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줍인 리더 ‘비키’ 인터뷰
“가장 많이 목격하는 쓰레기는 담배꽁초”
“담배꽁초 62리터 주웠다...미세플라스틱 원인”
“기업·정부가 관련 문제 근본 해결책 마련해야”
“쓰레기 줍기...환경보호의 첫 걸음이자 최소한의 활동”

지난 2월 18일 오전 11시 ‘담배꽁초 어택 시민모임’ 회원들이 서울 코엑스와 KT&G 본사 앞에서 담배꽁초 무단투기 문제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와 기업을 향해 “담배꽁초 쓰레기 관련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모임은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쓰줍인)’을 포함한 여러 단체가 연대한 것으로 담배꽁초 쓰레기를 둘러싼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쓰줍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2월 18일 오전 11시 ‘담배꽁초 어택 시민모임’ 회원들이 서울 코엑스와 KT&G 본사 앞에서 담배꽁초 무단투기 문제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와 기업을 향해 “담배꽁초 쓰레기 관련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모임은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쓰줍인)’을 포함한 여러 단체가 연대한 것으로 담배꽁초 쓰레기를 둘러싼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쓰줍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길에서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 있다. 지구를 위해 직접 ‘플로깅’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최근 담배 기업 KT&G와 환경부 등 정부부처를 향해 담배꽁초 쓰레기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플라스틱 필터를 대체할 소재를 적극 개발하고 담배꽁초도 플라스틱 쓰레기 등처럼 생산자책임 재활용 제도를 시행하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길에서 가장 많이 줍는 쓰레기가 바로 담배꽁초’라고 주장했다.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리더 (활동명) 비키 씨와 관련 대화를 나눴다. 아래 본문 내용 중 굵은 글씨가 질문이고 그 아래 부분은 해당 질문에 대한 쓰줍인의 답변이다.

 

“가장 많이 목격하는 쓰레기? 담배꽁초!”

지난 2월 18일 오전 11시 ‘담배꽁초 어택 시민모임’ 회원들이 서울 코엑스와 KT&G 본사 앞에서 담배꽁초 무단투기 문제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와 기업을 향해 “담배꽁초 쓰레기 관련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모임은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쓰줍인)’을 포함한 여러 단체가 연대한 것으로 담배꽁초 쓰레기를 둘러싼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쓰줍인 리더 비키씨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며 길에 버려진 쓰레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 쓰레기 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담배꽁초라는 문제의식에서 이 활동을 시작했다.

'담배꽁초 어택 시민모임'은 어떤 분들이 모여서 함께 행동하나요

쓰줍인(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을 포함한 30개 단체가 연대하고, 3,600여 명의 시민이 온라인 서명으로 지지하고 있는 모임이에요. 무단 투기되는 담배꽁초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한국 최대 담배 기업 KT&G와 정부에 담배꽁초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입니다.

그 분들이 평소 어디서 어떤 활동을 해오셨는지 먼저 소개해주세요

단체의 경우 각 단체별 활동에 초점을 맞추어 환경 문제, 쓰레기 문제, 비거니즘, 채식 지향, 생태계 보호 등 각자의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온라인 서명으로 함께 해주시는 시민들의 경우 다른 분들과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아가시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분들이 담배꽁초 쓰레기 문제에 대한 심각성과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해 주셔서 쓰줍인을 주축으로 담배꽁초 어택에 연대해주고 계세요.

'쓰줍인'(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비키님은 언제부터 왜 쓰레기를 줍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딸래미라고 부르는 저희 집 반려견 '감자'와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쓰레기 줍기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감자가 산책만 하면 길에 보이는 쓰레기를 항상 입에 물더라고요. 그런데 감자와 함께 하기 전까지는 길에 쓰레기가 그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그때부터 길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저의 쓰레기 줍기가 시작되었어요.

쓰줍인 리더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알려주세요

혼자 줍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주우면 더 좋을 것 같아서 한 분 두 분 모아서 하다 보니 지금처럼 많은 분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전국에서 쓰레기를 함께 줍고 계시고, 어느덧 온라인 환경보호 커뮤니티로 성장하게 되었죠. 그리고 더 많은 활동을 하기 위해 얼마 전 비영리 단체로 등록을 마쳤어요. 저는 그렇게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이 소통하고 함께 환경 공부를 하는 '쓰줍인'이라는 단체를 이끄는 리더(leader)로 쓰줍인분들과 함께 저희 단체를 함께 이끌어가고 있어요.

