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평균 수명 3개월...패션산업계의 반환경적 단면
상상 초월하는 해양폐기물 문제...해양 오염 문제 제품에 담아
새활용 제품은 비싸다?...가격 뛰어넘는 구매 이유 제공해야
패션은 해양쓰레기 문제 알리는 수단...패션 존재 이유 고민할 때

폐어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임소현 컷더트래쉬 대표. 임 대표는 0.1%라도 유의미하게 해양쓰레기와 해양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패션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컷더트래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폐어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임소현 컷더트래쉬 대표. 임 대표는 0.1%라도 유의미하게 해양쓰레기와 해양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패션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컷더트래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컷더트래쉬는 바다의 골칫덩어리 폐어구를 업사이클링하는 스타트업이다.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임소현 컷더트래쉬 대표는 공부를 하면서 의류의 평균 수명이 3개월이라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저 패션이 좋아서 좇았던 꿈이 안고 있는 현실의 민낯은 상상을 초월했다. 

대량의 에너지와 물, 화학약품을 사용해서 만들어지는 옷은 공정 과정에서 수질오염과 해양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킨다. 옷으로 인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해양쓰레기 문제는 심각했다. 예컨대 폐어망은 수질 오염뿐만 아니라 선박 사고를 일으키고 유령어업을 하며 많은 해양생물, 심지어 다이버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는 이러한 배경을 알고 폐어구를 활용한 패션 의류를 만들기로 했다. 0.1%라도 유의미하게 해양쓰레기와 해양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패션기업을 만들고 싶었고 패션을 수단으로 다양한 바다 문제를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폐어구 확보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환경적 가치와 기업 이윤을 같이 고려하며 사업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임 대표가 해양쓰레기를 재단해 패션에 접근하는 것은, 새활용·친환경 원단·생분해 원단 등을 사용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인간이 살 터전을 지켜야 사랑하는 패션도 지킬 수 있어서다. 아래는 ‘신제품이 아닌 신결합 제품을 제작하는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꿈꾸는 그와 나눈 문답이다. 

◇  의류 평균 수명 3개월...패션산업계의 반환경적 단면

Q 컷더트래쉬는 ‘바다를 위해 쓰레기를 디자인하다’라는 슬로건으로 런칭했습니다.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패션 관련 공부를 오래하면서 패션산업이 환경에 주는 악영향을 깨달았습니다. 중국 유학을 할 때 환경다큐를 연이어 보면서 제품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환경에 무해할 수는 없겠지만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첫 비즈니스 모델이 버려지는 의류를 재활용하고 리폼해 판매하는 업사이클 공방입니다. 그러나 리폼을 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부분이 버려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결국 더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사회적경제 관련 수업과 컨설팅에 참여하면서 현재 국내에서 일어나는 환경 문제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주 심각하지만 육상쓰레기에 비해 주목 받지 못하는 해양쓰레기 문제를 패션에 접목해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 미션을 정립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021년 6월 현재 브랜드인 컷더트래쉬를 런칭했습니다.

Q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현장에서 바라본 패션산업계의 충격적인 반환경적인 모습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7년간 패션디자인과 패션산업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졸업 프로젝트로 버려지는 의류와 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내용을 진행했고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한 학기 동안 패션산업계의 반환경적 모습을 마주했습니다. 가장 충격이 컸던 건 의류의 평균 수명이 3개월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으로 패스트 패션이 생겨났고 이로 인해서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옷을 저렴하고 손쉽게 소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한 번 입고 입지 않는 옷, 심지어 구매 후 포장도 벗기지 않고 옷장에서 방치되는 옷이 많아졌습니다. 

실제로 버려진 옷을 업사이클하는 첫 사업을 하기 위해 방문한 구제옷 창고에는 정말 낡아서 버려진 옷은 거의 없었습니다. 새 것 같은 모습으로 버려지는 패션 의류는 제작 과정에서 대량의 에너지, 용수, 화학약품 등을 사용해 수질오염, 해양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킵니다. 극단적인 예로 청바지 한 벌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가공까지 1만 리터의 물이 사용됩니다. 이는 한 사람이 3.7년 동안 마시는 물의 양과 같다고 합니다. 패션산업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물 사용이 많은 산업으로 물 소비의 20%를 차지합니다. 

수질오염뿐만 아니라 폐기되는 의류 문제도 심각합니다. 과거에는 제3국으로 수출되었지만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버려지는 옷이 많다 보니 폐기되는 경우가 많은데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의류는 분해가 잘 되지 않아 토양을 오염시킵니다. 수많은 명품과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브랜드 이미지 손실을 우려해 재고를 대부분 소각 처리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대기오염이 발생합니다. 그냥 패션이 좋아 시작된 제 꿈이 결과적으로 많은 생명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면 저에게도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마주하고 굉장히 충격을 받고 잠시 꿈을 잃은 채 방황하기도 했어요. 

