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영향 최소화...지속가능한 식품에 대한 관심 커져
비건 식품은 맛없다? 편견 없애는 데 집중하는 스타트업
메가 트렌드 식물성 식품...K-푸드 세계화 동력으로 육성
한국식 대체육 개발에 박차...비건 식품 사업 강화

환경, 건강,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식을 지향하는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사진은 브라잇밸리에서 출시한 플랜트 함박 앤 파스트 밀박스. (브라잇앨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환경, 건강,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식을 지향하는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사진은 브라잇밸리에서 출시한 플랜트 함박 앤 파스트 밀박스. (브라잇앨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국내 채식 인구 250만 명 시대다. 환경, 건강,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식을 지향하는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여기에 때때로 채식을 하는 간헐적 채식주의자인 플렉시테리언도 증가하는 추세라 관련 시장이 매년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육류 제조·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면에서 비건 식품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건 식품 산업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5년 4조 2400억 원이었던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23년 7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대체육이 2030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해 기존 육류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 환경 영향 최소화...지속가능한 식품에 대한 관심 커져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과 개인의 신념에 따른 소비를 지향하는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지속가능한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소비자의 지속가능한 식습관을 돕고 생산이나 유통 단계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인 식물성 대체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흔히 식물성 대체육이라고도 불리는 식물성 단백질은 콩과 밀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에 식이섬유, 식물성 오일 등을 더해 고기처럼 쫄깃한 식감과 촉촉함을 더한 대체식품이다. 식물성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맛있어야 하고 강렬한 맛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아 최근에는 맛에 방점을 찍고 있는 제품들이 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이 발표한 대체육 시장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대체육 시장은 전년보다 33.4% 늘어난 규모로 국내 대체육 시장 역시 성장기에 진입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기존 대두 단백질 외에 새로운 식물성 단백질 원료 개발과 이를 활용한 제품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를 론칭한 CJ제일제당은 최근 식물성 만두 제품을 K-푸드 세계화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CJ제일제당은 해당 제품의 성장 가능성을 밝게 전망했는데 식물성 육류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지난 4년 사이 약 70% 확대됐고 앞으로도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인구의 12%가 채식주의자인 호주의 경우 대체 육류 시장이 2030년 약 2조 700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제품을 만드는 곳에서도 채식을 키워드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기업들은 비건 제품 확대를 통해 기업의 ESG경영을 실천하고 더불어 소비자의 가치소비를 충족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품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 비건 식품 사업에 어떻게 시동을 걸고 있는지 살펴봤다. 

◇ 비건 식품은 맛없다? 편견 없애는 데 집중하는 스타트업

다양한 식물성 대체육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푸드 스타트업에서는 ‘비건 식품은 맛없다’는 통념을 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진짜 고기와 구분이 가지 않는 맛으로 채식인은 물론 평소 고기를 즐겨 먹는 일반인과 간헐적 채식주의자, 즉 플렉시테리언까지 만족시키는 것이 목표다.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후 식물성 푸드기업을 세우고 식물성 식품 사업에 뛰어든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은 최근 “틈새시장이나 제품 출시에 의미를 뒀던 1세대 대체육 기업과 달리, 맛과 품질로 일반 식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2세대 비건 기업들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가니카는 국내 최초 비가열 살균공정을 적용한 저스트주스, 천연 식물성 단백질 셰이크 등 클린푸드를 선보여 왔다. 자회사인 대체육 간편식 스타트업인 브라잇벨리에서는 지난해 스타벅스를 통해 처음 선보인 ‘플랜트 함박&파스타’ 밀박스와 냉동간편식 형태로 출시한 ‘플랜트 함박’ 시리즈로 누적 판매량 50만 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브라잇벨리에서는 함박 스테이크 외에 마파두부, 유니짜장면, 플랜트볼 파스타 등 다양한 대체육 제품을 스타벅스, 커피빈, 세븐일레븐, 한국야쿠르트, 마켓컬리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판매 중이다. 특히 플랜트 왕교자는 출시 8주만에 1만7000봉 이상 판매된 바 있다. 

지난 3월 22일에는 브라잇벨리가 자체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과 식물성 모짜렐라치즈, 식물성 마요네즈 등 식물성 기반 원재료를 사용해 만든 ‘라자냐&베지터블 밀박스’를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출시했다. 285kcal의 저열량에 트렌스 지방과 콜레스테롤 햠량 제로로 영국비건협회 인증을 획득한 제품이다. 

‘비건 제품’을 상장을 위한 성장 동력으로 꼽는 푸드테크 스타트업도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인테이크는 비건 식품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지난 2월 열린 제5회 비건페스타에 참가, 비건 패티, 식물성 대체란과 함께 대체육 기반 간편식과 베지볼, 비건만두, 팔라펠, 후무스와 식물성 대체유로 만든 소이밀크 오리지널과 서리태를 선보였다. 

