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 2020년 5월 집 근처 편의점에서 1회용 비닐봉투 하나를 구매했다. 그 봉투를 1년 6개월 동안 썼다. 말 그대로 ‘마르고 닳도록’ 사용했다. 봉투가 젖었다 마르기를 여러 번 했고 닳다 못해 구석이 찢어지고 손잡이도 늘어났다. (수개월 이상 비닐봉투 사용한 얘기를 ‘제로웨이스트 도전기’ 기사에도 썼다) 그렇게 오랫동안 들고 다니다 올해 초 버렸다.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으로 쓴 건 물론 아니다. 차곡차곡 접어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집 근처에서 급히 장을 보거나 간단하게 물건을 살 때만 썼다. 비닐봉투는 가볍고 질겨서 무거운 물건을 담아도 안정적이었고 물이 묻어도 탈탈 털어 말리면 다시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래 썼더니 귀퉁이에 구멍이 났고 결국 비닐류 재활용품수거함으로 들어갔다.

또 다른 비닐봉투 하나를 가지고 다니다 얼마 전 장바구니를 하나 샀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버려진 페트병에서 실을 추출해 만든 친환경 리사이클 원단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끌렸다. 판매처에서는 페트병 9개를 재활용해 만들었다는 안내 문구를 붙여두고 있었다.

잠시 망설이긴 했다. 모든 소비는 결국 언젠가는 쓰레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지구를 위하는 친환경 소재는 없다”면서 “페트병은 페트병으로 재활용하는 게 자원순환 구조상 좋다”고 말했던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말도 생각났다. ‘친환경 제품’이라는 이유로 (대체가능한) 물건을 구매하는 게 과연 환경적인지 고민했다. 그렇지만 결국 재활용 소재 제품이 얼마나 질기고 튼튼한지도 확인해볼 겸 하나 구매했다.

장바구니를 접으면 상표 부분에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위한 재활용’이라는 영문 문구가 적혀있다. 펴봤더니 충분히 튼튼했다. 사이즈는 적당해서 집 근처에서 사용하기에 좋을 것 같았다. 당연히 일회용 비닐봉투보다 더 튼튼하고 질겨서 몇 년은 거뜬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환경템을 사용한다’는 정신적인 만족감을 위해 구매한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장바구니로 활용할 수 있는 작고 질긴 가방, 차곡차곡 접으면 가방에 들어가는 또 다른 가방이 분명 집 어딘가에는 있기 때문이다.

제품 소개를 보니 석유에서 뽑아내는 폴리에스터 재료인 나프타를 만들 때 보다 비용이 2배 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생각해 리사이클링 원단을 사용한다고 했다.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을 줄이자는 취지라고 했다. 물론 기자도 그 취지에 충분히 공감한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환경에 영향 덜 미치는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가 있는 건 환경매체 기자로서 기분 좋은 일이기도 했다.

다만, 나는 이미 또 다른 다회용품(?)을 쓰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소재가 환경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사용하는 습관이 환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집에는 일회용 비닐봉투도 있고, 무엇보다도 다회용 장바구니 역시 가지고 있다.

결국 그 장바구니는 지인에게 선물했다. ‘나도 이제 장바구니를 들고 다녀야겠다’고 말 하길래 가방에서 꺼내 ‘한 번도 안 썼다’고 말하고 줬다. 다행히 디자인을 마음에 들어했고 제품에 대해 설명했더니 만족한 눈치였다. 요즘 기자는 집에 굴러다니던 또 다른 일회용 비닐봉투를 다시 접어 가방에 넣어 다닌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다회용품을 쓰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고 가지고 있는 물건을 최대한 사용하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다. 각자의 방법대로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게 가장 좋은 일이다.

leehan@green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