 횟수는 지난 1990년대에 비해 약 35% 정도 증가했다.

극단적인 날씨가 이어지면서 기후 예보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상청은 최근 기후위기 심화와 극한 기후현상의 연결고리에 대해 언급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행한 업무보고 당시 “기후위기 심화가 예상되는 상황으로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극한 기상현상이 자주 나타나면서 예보 난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는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앞서 기상청은 지난 6월 올 봄 이상기후 현상을 전하면서 전 세계 각지의 폭우와 홍수 관련 현황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6시간 동안 365㎜의 폭우가 내려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했다. 4월 남아공에서는 48시간 동안 연 강수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450㎜의 폭우가 쏟아졌다. 60년만의 홍수였고 이 비로 443명이 목숨을 잃었다.

4월 초 인도에서는 북동부 지역에 뇌우를 동반한 폭우와 홍수로 2만여 대의 주택이 손상됐다. 5월에는 아프가니스탄에 폭우로 인한 홍수가 일어나 22명이 사망했다. 이어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도 폭우와 홍수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이재민 수백만 명이 발생했다. 5월 말에는 브라질 북동부에서 1주일간 폭우가 계속돼 홍수와 산사태가 일어났다. 반면 5월 21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는 폭설로 50㎝의 적설량을 기록하고 21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기도 했다.

◇ 온실가스 감축 없으면...미래에는 큰 비 더 온다?

널 뛰는 날씨가 환경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탄소배출이 우리나라 날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상청이 2018년 발표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분석’에 따르면 대기 중 수증기 증가 등으로 인해 21세기 후반기(2071~2100년) 동아시아 지역 강수량은 전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기상청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이 없으면 유역별 극한 강수량이 최대 7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탄소 배출이 현재 수준으로 이어지거나 늘어나면 홍수 발생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는 의미다.

지난 6월 기상청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는 하천 홍수발생과 관련한 유역별 극한 강수량 미래변화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를 한강과 낙동강 중심으로 26개 권역으로 구분해 100년에 한 번 나타날 법한 큰 폭우가 나타날 확률 등이 어떻게 변할지 조사한 결과다. 탄소배출이 현재와 비슷하거나 더 높아지는 고탄소 시나리오, 그리고 획기적으로 탄소배출량을 감소하는 저탄소 시나리오 둘로 나눠 조사했다.

조사 결과 미래 강수량은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더 큰 증가폭을 보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고탄소 시나리오의 경우 100년에 한 번 내릴 극한 강수량 변화율이 현재 대비 21세기 전반기 29%, 중반기에는 46%, 후반기에는 53%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전반기는 2040년까지, 중반기는 2041년부터 2060년, 후반기는 2100년까지를 뜻한다. 대권역 강수량은 현재 기준 187.1~318.4mm를 기록하고 있는데 21세기 전반기는 21.4~174.3mm, 중반기에는 56.0~334.8mm, 후반기의 경우 70.8~311.8mm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현재 대비 21세기 전, 중, 후반기 100년 빈도 극한 강수량이 각각 31%, 31%, 2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두고 기상청은 “향후 탄소중립 정책의 효과로 지구온난화 진행속도가 줄어들 수 있어 극한 강수의 감소로 인한 홍수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밝혔다.

폭우 등 이상기후를 겪으면서 일반 시민들도 최근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더 깊이 인식한고 있다. 사진은 비가 내리고 있는 서울 한 도로변의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폭우 등 이상기후를 겪으면서 일반 시민들도 최근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더 깊이 인식한고 있다. 사진은 비가 내리고 있는 서울 한 도로변의 모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시민들, 폭우 등 이상 기후에 기후위기 심각성 인식”

폭우 등 이상기후를 겪으면서 일반 시민들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더 깊이 인식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녹색연합이 지난 2020년 9월 한국갤럽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당시 녹색연합은 전국 만 14세 이상 69세 이하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약 96%의 응답자가 코로나19와 폭우 등을 겪으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당시 여론조사 응답자의 97.7%가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5.8%는 코로나19와 폭염, 폭우 등 기상이변을 겪으며 기후위기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당시 응답자들은 기후위기 심각성을 느끼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올 여름 폭우’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2020년 기준).

당시 조사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물었다. 그 결과 ‘정부’에 있다고 응답한 비율(36.9%)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기업·산업’(28.5%), ‘개인’(25.3%), ‘국회·정당’(4.6%)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정부 정책과 기업 경영방식, 개인의 실천과 국회 입법 등 다양한 분야가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당시 유새미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활동가는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내내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서 폭염, 폭우, 산불, 코로나19 등의 재난이 일어나는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겪으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시민의 인식이 높아졌음이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시민 인식에 상응하는 수준의 좀 더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상기후·홍수 등 정부 대응 계획은?

정부도 홍수나 도시침수 등 물 관련 문제, 그리고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나 기후위기 등과 관련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7월 업무보고에서 “인공지능(AI) 홍수예보(2025년), 댐-하천 디지털 복제물(트윈) 구현(2026년)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홍수 대응체계를 완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환경부는 도시침수 문제에 대해서는 ”2025년까지 침수위험 지도를 구축하고, 노후하수관 개량을 통해 땅 꺼짐(싱크홀)도 함께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4대강 보는 수질·생태·이수·치수 등 다양한 항목들을 종합적·과학적으로 분석하여 기후위기에 대응한 보의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최근 한국전력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사전 예방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기상과 전력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력수요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등 기상·전력 융합서비스 공동 연구개발에 힘쓰겠다는 취지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앞서 7월 5일 열린 ‘기후위기 복합재해 감시 및 예측 강화 공개 토론회’에서 복합재해에 대한 감시와 예측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유희동 청장은 “기후변화로 기존의 상식과 경험을 뛰어넘는 이상기후 현상이 매년 증가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복합재해에 대한 감시와 예측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적극 지원하고 학계와의 협력과 소통을 강화해 탄소중립 목표 실현에 더욱 앞장서겠다”라고 밝혔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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