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섭 한국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 칼럼
“정부, 폐플라스틱 재활용 정책 정리해야”

최주섭 한국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
최주섭 한국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

지난 2018년 4월 수도권 아파트 지역에서 폐비닐 수거 거부사태가 일어났다. 재활용업체가 이물질이 많이 묻어있거나 수익이 낮은 폐비닐류를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이 쓰레기 전쟁을 걱정하자 5월 국무조정실,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등 합동으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4년이 지난 현재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폐플라스틱 발생량이 2017년 766만톤에서 2020년 1,080만톤으로 1.41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폐플라스틱 재활용실적으로 보면 발전시설과 제지업체, 기타 에너지 생산업체에서 사용하는 고형연료가 1,199천톤에서 1,620천톤으로 1.35배, 시멘트 소성로 보조열원용 858천톤에서 1,407천톤으로 1.64배 증가했다. 물질재활용량은 180만톤 내외로 파악되고 있다. 폐기물 소각처리량은 같은 기간 동안 1.05배 수준이었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과 탄소중립을 위한 순환경제 이행계획 발표, 대기업의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개선 경영 선포에 맞춰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석유화학 기업 등이 PET, PP, PE, 복합필름류 등 발생량이 많은 생활계 폐플라스틱의 회수재활용사업 진출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검토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 SKC,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현대오일뱅크, LG화학, 쌍용C&E 등이 원천기술을 보유한 외국기업과 협력사업으로 폐플라스틱 화학적재활용 사업을 검토하면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폐플라스틱 선별 및 재활용업체들을 방문GO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그들은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재활용시설을 수만 내지 수십만톤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어느 업체는 생활계 폐플라스틱 선별업체도 인수했다. 특히 시멘트 제조업체들은 유연탄 수입을 줄이고 대체 열원으로 폐합성수지 투입량을 공격적으로 늘려 2021년 195만톤, 2022년 250만톤, 2023년 350만톤까지 사용량을 늘릴 계획으로 다수의 폐플라스틱 중간재활용업체들을 인수했다.

대기업의 폐플라스틱 재활용사업 참여가 가시화되면서 거대한 자본력으로 기존업계를 인수합병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수개월 전부터 폐비닐류로 물질재활용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은 양질의 폐비닐류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기업이 재활용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면 고품질 폐플라스틱류 가격이 올라가고 물질재활용에 필요한 원재료 확보도 어려워질 것이다.

이에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은 폐플라스틱 재활용사업의 대기업 진출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며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다. 가정에서 분리배출한 폐플라스틱류는 상대적으로 재활용이 쉬워 영세업체들이 운영할 수 있고 그 양도 전체의 20%대에 불과한 만큼 대기업은 손대지 말라는 것이다.

정부는 대기업이 폐플라스틱 재활용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전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정책을 교통 정리해야 한다. 시멘트 소성로, 열병합발전 보조열원 등 에너지원으로 폐플라스틱류를 투입하는 것은 진정한 순환경제가 아니다. 수거 거부 사태를 막기 위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여 급한 불은 껐지만, 재활용은 거기서 끝이다. 고지가 종이로, 고철이 강철로, 유리가 유리병으로 되돌려지듯이 폐플라스틱도 물질 재활용제품으로 반복 재활용되어야 순환경제를 이루고, 신재 플라스틱 사용량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폐플라스틱 재활용의 우선순위는 성형제품 재활용 > 화학적 재활용 > 열적 재활용 원칙이 정해져야 한다. 가정에서 깨끗이 분리배출한 폐플라스틱류는 선별해 성형제품용으로, 이물질이 묻어있거나 섞여 있는 것과 사업장 배출 분은 화학적 재활용으로, 잔재물 등 가연성 물질은 고형연료나 시멘트 보조열원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계 폐플라스틱 수거선별시스템을 고급화해야 한다.

둘째 대기업은 중소기업 참여가 어려운 분야에 기술 및 자본 투자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한창은 전남 진도군에 설치 중인 폐어망, 폐어구 등 해양폐기물 저온열분해 자원화시설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DL케미컬은 플라스틱단일재질협회와 PE관협동조합과 MOU를 체결하여 신재와 재생원료의 적정 혼합비율을 찾아 양질의 재활용제품을 생산토록 하고 있다.

셋째 지자체는 지역에서 배출된 생활계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재활용 제품을 책임 구매해 최종 성형제품의 안정적 수요를 보장해야 한다. 경기도는 플라스틱재활용 협동조합과 음식물폐기물 분리보관 용기 생산 업무협약을 통해 최종제품을 2021년 7,700개, 2022년 16,600개 계약 체결하여 신재 플라스틱 사용을 줄였다.

넷째 국가는 농어민 등 사용자가 원하나 가격경쟁력이 낮은 물질재활용 제품의 경우 사용자에게 재활용제품 구매비를 일부 지원할 필요가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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