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물 재활용 통해 탄소 저감·제로 웨이스트 실현
커피찌꺼기 순환자원으로 인정...다양한 업사이클링 기대
맥주박부터 한약재까지...식품 부산물 업사이클링 사례 다양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것에는 일회용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들도 환경을 오염시킨다. 예컨대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마시는 커피와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부산물이 나온다. (스타벅스 코리아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것에는 일회용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들도 환경을 오염시킨다. 예컨대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마시는 커피와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부산물이 나온다. (스타벅스 코리아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것에는 일회용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들도 환경을 오염시킨다. 식탁 위에서 먹다 남긴 음식물쓰레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들어간 원료에서부터 나오는 부산물 문제도 심각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마시는 커피와 맥주도 만드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부산물이 나온다. 커피 원두는 커피 추출에 0.2%만 사용되고 나머지 99.8%는 찌꺼기로 배출된다. 맥주 역시 양조 과정에서 곡물 찌꺼기가 발생한다. 맥주 18리터를 만들면 찌꺼기만 13리터 발생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전세계적으로 기업들이 나서서 식품 부산물 재활용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스타트업 ‘리그레인드’는 지난 2013년부터 맥주 부산물로 에너지바를 만들고 있고 영국의 ‘바이오빈’은 커피 찌꺼기를 압착해 기름은 바이오디젤로, 찌꺼기는 고체 연료인 펠릿으로 재탄생시켜 바이오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국의 ‘토스트에일’은 자투리 빵으로 맥주를 만들고 있다. 밀과 보리 등 곡물이 아닌 자투리 빵 조각을 부숴 맥아 보리를 대체한 것이다. 

이러한 부산물 업사이클링을 통한 이점은 크게 두 가지다. 부산물 처리 비용 절감과 실질적인 제로웨이스트 실현이다. 특히 식품 폐기물을 소각이나 매립하지 않고 자원으로 재활용하게 되면 탄소를 저감하고 환경오염을 막는 효과가 크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기업에서 환경보호와 탄소중립 실천의 일환으로 부산물 업사이클링을 실천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새로운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에 부합하는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ESG경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 커피찌꺼기 순환자원으로 인정...다양한 업사이클링 기대

커피 원액을 추출하고 남는 부산물인 커피찌꺼기는 올해부터 재활용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3월 15일부터 커피 전문점에서 배출되는 커피찌꺼기가 폐기물이 아닌 순환자원으로 인정되면서다.

커피찌꺼기는 그동안 생활폐기물로 취급돼 일반적으로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하는 등 재활용에 제약이 많았다. 그러나 커피찌꺼기는 식물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질소, 인산, 칼륨 등이 풍부하고 중금속 성분이 없어 병충해를 방지하고 유기질 함량이 높아 천연 비료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밖에 연필이나 데크, 건축자재 등으로도 활용도가 높다. 

실제로 CU는 지난해 원두커피를 뽑고 남는 원두 찌꺼기를 점포 앞에 설치되는 데크에 활용한 바 있으며 지난해 친환경 매장을 콘셉트로 문을 연 투썸플레이스 신촌 연세로점은 일부 공간에 매장에서 발생한 커피 찌꺼기를 배합한 도장을 사용했다. 인테리어 소재로서 커피 찌꺼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쓰레기 배출량을 줄인 것이다. 

스타벅스도 커피찌꺼기를 활용한 퇴비 제작 등 활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재활용을 진행해왔다. 2015년에 광화문D타워점을 오픈하면서 테이블, 조명 갓, 인테리어 마감재 등에 커피찌끼기를 시범적으로 활용하고 커피찌꺼기가 첨가된 식물 배양토나 꽃화분을 만들어 고객 증정용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2015년부터 현재까지 7년여간 재활용한 커피찌꺼기는 3만1000톤으로 전체 커피찌꺼기 배출량 대비 재활용률이 73%에 달한다. 

친환경 커피 퇴비 기부도 이어오고 있다. 현재까지 총 21만1500포대를 기부했으며 무게로 환산하면 4230톤에 달한다. 친환경 커피찌꺼기 퇴비로 재배한 농산물은 푸드 상품의 원재료로 사용, 다시 스타벅스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2015년부터 커피찌꺼기 퇴비로 농산물을 재배하기 시작해 이를 활용해 출시한 푸드 제품은 전체 상품의 절반이 넘는 26종에 달한다.

한편 스타벅스 코리아는 올해부터 커피찌꺼기가 순환자원으로 인정됨에 따라 지난 5월 11일 올해를 커피찌꺼기 업사이클링 원년으로 삼고 2027년까지 커피찌꺼기 재활용률 100%에 도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향후 5년 내에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기존에 커피 퇴비 등으로 제한되었던 커피찌꺼기의 활용 범위를 더 넓혀 나간다는 방침이다. 연내 커피찌꺼기를 재활용한 다양한 MD 상품도 소개할 예정이다. 

커피찌꺼기 재활용 시범 사업으로 제작한 스타벅스 광화문D타워점의 테이블. (스타벅스 코리아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커피찌꺼기 재활용 시범 사업으로 제작한 스타벅스 광화문D타워점의 테이블. (스타벅스 코리아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맥주박부터 한약재까지...식품 부산물 업사이클링 사례 다양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맥주박도 식재료이자 새로운 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맥주박은 맥주 양조 과정에서 맥아즙을 만드는 담금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과거에는 음식물쓰레기로 취급됐지만 최근에는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섬유질과 단백질, 비타민 등이 함유돼 있어 환경은 물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에 맥주 제조업체에서도 맥주박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이를테면 수제맥주기업 카브루에서는 지난해 구미호 맥주 생산 과정 중 발생하는 수제맥주 부산물을 활용한 맥주박 피자를 선보인 바 있다. 카브루에 따르면 수제맥주박은 보리 맥아 외에도 다양한 곡물들을 사용해 단백질과 식이섬유 등 영양성분이 풍부하다.  

