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우려하는 기업들
계속 발생하는 중대재해, 기업 변명 거리 사라졌다
ESG 중 S(사회) 부문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됐다. 해당 법의 골자는 1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하거나 2명이상 부상자 발생시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이 제정된 이유는 산업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안전불감에 따른 산업재해를 비롯해 노동법 불이행, 하청업체 직원들의 사망사고 등이 근절되지 않고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이 본격 시행되자 논란이 일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대한상공회의소 등의 경제단체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우려의 입장을 밝혔다.

특히 경총은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한 경영계 입장문’을 통해 “중대재해 근절을 위해 기업의 안전관리 역량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음은 경영계도 공감하지만, 과도한 처벌 수준과 법률 규정의 불명확성으로 의무준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조차 처벌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산재사고에 대해 모든 책임을 경영자에게만 묻고, 불명확한 의무규정으로 과도한 형벌을 부과하는 법의 문제점이 합리적으로 개정되는 입법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설업계는 시행일인 1월 27일부터 설연휴에 돌입했다. 많은 건설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에 대비해 안전을 점검하기 위한 조치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대재처벌법의 1호 처벌 대상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말이 소문처럼 돌았다.

◇ 계속된 산업재해, '안전'을 찾게 만들었다

시간의 추를 잠시 뒤로 돌려보자. 지난 1월 11일 광주에서는 믿기 힘든 사고가 발생했다. HDC현대개발산업(이하 현대개발산업)이 건설하고 있던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 아파트 201동에서 23층에서 38층까지 총 16개 층이 내부구조물과 외벽이 한꺼번에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6명의 노동자가 실종됐고, 사고현장 주변에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현장이 드러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이후 현대산업개발이 다른 지역 현장에서 재건축 시공권을 수주하자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현재 5명의 실종자가 숨진 채 수습됐고, 지난 2월 7일 마지막 실종자인 6번째 실종자가 발견돼 수습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해당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고로, 관련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설 연휴 첫날이었던 지난 1월 29일에도 산업 재해가 발생했다. 레미콘 제조기업 삼표산업의 경기도 양주시 채석장에서 석재 발파를 위해 구멍을 뚫는 작업 도중 토사 30만㎥가 무너지면서 작업 중이던 천공기·굴착기 운전원 3명이 매몰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발생한 대형 산업재해였다.

이번 사고로 인해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사고원인 조사에 돌입했으며, 경찰은 발파팀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삼표산업은 지난해에도 낙석과 덤프트럭 교통사고로 인해 두 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바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표산업이 이번 사고로 인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1호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삼표산업의 채석장 붕괴사고가 재해 예방조치 미흡으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중대재해처벌법, S(사회)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이처럼 경제계와 산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수준과 규정이 과도하다는 입장이지만, 지속 발생하고 있는 산업재해 때문에 국민들은 경제계와 산업계의 입장을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마디로 기업들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이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계기로 ESG 경영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3일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SG워너비, 투자의 출발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확장시킨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ESG 중 S(사회)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안전보건을 기업의 경쟁력과 더불어 기업가치를 높이는 측면으로 접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헌 연구위원은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의무를 이행했다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발맞춰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에 부과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한다면, ESG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S(사회) 요소를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모두가 중대산업재해 재발을 막기 위해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처벌이 목표가 아니라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이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은 기업들이 사고예방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위기와 기회는 기업이 해당 법안의 취지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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