가장 최근에는 어디서 쓰레기를 주우셨나요

거의 대부분 저희 집 근처를 오가며 쓰레기를 줍고 최근에도 집 근처에서 쓰레기를 주웠어요. 날을 잡고 쓰레기를 주울 때는 각 지역에서 매월 1회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쓰줍인 쓰줍모임(쓰레기 줍기 모임)'을 통해서 많은 분들과 함께 쓰레기를 줍고요.

그날 가장 많이 목격하신 쓰레기가 뭐였는지 양이 얼마나 됐는지도 듣고 싶어요

집 근처에서 쓰레기를 줍든 많은 분들과 함께 모여 쓰레기를 줍든 가장 많이 목격하는 쓰레기는 단연 '담배꽁초'에요. 집 앞에 항상 담배꽁초를 줍는 장소가 있는데 10-15분이면 페트병 500ml를 가득 채울 수 있어요. 그 정도면 보통 200여 개 정도의 담배꽁초를 주웠다고 할 수 있어요. 정기 쓰줍모임을 할 때는 각 지역별로 쓰레기를 줍는데 6-7명이 1시간 정도 담배꽁초를 주우면 최소 700여 개에서 많게는 2,000여 개까지 주워요. 당연히 담배꽁초 외에 다른 쓰레기도 같이 주우면서요.

‘쓰줍인’ 멤버들이 지난 2021년 전국에서 주은 쓰레기가 약 1600리터. 그 중 62리터가 담배꽁초로 개수로 따지면 2만 5000여개다. 쓰줍인 리더 비키(활동명)는 “버려지는 마스크나 일회용 플라스틱 등도 많이 보이지만 담배꽁초 문제가 가장 자주 또 많이 보이는 쓰레기”라고 말했다. 사진 아래 보이는 게 모두 담배꽁초다. (쓰줍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쓰줍인’ 멤버들이 지난 2021년 전국에서 주은 쓰레기가 약 1600리터. 그 중 62리터가 담배꽁초로 개수로 따지면 2만 5000여개다. 쓰줍인 리더 비키(활동명)는 “버려지는 마스크나 일회용 플라스틱 등도 많이 보이지만 담배꽁초 문제가 가장 자주 또 많이 보이는 쓰레기”라고 말했다. 사진 아래 보이는 게 모두 담배꽁초다. (쓰줍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담배꽁초 62리터 주웠다...미세플라스틱 원인”

‘쓰줍인’ 멤버들이 지난 2021년 전국에서 주은 쓰레기가 약 1600리터다. 인터뷰이 비키씨는 그 중 62리터가 담배꽁초로 개수로 따지면 2만 5000여개라고 답했다. 그는 “버려지는 마스크나 일회용 플라스틱 등도 많이 보이지만 담배꽁초 문제가 가장 자주 또 많이 보이는 쓰레기”라고 말했다. 작고 가벼운 담배꽁초는 사람들이 제대로 수거하기도 전에 여기저기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플로깅이나 줍깅이라는 단어가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합니다 플로깅 단체 운영자분과 얘기를 나눠보니 길에서 가장 많이 줍는 쓰레기가 담배꽁초라고 하더라고요. 비키님이 보시기에도 그런가요

네, 담배꽁초 쓰레기는 그 숫자로 이야기했을 때 단연 압도적으로 많아요. 2021년 작년 한해 23회에 걸쳐 서울, 인천, 부산 등 전국에서 진행한 쓰줍인 쓰줍모임을 통해서 주운 쓰레기의 양만 약 1,600리터로, 20리터 쓰레기봉투 80여 개가 되는 양을 수거했는데요. 그 중 62리터 정도가 담배꽁초 쓰레기였어요. 이렇게 부피로만 보면 담배꽁초 쓰레기가 작아 보일 수 있겠지만, 개수로는 25,000여 개나 되는 양으로 길에 무단투기되는 그 어떤 쓰레기보다 많은 수라고 할 수 있어요.

