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투기되는 담배꽁초 문제

길거리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쓰레기 중 하나는 단연 담배꽁초라고 할 수 있다. 작고 가벼운 이 담배꽁초가 안고 있는 환경적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무단투기되는 담배꽁초가 너무 많다는 것과 이로 인해 2차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유발된다는 것이다. 

최근 본지에서는 담배꽁초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환경 문제를 지적하는 시민단체의 인터뷰와 함께 이에 대한 KT&G 측의 입장을 후속보도했다. 

수많은 시민단체들은 담배꽁초 문제와 관련해 제조사 측에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직접적인 수거활동과 함께 친환경 필터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하 쓰줍인)’의 리더 비키(활동명)는 지난 3월 본지 인터뷰를 통해 국내 최대 담배 제조사인 KT&G가 플라스틱 필터 대체 소재를 적극 개발해 제작 단계에서부터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는 한편, 직접적인 수거 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T&G 측은 “비(非)플라스틱 또는 생분해성 소재 등의 발굴과 적용을 위해 다각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종이 필터를 응용한 소재 적용을 검토하는 등 친환경 소재에 대한 개발과 탐색을 하고 있다”라며 “담배꽁초 투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국 단위의 흡연 환경 개선 사업을 확대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KT&G 측은 담배꽁초가 미치는 환경 영향을 저감해야 한다는 사회 전반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입장이었다. KT&G는 다중이용시설 흡연실 설치 사업, 휴대용 재떨이 보급 활동 등을 통해 담배꽁초 투기 문제 해결에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도 했는데, 회사 측의 언급대로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개선하려면 흡연 환경을 적극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상적으로 버려지는 담배꽁초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쓰줍인 리더 비키도 인터뷰를 통해 “쓰레기를 주우면서 가장 많이 목격하는 쓰레기는 담배꽁초”라며 “담배꽁초 쓰레기는 그 숫자로 이야기했을 때 단연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기자 역시 재작년 서울 망원지구에서 플로깅을 했을 때 가장 많이 목격했던 쓰레기가 담배꽁초였다. 당시 플로깅 체험을 기사로 쓰기도 했는데 기사에도 수많은 쓰레기 가운데 가장 많았던 건 담배꽁초였다고 썼다. “집게로 대여섯 개를 집어서 봉투에 담고 조금만 몸을 틀면 거기에도 꽁초들이 모여 있었다”라고 표현할 만큼 눈을 두는 곳마다 담배꽁초가 보였다. 

특히 수많은 담배꽁초가 모여 있던 곳은 배수구였다. 낙엽과 휴지조각, 과자봉지와 함께 수십 개에서 수백 개는 돼 보이는 담배꽁초들이 배수구 곳곳에 쌓여 있었다. 한강 바로 옆 비탈길에도 꽁초가 많았다. 비가 내리거나 물이 차오르면 그대로 강으로 바다로 흘러갈 것이 눈에 보였다. 

사실 담배꽁초는 플로깅 장소까지 갈 것도 없이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가장 흔하게 보이는 쓰레기다. 벚꽃이 만개하고 봄기운이 넘실대는 요즘도 길거리에는 벚꽃잎과 함께 하얀 담배꽁초들이 보인다.  

담배꽁초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해양 미세플라스틱 등 2차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 필터로 만들어지는 담배는 제대로 수거되지 않고 거리 곳곳에 그냥 버려지면 해양 미세플라스틱 등의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쓰줍인 리더 비키는 “환경운동연합에서 2020년 7월 한 달 동안 전국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 분석한 결과 해양 쓰레기 3천8백여 점 중 담배꽁초가 1위였고, 한국해양구조단에서 전국 해양 쓰레기 수거한 결과에서도 담배꽁초가 전체의 21%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이는 제조사 측에 직접적인 수거 활동을 요구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친환경 소재 개발이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요구되고 있다. 국내외에서 친환경 종이나 생분해성 필터 소재가 개발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업계는 친환경 필터를 개발하는 것과 이를 제품화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라는 입장이다. 친환경 필터를 제품에 어떻게 적용하고 사업화할지가 또 다른 과제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필터를 활용해 똑같은 담배 맛을 구현하고, 제품 콘셉트를 유지하고, 버려졌을 때 100% 친환경적인지를 검증하는 데까지는 또 다른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친환경 필터라고 섣불리 홍보하면 규제당국에선 흡연 조장 관점으로 볼 수 있고 실질적인 소비자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를 비롯해 지역사회와의 연대 등 고려해야 할 복합적인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담배업계에 부과되고 있는 폐기물 부담금이 실질적인 미세플라스틱 절감에 사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갑당 24.4원씩 담배업체에 부과되는 폐기물 부담금은 매년 800억 원 규모에 이른다고 알려진다. 적지 않은 폐기물 부담금이 담배 관련 쓰레기 처리를 위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담배꽁초 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해서는 제조사 차원에서의 필터 개선과 함께 정부 차원에서의 무단투기 및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보조가 필요하다. 더불어 담배꽁초 무단투기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의식 변화도 절실하다. 담배꽁초 문제는 기업과 정부 그리고 소비자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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