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정유사들, 폐플라스틱 화헉적 재활용 사업 주목
폐플라스틱 선순순환 체계 위해 지자체와 협력 강화
현대오일뱅크-삼성물산 등 이종업종간 협력도 이어져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고, 고유가 시대 대비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석유화학·정유사들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고, 고유가 시대 대비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석유화학·정유사들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석유화학업계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석유화학업계는 깨끗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던 ‘물리적 재활용’을 넘어 열분해 등을 통해 원료 상태로 되돌려 재활용하는 ‘화학적 재활용’을 위한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특히 LG화학과 SK지오센트릭 등은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폐플라스틱의 순환경제 구축에 돌입했으며, 현대오일뱅크과 삼성물산 상사부문, 금호석유화학과 Hy 등 폐플라스틱의 자원순환을 위한 이종업종간의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폐플라스틱을 줄이는 방법은 재활용

우리가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폐기물 문제를 야기하는 천덕꾸러기로 인식돼 왔다. 자연에서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대 500년까지 되는 플라스틱은 사용되는 만큼 폐기물로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 사이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배가량 증가해 총 4억 6000만t에 이르렀으며,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도 2배가량 증가해 3억 5300만t으로 추정된다.

넘쳐나는 폐플라스틱의 재활용율은 9%에 불과하다. 약 19%는 소각되고, 50%는 위생매립지에서 처분된다. 22%는 불법 매립 혹은 소각을 통해 자연에 그대로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1인가구의 증가 등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폐플라스틱 중 상태가 좋은 플라스틱을 구분해 재사용하는 ‘물리적 재활용’이다. 이 방법은 그동안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같은 제품을 같은 용도로만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하나는 ‘화학적 재활용’이다.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해 원료 상태로 되돌린 뒤 다른 플라스틱으로 재생산하는 것이다. 폐플라스틱을 원료 형태로 되돌려 어떤 형태, 어떤 용도로든 다시 생산할 수 있는 해당 기술은 지속가능한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는 핵심기술로 전망된다. 이에 플라스틱을 생산능력을 갖춘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방법이다.

특히 고유가 시대로 인해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이 새로 생산하는 것보다 저렴해지면서 해당 기업들은 화학적 재활용 체계를 구축해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과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생산 및 재활용으로 미래시장을 노린다는 방침이다.

폐플라스틱의 선별 수집부터 활용까지의 폐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해 지자체와 손을 잡고 있는 석유화학사. 사진은 LG화학과 시흥시, 시흥도시공사가 체결한 '폐자원 재활용을 통한 자원순환 체계 구축 업무협약'(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폐플라스틱의 선별 수집부터 활용까지의 폐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해 지자체와 손을 잡고 있는 석유화학사. 사진은 LG화학과 시흥시, 시흥도시공사가 체결한 '폐자원 재활용을 통한 자원순환 체계 구축 업무협약'(LG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플라스틱 자원순환을 위해 협력하는 기업과 지자체

최근 석유화학사들은 폐플라스틱 열분해 공장 설립, 도시유전 사업 본격화 등을 선언하며 폐플라스틱 자원순환 사업에 돌입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의지와 달리 난항은 존재한다. 그것도 폐플라스틱 자원순환의 첫 번째 단계인 ‘폐플라스틱 수집’ 단계부터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물질이 없고 상태가 깨끗한 폐플라스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주로 중소업체들이 폐플라스틱을 수집하고 선별하는 현재 상황에서 상태가 좋은 폐플라스틱 수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석유화학사는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해답을 찾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3월 31일 시흥시, 시흥도시공사와 ‘폐자원 재활용을 통한 자원순환 체계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은 폐플라스틱 자원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이다.