요즘은 버려지는 마스크도 많이 보인다고 들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 또 시기에 따라서 많이 버려지는 쓰레기가 좀 달라진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꽁초가 가장 많이 또 가장 자주 보이는 쓰레기인가요

네, 맞아요. 코로나19로 인해 버려지는 마스크도 많이 보이지만 도시의 경우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나 음료 캔, 과자 봉지 같은 것들이 많이 보이고, 인적이 드문 곳일수록 부피가 큰 스티로폼이나 종이 박스, 폐가구 등 다양한 쓰레기를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지역이든 항상 담배꽁초는 가장 자주 그리고 많이 보이는 쓰레기에요.

그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뭘까요

아무래도 흡연자분들이 금연하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도 흡연 후에 담배꽁초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데다가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어도 일반 쓰레기통에 버릴 경우 화재의 위험도 있으니 그냥 길에 버리게 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특히나 이런 담배꽁초가 빗물받이마다 엄청나게 많이 발견되는데 그냥 길에 버린 담배꽁초가 빗물에 흘러 들어간 것일 수도 있고, 흡연자분들이 무심코 빗물받이 안으로 버린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같이 쓰레기를 줍는 분들 중에도 아마 흡연자가 있겠지요 그 분들은 담배 꽁초를 어떻게 처리하나요

지금까지 쓰레기를 주우며 직접적으로 흡연을 하신다고 말씀하신 분은 많지 않은데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쓰줍인분들께 여쭤보니 보통 손이나 주머니에 담배꽁초를 든 채로 길에 나와있는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찾아다니거나 방문하는 편의점이나 가게에 있는 쓰레기통에 처리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액상 담배를 피우시는 분들은 액상 케이스 외에 쓰레기는 나오지 않는다고 하시고,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시는 분은 사탕이 들어있던 틴케이스를 휴대용 재떨이로 사용하신 분도 계셨어요. 어떤 분은 권련형 전자담배는 냄새가 많이 안 나서 담뱃갑에 다시 넣어서 보관했다가 한꺼번에 처리한다고 하신 분도 계시고요.

환경부 연구용역 보고서를 인용해서 하루에 최대 0.7톤의 담배꽁초 미세플라스틱이 바다에 유입된다고 주장하셨어요. 꽁초가 아니라 거기서 나온 미세플라스틱만 그 정도 양이라니 매우 놀랍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버려지는걸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환경부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는 하루 최대 0.7톤의 담배꽁초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된다고 하는데요. 제 생각에 그 수치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모든 연구 결과는 보수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환경운동연합에서 2020년 7월 한 달 동안 전국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 분석한 결과 해양 쓰레기 3천8백여 점 중 담배꽁초가 1위였고, 한국해양구조단에서 전국 해양 쓰레기 수거한 결과에서도 담배꽁초가 전체의 21%로 가장 많았다고 해요. 그뿐만 아니라 미국의 환경보호단체 '오션 컨서번시(Ocean Conservancy)'가 1986년부터 32년 동안 해마다 해변에서 수집한 쓰레기의 3분의 1이 담배꽁초라고 하더라고요.

버려지는 담배꽁초의 환경적인 문제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담배꽁초의 경우 크기도 너무 작고 가벼워서 우리가 수거하기도 전에 이미 많은 양이 바다로 유입되어서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크기의 미세 플라스틱 형태로 계속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플라스틱에 '분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우리의 인식에 어떤 것이 '분해'된다고 하면 잘게 쪼개져서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플라스틱은 잘게 쪼개질 뿐, 결코 사라지지 않고 그냥 잔류할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쓰줍인은 "기업과 정부가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제품 제작 단계부터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고, 수거나 재활용 뿐만 아니라 무단 투기 자체를 막는 정책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쓰줍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쓰줍인은 "기업과 정부가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제품 제작 단계부터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고, 수거나 재활용 뿐만 아니라 무단 투기 자체를 막는 정책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쓰줍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기업·정부가 관련 문제 근본 해결책 마련해야”

그는 기업과 정부가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품 제작 단계부터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고, 수거나 재활용 뿐만 아니라 무단 투기 자체를 막는 정책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실 버려지는 담배꽁초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죠. 비키님도 처음 목소리를 내시는 건 아닐거고요 담배회사나 환경부 등에 지금까지 어떤 요구를 해오셨나요

담배꽁초 어택이라는 명칭으로 담배꽁초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서울환경운동연합이었어요. 당시 KT&G 앞에서 꽁초 모형의 트리를 만드는 퍼포먼스까지 진행했었죠. 그 후로 쓰줍인을 포함한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직접 주운 담배꽁초와 함께 손 편지를 써서 KT&G와 환경부에 택배를 보내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도 하고, 주운 담배꽁초 사진을 찍어 SNS에 게시하는 것으로 시민들에게 문제를 알리며 동시에 기업과 정부를 해당 게시글에 소환해서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도 했어요.

