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암동 DMC의 동네 떡집 '미작'

 

 환경TV가 입주해 있는 서울 상암동 DMC 한 복판에 ‘미작(米作)’이라는 멋진 이름의 떡집이 있다. 간판에 ‘사랑을 나누는 떡’이라는 부제까지 그럴싸하게 붙어 있는 이 떡집은 흔히 말하는 ‘동네 떡집’이다. 실제 댓 평이 채 안 될 것 같은 작은 가게에서 모자(母子)가 새벽부터 열심히 떡을 빚는다. 맛도 있고 가격도 착해 기자는 이 가게를 가끔 찾곤 한다. 이곳으로 입주한 뒤 두어 차례 떡을 돌릴 일이 있었는데, 모두 이 집에서 맞췄다.

 
이 떡집이 있는 양 옆으로는 안경점과 맞춤양복점, 유명 패스트푸드점 등이 늘어서 있어서인지, 왠지 떡집이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으면서도 오히려 묘하게 조화가 이뤄지는 듯 해 더욱 친근감이 든다. 첨단 디지털 미디어, 영상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들어찬 곳이라 주로 젊은 직장인들이 누비고 다니는 지역이지만 이 떡집의 인기는 제법 높다. 저녁 늦게 가면 먹고자 하는 떡이 다 떨어진 경우가 다반사일 정도다.
 
하지만 기자는 이 떡집을 볼 때마다 가슴 한 구석에서 불안감이 머리를 들곤 한다. 행여나 거대 식품회사의 떡 체인점이 이 떡집을 점령하게 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에서다. 이미 전국적으로 10여 개의 떡 체인점이 성업중이며, 몇몇 브랜드는 지난 4~5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동네 떡집을 위협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동반성장위원회까지 나서서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에 대해 매장 확장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까지 했겠는가.
 
기자가 동네 떡집 ‘미작’을 위태로운 눈길로 바라보는 가장 큰 이유는 일부 떡 체인점이 단순히 떡만을 팔지 않는다는데 있다. 젊은 층의 취향을 겨냥, 소규모 카페처럼 매장을 꾸며놓고 고객들을 유혹한다. 떡 말고도 각종 전통차와 커피, 팥빙수 등을 판매하고 있으니 젊은 층의 눈길이 안 갈 수가 없다.
 
대기업 계열 제과점이 동네 상권에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소규모 빵집들이 줄줄이 문을 닫은 것처럼 이제는 동네 떡집들이 하나 둘 쓰러질 것이라는 한국떡류식품가공협회 관계자의 우려가 결코 엄살이 아닌 이유다.
 
하지만 ‘미작’같은 동네 떡집에게 좋은 뉴스도 있다.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문 떡 체인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유통되는 떡이 재래시장 떡보다 오염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청의 조사결과, 전문 떡 체인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판매하는 가래떡 시루떡 경단 등의 경우 구입 후 4시간이 지나면 일반 세균이 평균 100만 마리/g 수준까지 증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래시장의 떡들은 구입 후 9시간이 지나야 일반 세균이 이 정도로 증식했다. 이 수치가 바로 부패가 시작되는 기준이다.
 
이처럼 전문 체인점 등의 세균번식이 빠른 것은 상대적으로 많은 물량의 떡을 제조해 판매하기 때문에 상품회전율이 낮은데다 제조 후 판매점까지 이동하는 과정이 추가돼 대기 중 노출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손이 많이 가는 경단의 경우 전문 체인점이 재래시장보다 무려 150배 이상 세균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겉만 번지르르 하고, 전문 체인점이라고 해서 결코 위생상태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반증이다. 떡을 좋아하는 젊은 층들이 어디에서 떡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할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동네 빵집, 골목 상권 다 망한다고 아우성이다. 이른바 풀뿌리 경제가 송두리째 뽑혀나갈 위기다.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해 동반성장위, 지자체 의회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상황이 그리 만만치는 않다. 심정적으로는 동네 떡집 편이면서도, 몸은 전문 떡 체인점에 앉아 있는 이중적인 모습이 결국 골목 상권을 사지(死地)로 내몰게 된다. 맛있고, 위생상태도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가격도 착한 동네 떡집을 애용하는 것이 나라경제를 살리는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다. (2012.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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