◇ 상상 초월하는 해양폐기물 문제...해양 오염 문제 제품에 담아

컷더트래쉬는 바다의 골칫덩어리 폐어구를 업사이클링하고 있다. (컷더트래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컷더트래쉬는 바다의 골칫덩어리 폐어구를 업사이클링하고 있다. (컷더트래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Q 수많은 쓰레기 중 특별히 해양쓰레기 문제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를 내가 잘하는 분야로 해결하고 싶다는 막연한 자신감에서 시작됐던 것 같습니다. 제가 자료 조사를 할 당시에 이미 해외 선진사례에서는 폐어망, 폐플라스틱 등  해양쓰레기를 자원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나 국내에서는 그러한 시도조차 전무했어요. 해양쓰레기 문제는 상상을 초월해요. 특히 폐어망은 수질 오염뿐만 아니라 선박 사고를 일으키고 유령어업을 하며 많은 해양생물, 심지어 다이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해요. 

저는 바다를 굉장히 애정하는 사람입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제주도 출신이어서 어렸을 적부터 자주 제주도 바다를 보면서 자랐습니다. 저는 우울할 때면 바다에 가서 파도 소리에 위로 받는 사람으로 컸습니다. 우리가 지금 간직한 기억 속 아름다운 바다가 다음 세대에게는 죽음의 바다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한 이 상황을 조금이라도 깨고 싶었어요. 저희 제품을 구매하거나 착용하는 많은 분들이 바다 오염 문제를 마음에 새기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해양쓰레기와 해양 문제를 담은 제품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컷더트래쉬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원자재인 폐어구를 확보해 제품화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폐어구 확보가 가장 큰 난제였어요. 문제라고는 하지만 구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정말 이게 문제가 맞나 생각될 정도였어요. 100곳이 넘는 어구 공장, 해양폐기물 업체에 전화하면서 폐어구를 수색했어요. 그 중 버려지는 자투리 어구로 제품을 제작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여수광양항만공사로부터 폐어구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확보된 폐어구는 세척이 잘 되도록 ‘사용이 가능한 부분’을 재단하고 깨끗하게 물세척한 후 디자인에 맞게 제품으로 제작합니다.

Q 폐어구는 가방으로, 폐돛은 생활소품으로, 폐플라스틱은 의류로 업사이클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컷더트래쉬에서 출시하고 있는 모든 제품에 해양폐기물이 원자재로 적용되고 있는 건가요?

해양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와 기관을 후원하는 제품 라인 일부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해양폐기물을 원자재로 제품을 제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품화 단계에서는 사명이자 소셜 미션인 ‘바다를 위해 해양쓰레기를 디자인하다’를 항상 마음 속에 새깁니다. 저희의 목표는 0.1%라도 유의미하게 해양쓰레기와 해양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Q 폐어구를 업사이클링해 제품화하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보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떠한 성과와 어려움이 있었나요?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폐어구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폐어구 문제가 심각하고 꼭 해결해야 한다고 모든 논문과 뉴스가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저는 폐어구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100통이 넘게 전화를 했지만 속 시원하게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없었어요. 그러다 한 어구 공장을 통해 판매 상품 절단 과정에서 버려지는 폐어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처음에는 그렇게 버려지는 자투리 폐어구를 이용해서 제품을 제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운 좋게도 2021년도에 4개 항만공사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여수광양항만공사와 매칭이 되어 폐어구를 확보할 수 있었어요. 사업적 성장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 다양한 공모전과 창업대회에 참가했는데, 많은 심사위원들이 심각한 문제임에 공감해 주셨고 덕분에 의미 있는 결과들을 얻을 수 있었어요

◇ 새활용 제품은 비싸다?...가격 뛰어넘는 구매 이유 제공해야

임 대표는 ESG가 중요해지면서 기업들도 업사이클 제품에 관심이 많아진 걸 부쩍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컷더트래쉬는 B2B, B2G로 얻은 수익을 B2C 제품에 투자해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컷더트래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임 대표는 ESG가 중요해지면서 기업들도 업사이클 제품에 관심이 많아진 걸 부쩍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컷더트래쉬는 B2B, B2G로 얻은 수익을 B2C 제품에 투자해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컷더트래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Q 수익 구조도 궁금합니다. 버려지는 폐기물을 사용한다고 하면 원자재 확보에 비용이 적게 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를 재가공하고 제품화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관련해 운영에는 문제가 없나요?