당시 어떤 피드백이 있었고 그 후로는 어떤 활동들이 있었는지도 궁금한데요

당연히 답변을 받을 수는 없었고, 담당자를 찾을 수도 없었죠. 아무래도 '담배꽁초 어택'이 지속되지 못했기 때문에 기업과 정부에서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은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희 쓰줍인에서도 해당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가며 온라인 서명운동도 진행해 보고, 전국 담배꽁초 지도를 제작해서 온라인에 게시해 보고, 전국적인 쓰레기 줍기 모임 후 담배꽁초 아트를 해보는 행사를 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로 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우선 많은 시민들이 해당 문제에 공감하기 시작하면 기업과 정부도 움직일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러면 하나씩 나눠서 한번 여쭈어 보겠습니다. 사람들이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건 기본에 깔아두고요. 담배회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플라스틱 필터 대체 소재를 개발하고 담배꽁초 수거함을 여러군데 설치하라는 주장도 기억 나는데요

네, 최근 2월 18일 <담배꽁초 어택 시민모임>은 KT&G와 정부를 향해 적극적인 담배꽁초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퍼레이드와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플라스틱 필터 대체 소재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과정을 공개하며 모든 제품에 대해 교차 생산할 것을 요구했어요. 사실 기자회견 전 KT&G에게 해당 행사에 직접 참여해 줄 것을 요청드렸지만,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담당자라는 분께 저희 요구사항에 대한 일부 답변만을 서면으로 받았는데요. 그 내용이 KT&G는 종이필터를 응용한 소재를 일부 제품에 시범 적용하는 등 친환경 소재를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해당 내용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거기에 담당자는 전 세계적으로 담배에 사용되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 필터를 대신할 수 있는 소재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지만, 미국 한 업체의 경우 이미 필터를 생분해성 재료로 교체 중이고 흙이나 물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유기물 필터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을 조금만 검색해 봐도 알 수 있었어요.

담배꽁초 수거함 설치에 관한 내용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취지였나요

수거함을 여러 군데 설치하라고 한 것은 KT&G에게 담배꽁초 수거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서였어요. 현재 KT&G에서는 직접적으로 담배꽁초 수거를 하는 대신 일회성 플로깅 행사를 진행하고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을 전국적으로 설치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해당 수거함의 수가 터무니없이 작다는 거예요.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KT&G는 2020년 한해 매출이 3조 4000억 원, 영업이익이 1조 3000억 원에 달하는데 반해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 설치 비용으로 약 2000만 원을 사용해서 2021년까지 전국에 총 150여 개밖에 설치하지 않았어요. 이 부분에서 의문이 드는 것이죠. 과연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을 설치했다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인지, 적극적으로 담배꽁초 수거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 말이에요.

추가로 더 요구한 내용은 무엇인가요

마지막으로 생산하는 모든 담뱃갑에 담배꽁초 투기 금지 이미지와 문구를 흡연 경고 이미지와 문구만큼 크게 삽입할 것을 요구했어요. 기자회견 전 KT&G의 익명의 담당자로부터 받은 답변에 의하면 21년 5월부터 전 제품 담뱃갑에 담배꽁초 투기 금지 픽토그램 삽입을 완료한 상태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 크기가 너무 작아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였어요. 과연 흡연하시는 분들 중에 그 문구를 보신 분들이 얼마나 계실까요? 그래서 하는 시늉만 하지 말고 제대로 담배꽁초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한 거예요.

