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가 ‘환경템’ 되려면...꾸준히 오래 사용해야

텀블러는 환경적이지만, 텀블러 여러개를 돌려쓰는 것은 환경적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브랜드는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텀블러는 환경적이지만, 텀블러 여러개를 돌려쓰는 것은 환경적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사진 속 브랜드는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기자는 2년 6개월 전에 텀블러를 끊었다. 금연이나 금주도 아니고 텀블러를, 그것도 환경경제매체 기자가 끊었다니 무슨 소리인지 의아하게 들릴 수 있겠다. 여기서 끊는다는 건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 텀블러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늦가을에도 관련 주제로 제로웨이스트 도전기를 쓴 적이 있다.

텀블러는 환경적이다. 한 개를 가지고 오래 쓰면 그렇다는 얘기다. 본지 기사로도 몇 번 다룬 적 있는데, 텀블러를 1개 생산하거나 없애는 과정에서는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 1개보다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스테인리스 등으로 만든 텀블러가 1회용 컵보다 훨씬 더 만들기 복잡하고 튼튼한 제품이어서다.

KBS가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 연구한 바에 따르면, 300ml 용량 텀블러를 매일 1번씩 사용하면 2주 만에 플라스틱컵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한다. 한 달이 지나면 종이컵 온실가스배출량보다 적어진다. 6개월 후에는 플라스틱 컵 온실가스 배출량이 텀블러의 약 12배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텀블러를 사거나 얻어놓고 사용은 안 하다면, 또는 텀블러를 수집 목적으로 여러개 사서 가지고 다니면 그것도 환경적일까? 과거의 기자는 텀블러 수집이 취미여서 계절마다, 시즌마다, 그리고 여행지 장소마다 텀블러를 사 모았다. 4년 전 이사하면서 짐정리를 한번 하느라 잔뜩 버리고 남은것만 20개가 넘었다. 그래서 새로 사지 않는다는 의미다.

◇ 생산하고 폐기되는 과정 고려한 제품 사용 습관

얼마 전 텀블러를 다시 정리했다. 오래된 플라스틱 제품은 고무 라벨이나 다른 재질 뚜껑 등을 모두 분리해 배출했고 사용하지 않는 텀블러는 원하는 지인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그리고 하나씩 돌려가며 사용할 스테인리스 텀블러 3개만 남겼다.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지만 오래 사용하려면 깨끗이 씻어 말리고 하나씩 번갈아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남겨두었다.

텀블러가 무조건 환경적이냐? 에 대한 논의는 과거에도 꾸준했다. 지난해 9월 국내 유명 카페브랜드가 재사용할 수 있는 리유저블컵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그런데 당시 환경운동연합이 이에 대해 “대부분 리유저블 컵 재질은 폴리프로필렌(PP)으로 일회용 포장재와 배달 용기로 사용하는 일반 플라스틱”이라고 지적하면서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모순된 행태”라고 주장했다.

당시 지적은 ‘다회용 텀블러’에 대한 의견이 아니라 ‘플라스틱 리유저블컵’에 대한 언급이었는데 결국 ‘최대한 오래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텀블러를 보유하기만 하고 사용하지 않는 경우라면 같은 지적이 가능하다.

텀블러를 쓰는 건 좋은 습관이다. 하지만 텀블러 하나가 일회용컵 하나보다 더 적은 탄소를 배출하려면 오랫동안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 제품을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의 탄소배출만 고려하면 텀블러가 일회용컵보다 더 까다로운 물건이어서다. 텀블러를 쓰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집에 있는 텀블러를 사용해도 된다는 얘기다. 내가 어떻게 사용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이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떤 과정을 거쳐 폐기되는지도 중요하다. 그걸 생각하지 못했던, 아니 생각하지 않았던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67회차는 텀블러를 한번 더 정리하며 거듭 반성한 얘기입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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