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공시 대응, 수소 산업 강화 위해 뭉치는 기업들
보유한 역량·경험 결집해 규제 대응 및 기회 창출 도모

임호동 기자
임호동 기자

최근 국내 기업과 산업계를 보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이윤을 위해 경쟁을 불사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협력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ESG경영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다양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서로의 역량과 노하우를 모으자는 취지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6월 27일 기후변화 공시 대응을 위해 발족한 민간 연합체 ‘한국TCFD얼라이언스’다.

TCFD는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테스크포스’로, 2015년 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가 기후 관련 재무정보의 보고를 개선하고, 증가시키기 위해 만든 국제 이니셔티브다. 기업들의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를 통해 투자자를 포함한 대내외 이해관계자들이 더욱 완전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 목표다. 일반 기업 36개, 금융기관 18개, 기타 기관 2곳 등 55개 기관이 참여해 힘을 보태기로 했다.

금융안정위원회는 지난 2017년 최초로 TCFD 권고안을 통해 기후 관련 정보에 입각한 자본할당을 지원하기 위해 ‘거버넌스, 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 등을 재무보고서를 통해 자발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이후 ESG 경영 확산에 따라 기업들의 이행 노력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공시 항목을 일부 개정·보완했다.

TCFD는 기후관련 공시의 국제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 TCFD를 의무화하고 있는 국가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국재회계기준재단(IFRS)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공개한 기후관련 공시 초안 역시 TCFD의 프레임워크를 그대로 수용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 및 기관의 대응은 이러한 추세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TCFD 준용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없는 상황이다. 법무법인 지평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TCFD 지지선언 기관은 106개지만 권고안을 연계 보고하고 있는 기관은 19개에 불과하다. TCFD를 지지하지 않는 기관을 포함해도 TCFD 연계보고 기관은 41개소에 그친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구성된 한국TCFD얼라이언스는 기후금융시스템 고도화, TCFD 대응 역량강화, 시나리오 분석 역량강화를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이와 관련한 3개 워킹그룹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워킹그룹 운영을 통해 TCFD 기반의 기후공시체계, 금융감독시스템 전반에 기후리스크 반영, 참여사간 노하우 공유, TCFD 전략 수립시 필요한 기후변화 시나리오 분석 역량 제고 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해 나갈 방침이다.

한국TCFD얼라이언스 발족을 주도해온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양춘승 상임이사는 “현재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은 기후리스크 계량화, 재무영향 추정 분석, 시나리오 분석 등 기후관련 정보공개의 기법을 파악하고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얼라이언스 출범을 기점으로 기후정보공개에 대한 서로의 지식과 경험, 정보와 지혜를 공유하고, 공생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기회를 가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협력과 시너지...지속가능 경영의 지름길 될까?

최근에도 기업들의 협력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9월 수소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출범한 민간 수소기업 협의체 ‘코라이 H2 비즈니스 서밋’(이하 서밋)이다. 지난 7월 6일 ‘2022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수소펀드 출범식과 각 회원사의 수소사업 현황과 계획 및 비전을 살펴볼 수 있는 기업설명(IR) 발표 시간을 가졌다.

현재 총 17개 수소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서밋은 미래 청정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수소경제를 활성화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도모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또한 서밋은 청정수소 생산, 연료전지 등 미래 산업을 선점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날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단연 수소펀드였다. 서밋은 이날 수소벨류체인 투자 확대를 위해 수소펀드의 출범을 대외적으로 선포했다. 수소펀드는 서밋 회원사를 비롯한 국내 기업과 외부 투자자의 출자 등을 통해 총 5000억원 규모로 조성해 약 10년간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조성된 펀드는 수소 벨류체인 인프라 구축과 수소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2022 인베스터데이에서 ‘한국수소 산업의 미래와 서밋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서밋의 사무국 딜로이트컨설팅의 최용호 파트너는 “서밋 회원사들은 협력활동을 통해 수소 유망 기술 모색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서밋 회원사들은 다양한 산업을 기반으로 한 풍부한 자원 및 경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수소 산업에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혼자 빨리 가기를 원했던 기업들은 함께 멀리 가기를 선택하고 있다. 그 길은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실현, ESG경영 실천 등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이며, 매우 도전적이고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보다는 협력이 중요한 이유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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