환경부가 원론적인 답변만 해왔다고 비판하셨는데요 환경부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요

이미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시민들은 꾸준히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줄 것을 촉구했어요. 그리고 2021년 9월 드디어 환경부가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강북구,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죠. 하지만 '담배꽁초 투기 방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회수·재활용 체계만' 갖추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과연 현안을 제대로 본 것인지 의심스러운 거예요. 그리고 해당 협약을 통해서 '담배꽁초 재활용 방안을 모색한다'고 했지만 2019년 입찰을 통해 <2020 환경부 담배꽁초 관리체계 마련 연구용역 보고서>가 이미 마련되어 있었어요. 해당 보고서만 꼼꼼히 읽어봐도 어떤 것이 가능하고 어떤 것이 불가능할지, 그리고 어떤 것이 진짜 문제이고 해당 문제에 따른 해결책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가 보일 텐데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죠. 잘 모르는 우리 시민들이 조금만 찾아봐도 유럽연합에서는 이미 플라스틱 필터를 2025년까지 절반으로, 2030년까지 80%로 감축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는데 그동안 우리 정부는 뭐 했냐는 거예요. 게다가 담배꽁초 처리를 하겠다고 거두어들인 폐기물 부담금을 담배꽁초 수거에 사용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사용하고, 정작 담배꽁초 수거에 대한 부담은 지방정부에만 맡기고 있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요.

이들은 플로깅이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보호 활동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쓰레기를 주을 때도 주의사항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지난 2020년, 본지 기자가 직접 쓰레기봉투를 들고 플로깅을 진행하던 당시의 이미지.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이들은 플로깅이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보호 활동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쓰레기를 주을 때도 주의사항이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지난 2020년, 본지 기자가 직접 쓰레기봉투를 들고 플로깅을 진행하던 당시의 이미지.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쓰레기 줍기...환경보호의 첫 걸음이자 최소한의 활동”

그는 플로깅 등 쓰레기 줍기 활동이 “내가 살아가는 지구와 지구 생명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보호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보호 활동을 위한 시작점”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쓰레기를 주울 때 꼭 지켜야할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또 다른 쓰레기를 만들지는 말라는 얘기다.

보건복지부나 기획재정부에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는 어떤 요구사항이 있으신가요

국민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보건복지부의 경우 담배와 관련해서는 계속적으로 '금연'에 대한 교육과 캠페인만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미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인체의 악영향이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고, 담배꽁초 필터에 미세 플라스틱이 있다는 것이 사실인데, 그렇게 건강에 해로운 담배꽁초가 무단투기되어 결국 우리 입으로 들어와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교육과 캠페인은 보이지도 않고 계획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금연 캠페인으로 흡연자의 수를 애초에 줄여 흡연으로 인한 담배꽁초 쓰레기를 막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이미 흡연을 하고 있는 흡연자들이 투기하는 담배꽁초 쓰레기를 막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금연 관련 교육과 캠페인뿐만 아니라 흡연자를 대상으로 하는 '담배꽁초 투기 방지' 교육과 캠페인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려면 결국 '돈'이 필요해서 기재부에도 목소리를 내셨군요

이렇게 앞에서 말한 모든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나랏돈이 들어가야 할 텐데, 국가예산을 수립, 편성, 관리하는 기획재정부에서 이런 곳에 사용하라고 돈을 주지 않으면 계획안만 열심히 만들고 아무것도 못 할 것 아니에요. 그래서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뿐만 아니라 관련된 모든 기관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2005년 금연 이후로 지금은 비흡연자입니다. 그런데 주위 흡연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담배값이 많이 올랐고 그만큼 세금도 내는데 담배를 피울 장소도, 또 꽁초를 버리는 곳도 마땅치 않다는 주장을 하더군요. 그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우리가 하는 행동은 흡연자들을 궁지로 내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우리나라에서 실내 흡연이 금지된 후로 흡연자들은 갈 곳을 잃고 길거리에서 흡연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죠. 그런데 나라에서 실내 흡연 금지라는 법을 만들어 놓고 이를 대신할 방안을 만들어놓지 않았어요. 그러니 흡연자는 계속해서 길거리 흡연을 하고 버릴 곳도 마땅히 없으니 그냥 길에 버리는 것이죠. 마냥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나라에서 금연하라고 할 것이라면 애초에 담배를 팔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담배는 합법적으로 판매가 되는데 금연하라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담배는 합법적으로 판매가 되는데 흡연 장소가 없다는 것도 이상하고요.

