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탄소예산을 아시나요?”

대선 토론에서 끝내 기후위기는 외면당했다. 먼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외면했다. 기후위기나 탄소중립 등 기후 관련 의제들을 토론 분야로 선정하지 않았다. 토론회 주제를 정하기 위한 전화 면접 조사에서 기후 주제는 사회 분야에서 4번째로 많이 추천된 의제였다고 한다. 언론학회도 기후위기 문제를 토론회에서 다뤄달라는 의견을 냈고, 30여 개 환경단체에서도 기후위기 문제를 토론 주제로 해달라는 의견을 제출했으며, 위원회 소속 10명의 전문위원 중 2명도 기후 문제를 토론 주제로 추천했다고 한다. 하지만 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의 주제(6개)에 기후위기는 선정되지 않았다.

한 언론과 인터뷰한 위원회 관계자의 말은 여러모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기후 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부분과 엮여 있어 어느 한 부분에 넣기가 애매한 면이 있었고, 토론 주제에 없어도 주도권 토론에서 자연스럽게 논의가 될 것으로 보기도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위원회 관계자의 분석과 예측은 모두 틀렸다. 기후 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부문과 엮여 있기에 꼭 다뤄야 할 주제였고, 주도권 토론에서 대선 후보들은 기후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 법정 토론회 이전 TV 토론회까지 모두 합쳐봐도 기후위기와 관련된 언급은 ‘RE100’, ‘재생에너지와 원전 문제’, ‘철강산업 탄소중립’에 불과했다. 그것도 토론이라기보다는 아는지 모르는지를 묻고 답하는 수준이었다.

환경부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 2월 14~27일 열린 55차 총회에서 기후변화의 영향과 적응, 취약성을 다룬 제6차 평가보고서의 제2실무그룹 보고서와 요약본을 승인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보고서에는 기후변화가 인간과 자연 모두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는 물·식량 부족, 생물다양성 감소를 넘어 국경을 초월한 경제적 피해와 공동체 약화, 건강 악화 등 모든 분야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금보다 급격하게 줄어들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높은 온도에 따른 위험에 노출돼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위협한다고 보고했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약 15cm 추가로 상승하면 홍수에 노출되는 해안 지역 인구가 20% 늘어나고 75cm 상승할 경우 위험에 노출되는 인구가 2배가 된다. 기후변화로 부산 지역에 해수면이 상승하게 되면 연간 피해액은 2070년에는 약 30억 달러(약 3조 6,138억원), 2100년엔 약 74억 달러(약 8조 9,1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농업도 극심한 가뭄 등 기상이변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고, 2030~2050년 한국의 어류 생산량은 2010~2030년 대비 49%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금융 불안이나 국내총생산(GDP)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역 간 위험은 각종 상품의 글로벌 공급망과 식품 시장 등을 통해 전달되면서 한국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도 기후변화가 물리적리스크(자연재해 등 급진적 충격과 평균온도 상승 등 점진적 충격)와 이행리스크(온실가스 배출규제와 저탄소산업 성장)를 통해 거시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1.5℃ 시나리오의 경우 국내 GDP 성장률이 연평균 0.25~0.32%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소비자물가가 상승하고, 금융시스템에도 피해를 줄 것으로 예측했다.

기후위기는 이처럼 정치와 경제, 산업, 노동, 건강, 환경 등 전 사회 영역을 아우르는 전 인류의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기에 2018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 11위, 2019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 9위, 1960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 16위인 대한민국의 대선 결과가 전 인류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10년이 중요한 데, 그중 초반 5년에 사실상 많은 것이 결정될 수 있다. 그런데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토론회에서 기후위기는 외면당했다. 

2022년 현재 탄소예산(Carbon Budget)은 약 330GtCO2밖에 남지 않았다. 인류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매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2021년 배출량 36GtCO2), 앞으로 10년 안에 탄소예산을 모두 다 써버리게 된다. 탄소예산은 지구 평균 기온 1.5℃ 상승을 넘기지 않기 위해 전 인류에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 총량 한계를 말한다.

다시, 대선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탄소예산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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