오비맥주는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에 맥주박 업사이클링을 주제로 친환경 요리 이벤트 진행했다. 카스 맥주 제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맥주박을 업사이클링한 리너지가루와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언리미트 대체육을 활용해 피자와 나초 그란데, 스콘 등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식물성 재료에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한 식재료를 활용하면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소비자가 만든 음식 역시 카스 맥주박으로 만든 친환경 용기에 담아가도록 했다. 해당 용기는 카스맥주박과 코코넛 등 식물유래성분을 혼합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대 60%까지 줄인 것이 특징이다.

건강기능식품 기업에서도 버려지는 원료 부산물 업사이클링에 주목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ODM 기업인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 4월 농업회사법인 조이바이오와 한약재 부산물을 활용한 친환경 비료를 개발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면역기능개선 건기식 헤모힘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한약재 원료 부산물을 조이바이오에 전량 공급해 친환경 유기질 비료로 개발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콜마비앤에이치에 따르면 헤모힘은 한약재인 당귀, 천궁, 작약을 주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건기식으로 매년 약 1000톤가량의 부산물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재가공해 친환경 유기질 비료로 만들면 토양 등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고 폐기 시 발생하는 탄소를 저감하는 동시에 폐기 비용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양사는 친환경 비료 개발에 속도를 내 연내 제품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롯데제과는 가나초콜릿에 버려지는 카카오 부산물을 포장재 원료로 사용했다. 이 같은 친환경 활동으로 최근에는 친환경 패키징 프로젝트 ‘스위트 에코’로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비맥주는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에 맥주박 업사이클링을 주제로 'ECO 한끼 쿠킹클래스'를 진행했다. 카스 맥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맥주박을 업사이클링한 리너지가루를 활용했다. (오비맥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오비맥주는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에 맥주박 업사이클링을 주제로 'ECO 한끼 쿠킹클래스'를 진행했다. 카스 맥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맥주박을 업사이클링한 리너지가루를 활용했다. (오비맥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푸드 업사이클링 전문 브랜드 론칭도

CJ제일제당은 지난 4월 26일 푸드 업사이클링 사업 전문 브랜드 ‘익사이클(Excycle)’을 론칭하고 스낵 제품 ‘익사이클 바삭칩’ 2종을 선보였다. 식품 사내벤처 프로그램 ‘이노백(INNO 100)’을 통해 발굴한 아이디어를 ESG 식품 브랜드로 사업화한 것으로 눈길을 끌었다.

‘익사이클’은 ‘익사이팅(Exciting)’과 ‘푸드 업사이클(Food Upcycle)’을 조합한 용어로 ‘즐거운 업사이클 문화를 만든다’는 비전이 담겨 있다. 익사이클 바삭칩은 깨진 조각쌀과 콩 비지가 60% 함유된 고단백 영양 스낵으로 처음부터 ‘식품 부산물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기획됐다고 알려진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한 봉지에 계란 한 개 분량의 단백질과 바나나 두 개 분량의 식이섬유가 담겼다. 포장재 역시 쓰고 버린 페트병을 재활용해 친환경적 가치를 더했다. 해당 제품은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 이후 올 하반기 정식으로 유통채널에 입점될 예정이다.

한편 CJ제일제당은 지난 4월 28일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글로벌 환경·안전 인증기업 UL로부터 ‘폐기물 매립 제로(ZWTL)’ 골드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해당 인증은 기업의 자원순환 노력을 평가하는 지표로서 사업장 폐기물을 소각∙매립하지 않고 자원으로 활용하는 비율에 따라 등급을 부여한다. 

이번에 골드등급을 받은 사업장은 스팸, 햄∙소시지 등을 생산하는 충북 진천공장으로 폐기물 재활용률 99.46%를 인정받았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진천공장은 제품 생산 후 부산물로 발생한 비지 등의 활용가치를 높여 환경부로부터 순환자원 인증을 받았다. 현재 진천공장 외에도 국내 5개 사업장에서 재활용률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향후 2030년까지 국내외 전 사업장의 매립 제로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측은 “식품기업이 ‘폐기물 매립제로 인증’을 받은 것은 주목할 만한 사례”라며 “업계 특성상 부산물의 자원화, 순환자원 인증 획득, 재활용 수요처 발굴 등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SK, LG 등이 ‘폐기물 매립제로 인증’을 취득한 바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4월 26일 푸드 업사이클링 사업 전문 브랜드 ‘익사이클(Excycle)’을 론칭하고 스낵 제품 ‘익사이클 바삭칩’ 2종을 선보였다. 깨진 조각쌀과 콩 비지가 60% 함유된 고단백 영양 스낵이다. (CJ제일제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CJ제일제당은 지난 4월 26일 푸드 업사이클링 사업 전문 브랜드 ‘익사이클(Excycle)’을 론칭하고 스낵 제품 ‘익사이클 바삭칩’ 2종을 선보였다. 깨진 조각쌀과 콩 비지가 60% 함유된 영양 스낵이다. (CJ제일제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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