그러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담배를 계속해서 판매할 것이라면 흡연자를 위한 별도의 흡연 부스나 흡연 구역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흡연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 흡연자들이 그냥 길에서 흡연을 하는 바람에 비흡연자들에게 욕먹을 일도 줄어들 테고,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불편함과 혐오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길에 무단투기되는 담배꽁초를 수거하기 위해 많은 인력과 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담배꽁초를 쉽게 수거할 수 있을 테니 무단투기되어 바다로 흘러갈 많은 양의 미세 플라스틱도 막을 수 있고요. 담뱃값 올려서 거두어들인 돈으로 담배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제발요!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기업이나 단체에서 플로깅 행사를 많이 열어요. 그런데 참가자분들게 일회용품이나 기념품을 나눠주는 경우가 있는데요, 쓰레기를 줍자는 취지와 달리 또 다른 쓰레기를 만드는 것 아닌가 싶은 우려도 듭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이 있나요

이 부분에 대해 참 할 말이 많습니다. 애초에 플로깅이라는 것이 달리기라는 운동을 하면서 길에 보이는 쓰레기도 줍는 것으로 '일상생활에서 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내가 살아가는 지구와 지구 생명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보호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환경보호 활동을 위한 시작점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요즘 플로깅이라는 단어가 그냥 단순히 쓰레기를 줍고 해당 행사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협찬사나 주최측이 제공한 일명 '친환경'이라고 말하는 제품을 나누어주는 행사로 바뀐 것 같아요. 그나마 진짜 친환경 제품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가장 대표적인 예로 '물티슈'가 있겠네요. 아직도 여전히 많은 분들이 물티슈가 플라스틱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환경을 위하는 행사라고 부르는 '플로깅 행사'에서 물티슈를 나누어 주다니요.

그와 비슷한 경험도 실제로 있으신가요

제가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러닝도 자주 해요. 러닝을 하시는 분들은 아마 아실 텐데 특히 코로나 이후 '버추얼 러닝'이라고 하는 쉽게 말해서 온라인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고 메달과 각종 상품을 받는 행사가 많이 진행되고 있어요. 해당 행사에 몇 번 참여하다가 지금은 그만뒀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도 행사 기획과 전혀 관련 없는 불필요한 물건을 많이 나누어 주는 것 때문이었어요. 결국 사용하지 않으면 그 물건도 쓰레기가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요즘 특히나 기업에서 진행하는 플로깅 행사는 그런 버추얼 러닝 행사와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아요. 기존 마라톤 대회에서 버추얼 러닝으로 그리고 플로깅 행사로 이름만 바뀌고, 해당 행사에서 하던 것들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회사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사은품을 뿌리는 것 말이에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플로깅을 실천하면 좋을까요

플로깅 행사를 주최한 주최 측에서 해당 물건을 나누어주지 않더라도 원래의 본질로 돌아가 그냥 다 함께 쓰레기를 줍는 행사가 되면 좋겠어요. 물론 이렇게 되려면 행사에 참여하는 참가자가 그러한 물건을 받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내야 될 거고요. 그 또한 하나의 소비 형태이니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플로깅, 쓰줍 그러니까 쓰레기 줍기는 나의 건강, 지구의 건강, 지구 생명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일상 속 환경보호 활동의 시작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쓰레기 문제를 쓰레기에서 끝내면 안 되니까요.

다들 환경에 대해 말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를 덜 버리며 에코소비를 하자고 주장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이제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라는 얘기도 들린다.

머리로는 다들 안다. 생각은 많이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말로 환경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귀찮은 게 싫어서, 마음은 있는데 이게 편해서,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는데 왠지 피부로 안 와닿아서 그냥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사는 사람도 많을 터다.

환경이 먼 나라 바깥세상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나와 내 가족의 이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먼저 변해야 세상이 바뀐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 환경은 ‘어쩌다 한번 떠올리고 가끔 생각날 때만 실천하는 선행’이 아니다. 생존의 문제고 오늘의 숙제다. 밥벌이의 고단함에 뼈가 저려도, 지금 당장 지구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환경人’들을 만나본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들을 직접 실천한 환경 선구자들과의 대화록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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