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이해관계자 의견 "기업부담 크다"
계속 되는 ESG 공시 강화..."ESG 역량 키워야"

금융위원회와 회계기준원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에 'IFRS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의 국내 주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모아 '한국 측 의견서'를 제출한다. 해당 의견서에는 해당 공시 초안에 대해 기업 부담이 큰 만큼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담겼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금융위원회와 회계기준원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에 'IFRS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의 국내 주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모아 '한국 측 의견서'를 제출한다. 해당 의견서에는 해당 공시 초안에 대해 기업 부담이 큰 만큼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담겼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이 강화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일각에서는 '강화된 해외 기준이 우리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두고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내 산업계 역시 관련 행보에 더욱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 강화되는 글로벌 ESG 공시 기준...국내에 영향은?

ESG경영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데 중요한 지표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표준화된 ESG 공시기준 마련을 요구해 왔다. 이에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은 지난해 11월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이하 ISSB)'를 설립했다. ISSB는 통일된 ESG 공시기준 초안을 발표할 것을 약속했다.

IFRS는 기업의 회계처리와 재무제표에 대한 통일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마련해 공표하는 회계기준이다. 기업의 전반적인 재무보고 시스템, 회계 및 자본시장의 감독 법규, 실무 등에 대한 국제적 기준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ISSB가 마련할 ESG 공시기준은 글로벌 자본시장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SSB는 지난 3월 ‘IFRS S1 일반 요구사항’ 및 'IFRS S2 기후관련 공시‘에 대한 공개 초안을 발표했다.

해당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일반 요구사항은 기업이 투자자에게 지속가능성 관련 리스크와 정보 등을 공시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협력사에 대한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도 보고하도록 강화했으며,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양적 정보로 공시하고, 사업 모델에 미치는 단기·중기·장기의 영향 정보를 공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기후관련 공시는 기업이 투자자나 이용자에게 기후관련 위험이나 기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탄소배출량 정보를 공시할 때 스코프3 배출량까지 공시하는 등 범위를 확대했다. 스코프3은 협력업체, 물류, 제품 주기에서 발생하는 외부 탄소 배출량을 의미한다.

ISSB는 공개초안에 대해 7월 29일까지 전 세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의견 수렴 후 올해 연말까지 2개 기준에 대한 최종 기준을 공표할 계획이다.

◇ 국내 이해관계자 “기업 부담 크고 준비기간 필요해”

초안이 발표된 이후 경제계에서는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연이어 ISSB의 공개초안에 대해 ‘국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전경련은 K-ESG얼라이언스 위원사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해 7개의 종합의견과 44개 조항별 상세의견을 한국회계기준원에 전달했다. 전경련과 K-ESG얼라이언스 위원사들은 “ESG, 지속가능성 등 비재무정보를 재무정보로 변환할 경우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자, 이해관계자들에게도 불확실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도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한국회계기준원은 지난 5월 관련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국내 주요 기업과 금융사, 회계 및 법무법인, 유관기관으로 구성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자문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공개 의견 수렴 과정을 진행했다.

의견수렴 결과 국내 이해관계자들은 해당 기준이 국내 기업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며 기준 적용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지침이나 예시 제공, 공시 요구사항의 완화, 충분한 준비기간 부여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금융위·회계기준원 "7월 29일 ISSB에 한국 측 의견서 제출 예정"

금융위와 회계기준원이 마련한 한국 측 의견서에 따르면, IFR S1 일반 요구사항에 대해 기업에게 충분한 준비 시간을 주고 구체적인 지침이나 사례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ISSB는 해외 종속기업 및 사업장도 재무제표와 동일하게 정보를 공시하고 가치사슬 전반과 중요한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공시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국내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탄력적 적용과 가치사슬 범위를 일정수준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관련 공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나왔다. 산업 불문 모든 기업이 스코프3 배출량을 공시하도록 한 부분에 대한 비판이다. 국내 이해관계자들은 '비용과 효익의 균형을 고려해 중소기업의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 그리고 '해당 정보 공개가 중요한 특정 산업에만 요구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ISSB는 올해 연말까지 2개 기준에 대한 최종 기준을 공표할 계획이다. 이를 둘러싸고도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업 공시 시스템 구축 등 준비와 국가별 공시환경 정비 등의 준비시간이 필요하다 주장이다.

금융위원회와 회계기준원은 수렴된 의견을 내용으로 한 '한국 측 의견서'를 7월 29일 ISSB에 제출할 예정이다.

◇ 지속가능성연구소 "기업, 공시 기준 역량 강화 신경 써야" 

한편, 관련 규제 강화 움직임에 국내 기업들이 원활하게 적응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ISSB의 공시기준 외에도 ESG에 대한 정보공시 관련 기준을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EU는 지난해 4월 2024년부터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을 의무화할 것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유럽 내 기업들은 2024년부터 기업의 ESG 정보공개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역시 지난 3월 ‘기후변화 정보공시’를 의무화하는 규정초안을 발표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기후변화 정보공시 의무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세계 각국이 채택해 글로벌 ESG 공시기준이 될 수 있는 ISSB의 공시기준은 기존의 정보 공시기준보다 강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흐름을 지켜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김준호 전경련 ESG팀장은 “현재 ESG 관련 공시는 중복이 많은 상황”이라며 “기능적인 통합만 해도 기업들의 부담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수길 지속가능성연구소 소장은 “현재 기업의 ESG경영은 필연적인 흐름으로, ESG 공시 표준이 구축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기업들이 공시 기준에 대응하기 위한 역량 강화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 ESG를 기업부담으로 한정하지 말고 ESG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위원회는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해외 주요국의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기준 제정 및 규제 강화 움직임에 원할히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ESG 경영 및 공시 역량을 충실히 쌓아 나갈 필요가 있다. 정부도 이를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ISBB의 최종 공시기준, 해외 주요국의 동향, 산업계 등 국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ESG 공시제도 정비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hdlim@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