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유치 작업보다는 '선택과 집중' 통해 자기 색 가져야

녹색기후기금(GCF) 유치 이후를 통해 국제기구 유치전의 '메이저리그'에 진입한 한국이 또다른 국제기구 유치 작업에 범정부적인 검토에 들어간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5만9000개 정도로 추산되는 국제기구 사무소 유치는 글로벌 사회에서 국력을 상징하는 하나의 지표 중 하나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제협회연합(UIA)은 연감자료에서 2006년 기준 세계 국제기구는 5만8859개이며 이 가운데 실제 활동하는 기구는 2만3000개 수준으로 집계했다.

유엔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있는 미국이 3646개로 가장 많다.

벨기에에는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2194개, 프랑스에는 유네스코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2079개, 영국 2048개, 이탈리아 1072개 순이다. 스위스는 국제노동기구(ILO), 국제결제은행(BIS), 세계무역기구(WTO) 등 알짜 중심으로 843개나 된다.

스위스는 중재자 이미지, 벨기에는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장점이다.

현재 독일은 통독 이후 옛 서독의 수도인 본의 성장을 위해 국제기구 유치에 전력하고 있고, 벨기에는 호텔과 공항 등 컨벤션 수혜업종으로부터 특별세를 징수해 컨벤션업체에 대한 지원금으로 쓸 정도로 열성적이다. 태국은 국제기구 직원에게 외교관과 거의 같은 세제혜택을 주고 외국인학교, 병원 등 인프라도 꾸준히 개선해왔다.

반면 우리가 유치한 기구는 2010년 기준 27개로 미미하다. 외국인력 60명 등 20개국 160명가량이 근무하는 국제백신연구소(IVI) 외에 대부분은 초미니 사무소다.

중앙정부가 유치한 기구 6곳 중에 IVI를 빼면 외국인력은 1~3명씩밖에 안된다. 가장 오래된 기구는 한국전쟁 전사자를 매장한 공원관리를 위해 1951년 설립된 부산의 유엔기념공원(UNMCK)이다.

지난해 아시아판 국제통화기금(IMF)을 목표로 발족한 '아세안+3(한ㆍ중ㆍ일)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를 국내로 모셔오고자 뛰었지만 한ㆍ중ㆍ일 3국의 경쟁 구도 속에 아세안의 요구로 싱가포르에 설립됐다.

하지만 이번 GCF 사무국 유치로 정부는 국제기구를 우리 경제를 선진화하고 글로벌화 할 수 있는 성장동력으로 보게 됐다. 국력의 상징이면서도 서비스산업과 내수를 활성화하는 부가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상주 근무자가 2만 명인 국제기구 집중지를 조성하면 소비지출 증가액이 6조원, 생산유발효과가 10조원에 달하고 한 명의 주재원은 평균적으로 한 명의 지역고용인을 창출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정부는 국제기구가 가진 '퍼플오션'의 가능성에 많은 무게를 두고있지만 경제적인 부분을 말할 때는 실익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1996년 서울대 연구동에 둥지를 튼 IVI의 경우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나 국내 연구기관과의 연계에서는 합격점이지만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의 효과는 미미했다. IVI 관계자는 "수치적으로 따질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상징적인 의미를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가에서도 무분별한 유치 작업이 결코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제기구에 정통한 전직 외무부 관계자는 "국제기구 유치는 국격의 상징인만큼 분담금 지원 등 예산 문제도 생각해 봐야 하는 게 사실"이라며 "무분별한 유치 작업 '올인'보다는 이번 기회를 통해 기후변화 등의 문제에 방점을 찍는 것도 한 방법"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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