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지난 10일 현대 YF쏘나타 급발진 추정 사고가 또 발생하면서 급발진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점점 늘어 가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이 사건을 비롯해 급발진 의혹을 강하게 갖고 있지만, 정작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의욕적으로 나선 정부 급발진 합동조사반은 구성 5개월 째가 됐어도 급발진이 있다, 없다조차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급발진 여부를 알 수 있다는 EDR 공개 얘기만 나오면 의혹만 더 커지는 형국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리포트]
국내외 대부분의 차량에 부착돼 있는 사고기록장치, EDR입니다.

제조사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모델이 분당 엔진회전 수, 자동차 속력, 브레이크 작동 여부, 안전벨트 장착 여부 등을 사고 5초전부터 기록합니다.

국내외 제조사가 정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차량은 2008년 이후에 전차종에 EDR이 부착돼 있습니다.

외국차는 BMW, 푸조, 도요타 등이 2000년 이후 전 차종에 장착하고 있으며, 다른 브랜드들은 모델 별로 차등을 두고 장착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같은 정보를 기록하는 이유는 자동차 에어백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섭니다.

장석원 고장 분석 전문가

자동차 제조사들은 비용상의 문제 때문에 각 차량 모델마다 평균 50회 정도의 에어백 테스트가 한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예기치 않은 사고까지도 가정하려면 좀 더 다양한 사례가 있어야 하는데, 그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핵심 장치가 바로 이 장칩니다.

어떤 상황에서 에어백이 터졌는지, 그리고 그 상황에서 운전자는 얼마나 안전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섭니다.

사고 기록이 남기 때문에 이 장치는 또 한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급발진 등 이상 현상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보고 읽는 법도 쉽습니다.

리더기가 있고 약간의 교육만 받는다면 누구나 쉽게 정보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에선 교통사고 조사관, 보험사 직원들에게 보편화 돼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법적 규제가 없다는 점과 영업 비밀이라는 점을 들어 자동차 회사들이 지금까지 기록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최초로 대중에 공개된 것은 국토해양부가 발족한 급발진 합동조사반을 통해섭니다.

운영한 한기대 교수 / 급발진 합동조사반장

그러나 급발진 합동조사반이 공개한 EDR을 놓고 조사 과정에서 여러가지 의혹이 생깁니다.

피해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한 채 오히려 피해자들이 수긍하고 넘어가기만을 바라는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이조엽 스포티지R 피해자

지난 5월 6일 발생한 대구 순환도로 YF쏘나타 사고 조사도 비슷합니다.

당시 현대자동차 직원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EDR을 읽겠다고 했지만 현장에 참석한 합동조사반 관계자는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권오인 YF쏘나타 피해자 아들

결국에는 본인들의 책임이 아니라 자동차 제조사, 즉 현대자동차의 문제라고만 합니다.

박기옥 자동차안전연구원 선임연구원

이 사안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으로 떠오릅니다.

변재일 의원

국감에서는 이 외에도 다양한 의혹이 제기됩니다.

급발진 합동조사반이 지난 8월 31일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언급한 BMW 528i 차량에 EDR이 없다는 것도 부실 조사의 한 축이라는 공방이 오갑니다.

국회 제출문서에는 있다는데, 발표 결과에서는 없다는 등 정부 자료조차 엇갈리는 상황에서 해당 차량에 EDR이 실제 있는 지 여부를 직접 확인한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문병일 의원

조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오히려 조사 과정을 담은 회의 녹취록을 지웠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변재일 의원

결국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내에 급발진 진상 조사 소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결정까지 나오게 됩니다.

주승용 국토해양위원회 위원장

합동조사반 관계자들은 조사 5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자동차 회사 탓을 합니다.

급발진 합동조사반 관계자

정부의 조사로도 국민들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채 결국 국회까지 나섰지만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기아차를 비롯, 정작 당사자인 자동차 제조사들은 여전히 어떤 설명도 없습니다.

이 와중에 급발진 사고로 다치고 피해 입는 국민들은 늘어만 갑니다.

환경TV 신준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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