인테이크에 따르면 중동의 비건 미트볼이라 불리는 팔라펠에는 병아리콩이 65% 함유돼 있고 비건만두에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1일 권장 단백질 섭취량의 약 18%가 함유돼 있다. 특히 팔라펠는 마켓컬리에서 제품 후기가 2000이 넘을 정도로 소비자 평이 좋다. 

2013년 설립된 인테이크는 대체식품을 만드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으로 최근 대체식품에서 비건식품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현재 동물성 식단을 대체하는 비건 전문 브랜드인 ‘이노센트’를 통해 다양한 비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녹엽 인테이크 대표는 “앞으로 즉석에서 섭취할 수 있거나 즉석 조리할 수 있는 형태의 비건 제품 개발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푸드테크 스타트업 중 인테이크가 상장기업 1호가 될 수 있도록 할 성장 동력은 비건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 메가 트렌드 식물성 식품...K-푸드 세계화 동력으로 육성

제조사들은 소비자가 더 쉽게 비건 제품을 즐길 수 있도록 대체육의 문턱을 낮추는 한편 K-푸드 글로벌 영토 확장의 중심으로 채식 식품을 옮겨오고 있다. 사진은 비비고 플랜테이블 왕교자 수출제품. (CJ제일제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제조사들은 소비자가 더 쉽게 비건 제품을 즐길 수 있도록 대체육의 문턱을 낮추는 한편 K-푸드 글로벌 영토 확장의 중심으로 채식 식품을 옮겨오고 있다. 사진은 비비고 플랜테이블 왕교자 수출제품. (CJ제일제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제조사들은 소비자가 더 쉽게 비건 제품을 즐길 수 있도록 대체육의 문턱을 낮추는 한편 K-푸드 글로벌 영토 확장의 중심으로 채식 식품을 옮겨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메가 트렌드로 떠오른 식물성 식품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중이다. 비건 인증을 받은 100% 식물성 비비고 만두 ‘비비고 플랜테이블 왕교자’를 선보인 지 두 달여 만에 수출국을 10개국으로 확대하며 발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육류 성분이 포함돼 만두를 즐길 수 없었던 이슬람 국가의 바이어들도 잇따라 비비고 플랜테이블 제품 입점을 요청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출시 두 달 여 만에 28만 봉 이상 판매되며 목표치를 웃돌았다. 

‘플랜테이블’은 CJ제일제당이 선보인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로 Plant(식물)와 Table(식탁)의 합성어다. 플렉시테리언까지 고려해 제품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만두 외에 대표 K-푸드인 떡갈비∙주먹밥 제품 라인업을 늘리고 맛 품질을 더욱 업그레이드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 측은 비비고 플랜테이블 왕교자에 대해 “고기 만두 제품과 견주어 제품의 맛 품질이 손색이 없다는 고객들의 호평이 이어졌다”고 전하며 “비비고 플랜테이블 왕교자를 K-푸드 세계화 및 글로벌 핵심 전략제품인 만두 대형화의 새로운 동력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 사업을 본격 추진하며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농심은 오는 5월 말 잠실 롯데월드몰에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 오픈을 앞두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비건 시장의 성장과 함께 비건 레스토랑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베지가든 레스토랑이 소비자들에게 비건 푸드에 대해 차별화된 맛과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맛있고 품질 좋은 메뉴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라고 말했다. 

◇ 한국식 대체육 개발에 박차...비건 식품 사업 강화

지난해 ‘식물성 지향 식품 선도 기업’을 선언한 풀무원은 한국식 대체육 개발을 위해 다각도로 협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식음료 원료 개발 기업인 IFF 한국법인 다니스코 뉴트리션앤드바이오싸이언스와 식물성 단백 소재 활용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인그리디언 코리아와 각각 업무협약을 맺고 자체 식물성조직단백(TVP) 원료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밖에 패스트푸드 체인, 커피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국내 유통 채널에 식물성 대체육을 공급하고 식물성 원료로 만든 식물성 직화불고기를 선보이는 등 식물성 대체육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상윤 풀무원기술원 원장은 “식물성대체육 제품 원료인 TVP 제조 기술력을 높이고 제품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해 풀무원이 국내 대체육 산업을 리딩하도록 힘쓰겠다”고 전한 바 있다. 

현대그린푸드도 비건 식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고객 반응도 좋다. 현대그린푸드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그리팅몰을 통해 판매 중인 비건 식빵, 비건 마요네즈, 비건 마시멜로우 등이 매출 목표를 50% 초과 달성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비건 간편식과 비건 식단 등을 개발하고 상품 판매 채널도 확대한다는 계획이이다. 

이헌상 현대그린푸드 상품본부장은 “최근 기존 비건 뿐만 아니라 개인 건강을 생각해 간헐적 채식을 즐기는 플렉시테리언이 늘어나는 등 비건 식품 사업의 성장성은 높다고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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