많은 업사이클 패션 브랜드의 수익 구조는 일반 패션 브랜드에 비해 정말 힘든 게 사실입니다. 말씀주신 것처럼 원자재를 확보하고 재가공하고 제품화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듭니다. 고객에게 판매하는 제품 라인은 크게 업사이클, 리사이클, 해양보호단체 후원 라인 세 가지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제품화하고 있지만 현재 수익의 90% 이상은 B2B, B2G로 벌고 있습니다. 

ESG가 중요해지면서 기업들도 업사이클 제품에 관심이 많아진 걸 부쩍 실감하고 있어요. 저희는 B2B, B2G로 얻은 수익을 B2C 제품에 투자해 제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환경적 가치와 기업 이윤을 같이 고려하며 사업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매일 깨닫고 있어요. 다행히 저희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가치를 더 알릴 수 있는 의미 있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어서 지속성 있는 사업을 할 수 있었어요. 저희가 원하는 소셜 미션을 지키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회사가 유지돼야 하니까요. 회사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수익구조 안정화가 필요하고 지금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Q 업사이클링 제품의 비싼 가격에 새활용 제품의 턱을 높게 느끼는 소비자도 많습니다. 그러나 친환경 가치에 무게를 두고 지속해서 소비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컷더트래쉬 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 반응은 어떤가요?

컷더트래쉬는 작년에 런칭한 이후 정비하는 시간 없이 쉼 없이 달려왔던 것 같아요. 정신 없는 사이 처음 계획했던 바와 다르게 ‘친환경, 업사이클’을 강조하며 홍보하고 브랜딩하고 있는 저희를 발견했어요. 초반에는 가치와 의미가 좋으니 꾸준히 판매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처음만큼 지속적으로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어요. 그때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는 별개로 컷더트래쉬가 패션 브랜드로서 차별화된 디자인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랜드 고유의 분위기와 감도가 필요했어요. 올해 출시된 제품 2품목에는 이러한 차별화 포인트를 적극 반영했습니다. 

소비자의 인식 속에 ‘친환경’은 패션 브랜드에게 플러스 알파, 즉 가산점 정도예요. 개성과 우수한 디자인이 전제돼야 합니다. ‘새활용 제품은 비싸기만 하다’는 오명을 벗으려면 비싸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브랜드가 많아져야 할 것 같아요. 저희도 그런 브랜드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폐기물을 옷이나 가방의 원료로 사용한다고 하면 위생 문제를 먼저 떠올리기도 합니다. 폐어구를 원재료로 옷을 만들었을 때 유해한 부분은 없나요?

플라스틱 리사이클 원단으로 설명을 드릴게요. 가장 먼저 선별 단계에서 패션 제품 원료로 사용하기에 품질이 너무 낮은 경우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됩니다. 1년에 분리수거되는 플라스틱은 57만 톤, 이 중 반 이상인 34만 톤은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집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원사·원단 업체에서는 깨끗한 고품질 플라스틱을 일본이나 대만 등 해외에서 수입하기도 합니다. 사업 초기에는 ‘국내 플라스틱 문제도 심각한데 왜 이러는 걸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지만 국내 페트병의 오염도가 높고 선진사례와 비교했을 때 정부와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깨끗한 플라스틱을 모으기 위한 노력이 적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폐기물을 가방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정이 필요합니다. 불순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일단 잘게 분해합니다. 이후 잘게 잘린 폐기물을 세척하는데 이 과정은 길고 전문적으로 진행됩니다. 이 다음부터는 일반 원단과 똑같은 과정으로 제작됩니다. 인체에 유해한 부분은 없지만 결론적으로 이 과정에서도 화학 작용을 거치면서 일반 원단보다는 적지만 환경에 유해한 영향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저희는 애초에 화학적으로 재활용이 불가능한 혼합 폐어구를 세척만 해서 바로 상품화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어요. 쓰레기 발생 자체를 되지 않도록 하는 생분해 소재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 패션은 해양쓰레기 문제 알리는 수단...패션 존재 이유 고민할 때

컷더트래쉬의 업사이클링 제품. 임 대표는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은 채 지금처럼 패스트 패션이 지속된다면 인간이 살 터전이 사라질 것이고 패션도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컷더트래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컷더트래쉬의 업사이클링 제품. 임 대표는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은 채 지금처럼 패스트 패션이 지속된다면 인간이 살 터전이 사라질 것이고 패션도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컷더트래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Q 컷더트래쉬가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은 제품 1개를 구매해도 활용성을 극대화해 2개 그 이상의 가치를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2MORE’입니다. 이 콘셉트가 제품에 실제로 어떻게 반영되고 있나요?

