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법제화 되고 있는 ESG 공시 의무화
ESG를 더 강화하기 위한 방안 vs 과도한 규제

세계 각국에서 ESG 경영 강화를 위해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법제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 국내 기업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ESG 공시 의무화가 ESG 구현을 위한 규제 수단이 되선 안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세계 각국에서 ESG 경영 강화를 위해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법제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 국내 기업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ESG 공시 의무화가 ESG 구현을 위한 규제 수단이 되선 안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ESG 경영 강화를 위해 관련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제도들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기업들은 ESG 공시 의무화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공시 관련 제도가 애초 취지와는 달리 기업의 ESG 실천을 이끌기보다는 관련 규제 마련을 위한 현황파악 등에만 이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ESG 정보공개 의무화’를 제도화에도 잰걸음이 붙고 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지난 3월 31일 글로벌 통합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서인 ‘IFRS S1일반 요구사항’과 ‘IFRS S2 기후관련 공시’에 대한 공개초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투자자나 주요 정보이용자가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투자할 때 지속가능성과 기후위기 관련 위험 및 기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 속속 추진되는 'ESG 정보 공개 의무화'...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은 지난 6월 21일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 요건을 강화한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최종안에 합의했다. CSRD는 2023년부터 기업 연차보고서에 ESG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것으로, 250명 이상 및 매출액 4000만 유로 이상 기업은 상장여부와 상관없이 ESG 관련 위험 및 기회요소, 기업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공개해야 한다.

미국도 지난해 기후위기 관련 정보를 연차보고서에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기후리스크 공시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미국증권거래위원회는 연말부터 미국 내 모든 상장사에 ‘기후변화 정보공시’를 적용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관련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는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자산을 보유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를 의무화할 방침이며 2030년부터는 나머지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ESG 공시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은 ESG 공시 의무 법제화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인다. 지난해 12월 한국상장협의회가 코스피 상장사 79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ESG 정보공개 의무화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254개사)의 88.6%가 ‘환경정보·정보보호 개별 법률에서 ESG 정보 공개 의무화가 추진되는 상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 발표한 국내 20대 그룹과 주요은행 17개사에 한 설문조사 결과 역시 비슷하다. 해당 조사에 참여한 기업·은행의 73%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공시기준 적용 시기에 대해 "기업 부담 가중을 우려해 충분한 유예기간을 갖고 점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SSB의 ESG 공시기준 초안 발표와 대응방안’이라는 주제의 금융브리프를 통해 “오랜 기간 기후위기 및 탄소중립 정책 등에 대응해왔던 유럽 등의 기업에 비해 우리나리 기업들이 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대한 국내 기업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23일 한국법제연구원과 한국경제법학회의 공동학술대회에서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에 있어서 ESG 원칙과 의의’에 대한 주제발표를 진행한 조혜신 한동대 법학부 교수(한국법제연구원 유튜브 캡처)/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6월 23일 한국법제연구원과 한국경제법학회의 공동학술대회에서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에 있어서 ESG 원칙과 의의’에 대한 주제발표를 진행한 조혜신 한동대 법학부 교수(한국법제연구원 유튜브 캡처)/그린포스트코리아

◇ "ESG 공시 의무...애초 취지와 다르게 읽힐 우려 있다"

일각에서는 ESG의 공시 의무가 애초 취지와 다르게 읽힐 우려도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23일 한국법제연구원과 한국경제법학회 ESG 공시의무화에 앞서 ESG의 원칙과 의의, 각 산업·규모별 대응전략 등을 모색하기 위해 ‘신정부의 기업·산업법제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조혜신 한동대 법학부 교수는 “세계정부와 ESG이니셔티브 등은 공시 의무화를 통해 기업의 ESG경영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러나 공시의무는 경쟁당국의 경제력 집중, 억제 규제를 위한 현황파악을 위한 것으로, 그 본래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도록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조혜신 교수에 따르면 기업들은 강제성을 갖춘 공정거래법을 통해 ESG를 이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사회적 기업활동을 조성하고, 소비자보호, 균형있는 국민경제 성장 등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SG와 부합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ESG는 조화롭고 지속가능한 기업 경영을 자발적인 실천과 참여로 이뤄가자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기업의 자율적 실천과 시장 참여자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중소기업에게는 먼 나라 얘기? "지원과 전략 필요"

ESG 공시가 중소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중소기업의 ESG 지원과 함께 가이드라인 확립과 ESG 평가 및 공시기준의 통일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박사는 “ESG의 입법이 추진되면서 중소기업도 ESG 경영의 요구를 받고 있으나 중소기업은 정책 설계와 집행 등에 있어 대응역량이 대기업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최수정 박사는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더라도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높은 규제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다양한 지원이 추진되고 있지만 중소기업 ESG 대응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부를 비롯해 공공기관, 경제단체 등에서는 ESG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ESG 평가, 컬설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들도 공급망 ESG 관리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너무 다양하고 상이한 ESG 기준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최수정 박사는 “중소기업의 ESG도 공시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ESG 평가와 상이한 공시기준에 대해 국제협력을 통해 간극을 줄이고, 통일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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