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선 기자
이민선 기자

벌통에 있어야할 벌들이 사라졌다. 피해가 심각한 양봉 농가에선 꿀벌이 90%까지 집단 폐사하거나 실종됐다.

이 현상은 CCD(Colony Collapse Disorder), 우리나라 말로는 '벌집군집붕괴현상'이다. 지난 2006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된 이 현상은 유럽 일부와 브라질을 거쳐 아시아, 아프리카에서도 목격됐다.

군은 여왕벌 한 마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꿀벌 집단 단위다.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아,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떼로 죽는 현상이다. 

CCD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기생충, 바이러스, 농약, 기상 악화, 휴대전화 전파, 살충제, 이스라엘 급성마비바이러스(IAPV) 등이 이유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십여 년간 양봉가들을 괴롭혀 온 이 현상에서 우리나라는 비교적 자유로웠다. 지난 2010년 토종벌 90퍼센트가 죽어 나가는 사건이 있었지만, 꿀벌 유충이 번데기가 되지 못하는 '낭충봉아부패병'의 확산 때문이었다.

이 같은 꿀벌의 실종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꿀을 생산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꿀벌은 꽃의 수술에서 꽃가루를 묻혀 암술로 옮겨 열매를 맺도록 하는 '수분'의 역할을 담당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작물 가운데 63%가 꿀벌의 꽃가루받이에 의해 열매를 맺는다. 특히 세계 100대 작물 중 약 71%가 꿀벌로 수분한다. 

우리나라 농작물 생산량의 35% 내외도 수분을 통해 생산이 된다. 꿀벌이 수분을 충분히 하지 못하면 종자 생산이 어려워 식물 다양성이 악화될 뿐더러, 식물에 서식하는 애벌레나 새도 타격을 받는다. 나아가 우리 식탁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현상은 전국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경남·창녕 지역의 피해는 컸지만 김해나 부산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이유로 특정 지역의 꿀벌만 사라졌을까?

국립농업과학원은 기후변화, 과도한 농약 사용 등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즉 이상기후로 꿀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꿀벌들의 면역 체계가 약해졌는데, 이 시기에 병해충 피해가 발생했다. 그 병해충을 없애기 위해 살충제를 과다 사용했고, 이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생긴 병해충을 방제 하지 못한 것. 그리고 또 다시 저온현상으로 체력이 떨어져 있는 일벌들이 집을 찾아오지 못해 생긴 복합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다만 누구 하나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드는 사람은 없다. 결국은 인간이 만들어낸 환경오염때문이라는 점은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만 추측할 뿐,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진지하게 해결책을 고민해야할 이들은 대체 누굴까?

우리가 나서서 벌들이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배울점은 있다. 우리가 기후위기를 대하는 태도다. 단순히 다음 세대들의 삶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당장 먹고사는 문제, 자연재해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행동해야 할 때다.

minseonlee@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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