자연 입장에서는 패션 제품 소비 자체가 비환경적인 행동이죠. 사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사야 한다면 한 가지 활용도만 가진 제품보다는 두 세 가지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편이 보다 친환경적인 소비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해요. 2MORE 디자인 철학은 다양한 아이템에 실제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목걸이 팬던트 양면에 다른 문양을 넣어 기분이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도록 했고 가방류는 모두 두 가지 이상으로 연출 가능하도록 구성품으로 추가끈을 제공하거나 끈 조절이 가능한 형태로만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모든 제품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하고 싶어요. 

Q 폐어구를 업사이클링하는 데 필요한 시설 문제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습니다. 컷더트래쉬를 운영하면서 느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요?

현재는 시설보다는 규모에 대한 문제가 더 큽니다. 이후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시설에 대한 고민도 생길 것 같아요. 대표인 제가 판단하기에는 현재 가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수익성과 자금, 인력, 집합 임팩트입니다. 수익성과 자금은 회사 생존에 필수적이고 인력 역시 그렇습니다. 현재는 대표이자 메인 디자이너인 저 혼자 제작 공정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잠을 자야 비로소 퇴근인 삶을 살고 있어요. 직원 모집 공고를 올려도 스타트업이라서 그런지 인력 구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다양한 바다 캠페인도 기획하고 있는데 진행 인력이 없어요. 따라서 저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집합적 임팩트라고 생각합니다. 

Q 국내외에서 참고하거나 주목하고 있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나 친환경 디자이너가 있나요?

사업을 시작할 때 다양한 파트너사와의 협업으로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에 일조하고 있는 ‘부레오’와 저희처럼 혼합 폐어구를 그대로 세척해 사용하는 ‘베르두라’라는 폐어구 패션 잡화 브랜드에서 다양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부레오와 같이 지역사회와 기업과의 집합적 임팩트를 형성해 베르두아와 같이 지속적으로 폐어구 업사이클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패션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친환경 디자이너는 20년 전부터 꾸준히 지속가능한 패션에 주목해온 스텔라 맥카트니입니다. 2020년 컬렉션에서는 ‘크루얼티 프리(비동물실험)’을 강조하기 위해 동물 탈을 쓴 모델들을 런웨이에 세우기도 했을 정도로 자연과 동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패션을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컷더트래쉬도 패션을 수단으로 다양한 바다 문제를 알리는 패션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Q 패션 산업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요?

시즌마다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 게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던 제품을 새롭게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연속성 있는 제품을 제작해야 될 때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패스트 패션에 정반대되는 슬로우 패션을 지향하는 거죠. 트렌드에 따르기보다 브랜드 가치가 트렌드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에 봉착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본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패션’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은 채 지금과 같은 패션이 지속된다면 패션이 지속되더라도 ‘인간’이 살 터전이 사라질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패션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잖아요. 패션 기업이 앞장서서 우리가 사랑하는 패션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새활용, 친환경 원단, 생분해 원단 등을 사용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컷더트래쉬의 2022년 목표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올해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컷더트래쉬만의 집합적 임팩트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해양쓰레기라는 거대하고 고질적인 문제를 작은 회사 하나가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전략적 파트너를 만드는 과정이 쉽진 않겠지만 올해 안에 이뤄내서 저희의 목표에 가까워지고 싶어요. 컷더트래쉬는 앞으로도 브랜드명이 유래된 ‘쓰레기를 감소하자’, ’쓰레기를 재단하자’는 의미를 잊지 않고 바다의 환경 문제를 개선하고 바다 문제를 알리는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확실히 해결이 가능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제작과 유통 과정에서도 환경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브랜드가 되고자 해요. 신제품이 아닌 신결합 제품을 제작하는 지속가능한 브랜드가 되어 새로운 패션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고 싶습니다. 

우리는 기후위기라는 예고된 미래 앞에서 같은 운명을 가진 공동체입니다. 전문가들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늦출 순 있어도 막을 순 없다고 말합니다.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의 가속화 여부가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얘기입니다. 

모든 경제 활동은 환경 문제를 동반합니다. 내딛는 걸음마다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이고 경제 논리의 한 가운데 있는 기업에 우리가 책임을 묻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기업도 사람이 있는 곳입니다. 그 속에는 의식있는 소비자못지 않게 환경 문제를 정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구호와 외침을 넘어 자기 자리에서 환경을 위한 디테일을 하나씩 더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현장의 히어로는 각자의 현장에서 환경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환경과 경제를 양 손에 올리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환경과 경제에 대한 새로운 환기점을 마련했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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