LG화학은 국내 최초로 2024년까지 충남 당진에 연 2만t 규모의 초임계 열분해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고온·고압의 초임계 수증기로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나프타를 추출, 이를 다시 플라스틱 생산 공정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LG화학과 시흥도시공사는 현재 운영 중인 생활 폐기물 선별장을 활용해 2023년까지 폐기물 선별 공정 고도화를 위한 연구 개발을 진행한다. 시흥시는 자원순환촉진 및 재활용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시민 홍보, 교육 및 정책 수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LG화학은 초임계 열분해 공장 등을 활용한 폐자원 재활용 및 순환 경제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소각 및 매립하는 폐자원을 재활용한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친환경 화학기업으로 전환을 목표로 플라스틱 화확적 재활용을 이행하고 있는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 미국 브라이트마크,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 등과 협력하며, 플라스틱 선순환 경제 구축을 도모하고 있는 SK지오센트릭도 지난 1월 화성시와 친환경 소셜벤처 수퍼빈과 플라스틱 순환체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3개 기관은 분리배출이 상대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일반 주거단지, 단독주택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수거 스테이션을 구축할 계획이다. 화성시는 친환경 수거 스테이션 구축에 필요한 인허가 및 행정지도를 지원하고, 수퍼빈은 수거 스테이션에 적용한 로봇 ‘네프론’의 제작과 운영을 담당한다. 네프론은 페트병과 캔 등을 자동으로 선별 처리하는 친환경 로봇이다. SK지오센트릭은 자원 회수 로봇이 수거하지 못하는 폐플라스틱 등을 화학적·물리적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한 친환경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 검토를 위한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 서명식'을 가진 현대오일뱅크와 삼성물산 상사부문(현대오일뱅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한 친환경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 검토를 위한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 서명식'을 가진 현대오일뱅크와 삼성물산 상사부문(현대오일뱅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폐플라스틱 재활용 위한 이종업종간의 동맹도 이어져

이처럼 폐플라스틱의 자원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협력은 이종업종 간에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지난 4월 5일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 검토를 위한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 서명식’을 가졌다. 이번 양해각서는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한 친환경 순환경제 구축 사업 검토 등 친환경 신사업 추진을 위해 마련됐다.

이번 협력을 통해 양사는 폐플라스틱의 원료로 생산한 친환경 화학제품의 해외 상권 개발을 위한 마케팅과 판매 전략 수립, 인프라 구축 등에 협력할 방침이다. 또한 국내외 친환경 정책과 업계 동향을 공유하며 대응 방안 수립에도 협력할 방침이다.

특히 폐플라스틱 기반의 저탄소 열분해유를 활용해 친환경 나프타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화학 소재로 재생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이번 협약을 통해 친환경 화학 소재생산을 맡을 예정이며, 삼성물산은 친환경 화학제품의 주요 시장인 유럽과 미구 등의 신규 고객사를 발굴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분야와 친환경 사업 강화를 위한 협약으로, 서로 다른 분야에서 최고 역량을 갖춘 두 회사의 협력으로 친환경 저탄소 산업 생태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대오일뱅크는 폐플라스틱 자원순환 외에도 CCU(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기술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유용자원으로 활용하는 등 기업의 친환경 의무를 이행함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지난 3월 21일 금호석유화학은 hy(옛 한국야쿠르트)와 ‘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금호석유화학은 hy가 생산하는 폐플라스틱 음료용기를 합성수지 제품의 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hy는 고객이 사용한 용기와 제품 생산 단계에서 발생한 불량 용기를 수거·선별해 제공할 예정이다. 연간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규모는 200t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는 "양사가 효율적 자원 활용을 통한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점을 환영하며, 금호석유화학은 앞으로도 적극적인 ESG 정책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진 hy 대표이사도 “환경과 후세대를 위한 탄소 중립 방침에 적극 공감하며 금호석유화학과의 협력적 관계를 통해 자원 선순환 시스템 구축에 힘쓰겠다”며 “hy는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경영 방침이나 목표가 이윤 창출에만 집중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매출을 위해서라면 환경·사회 문제를 등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절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됐습니다. 기업들은 이익에만 몰두하던 기억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하고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활동으로 경영 목표를 전환하고 있습니다.

그 시작점은 최근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되고 있는 ‘ESG 경영’입니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nance)를 강조하는 ESG 경영은 세 가지 항목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지속가능한 경영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ESG가 국제사회에서 강조되면서 국내 기업·기관들도 ESG 혁신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기업·기관 내 ESG 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업 내부 계열사 간의 혁신은 물론 관련 기업이나 경쟁사간의 협업까지 도모하며 ESG 경영을 시도합니다.

ESG 경영 혁신을 위해 치열한 경쟁보다 따듯한 협력을 선택한 기업·기관을 소개합니다. ESG를 위해 힘을 모으는 기업·기관들은 누구고 그들이 어떤 시너지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 소개합니다. 이번 순서는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을 기반으로 하는 자원순환체계 구축을 위해 협력하고 있는 석유화학 및 정유 기업의 사례입니다. [편집자 주]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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