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서]

원자로가 깨어지는 사고도 발생할 수 있는 고리 1호기, 안전점검이 아니라 폐쇄가 정답이다
편법 수명연장 감추려 안전성분석보고서 공개 안하는 것인가?

○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가동한지 오래된 1호기부터 폭발했다. 설계 수명보다 연장해서 가동한지 한 달 만에 발생한 사고다. 설계 수명이 다하면 핵발전소를 구성하고 있는 수천 개의 부품들 어디서 문제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고리 1호기 수명연장을 강행한 한수원(주)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사고가 날 확률은 극히 적어서 안전이 보장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일본 당국도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노심 용융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1천만분의 1이라고 주장해왔다.

○ 핵발전소를 구성하고 있는 수천 개의 부품 중에서 설계 수명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 중에 하나가 원자로다. 핵발전소가 가동되는 동안 핵분열하면서 발생한 고방사선과 중성자선이 두꺼운 강철원자로를 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 방사선과 중성자선이 나오는 정도를 조절하기 위해서 핵연료봉 배치를 바꾸기도 하고 핵연료봉과 원자로 사이에 차폐벽을 설치하기도 하며 원자로 자체를 용접 부위 없이 전체 주물로 제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초기 모델인 고리 1호기는 이런 조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방사선과 중성자선에 취약한 구리 용접제로 제작한 원자로다. 지난 2006년에 이미 원자로가 견딜 수 있는 최대 흡수에너지 허용기준(68J)을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측정되어 고리 1호기는 수명이 다한 것임이 확인되었다. 지난 50년간 폐쇄된 세계 원자로의 평균 수명이 23년인 것에 비하면 고리 1호기가 30년을 채운 것만으로도 훌륭히 역할을 다 한 것이다.

○ 그렇다면, 고리 1호기는 지난 2007년에 폐쇄 절차를 밟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한수원(주)는 더 많은 이익을 낼 욕심으로 수명 연장을 신청했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편법으로 수명 연장을 허가했다. 고리 1호기 원자로가 수명이 다한 것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심사결과 보고서 요약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수원(주)가 시험한 △최대 흡수에너지 △압력·온도 제한곡선 △가압열 충격 등 3가지 항목의 결과에서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편에서 안전을 최우선시 해야 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기준을 완화해가면서까지 수명연장을 허가해 줬다. 우리와 가동률도 다르고 가동 환경도 다른 미국 기준을 도용하면서 안전성을 여전히 강변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시험 내용 자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원자로가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시험 결과가 나왔는데 왜 다른 시험으로 이 결과를 무마시키는 지, 추가 시험인 파괴인성시험은 제대로 수행한 것인지, 파괴인성시험에 필요한 40년짜리 조사시편이 있기나 했던 건지, 파괴인성시험을 수행했다면 왜 심사결과 보고서에는 관련 결과가 제시되어 있지 않는지.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은 한수원(주)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제출한 안전성 분석 보고서인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 ‘주요긱기수명평가보고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보고서’가 공개되어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한수원(주)는 영업비밀이라며 ‘해당정보의 왜곡 또는 국내 원전정보의 해외유출’이 우려된다고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또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해야할 책임이 있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역시 규제기관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

○ 고리 1호기는 후쿠시마 원전과 달리 150기압을 견디는 가압용기이므로 원자로가 깨어진다면 훨씬 강한 폭발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냉각재가 누출되어 노심이 용융되는 사고는 냉각재라도 보충할 여유가 있지만 원자로가 깨어질 경우에는 속수무책일 만큼 원자로의 안전성 확보는 핵발전소 가동의 핵심 조건이다.

○ 지난 12일 전기계통 고장으로 가동이 중지된 고리 1호기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판단하기도 전에 한수원(주)가 먼저 간단한 부품 교체로 안전성이 확보되었으니 재가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규제기관이 얼마나 사업자를 대변해서 편의를 봐줘 왔으면 이런 안하무인이 가능한 지 확인케 하는 대목이다.

○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번 기회에 고리 1호기 수명연장을 취소해야한다. 한수원(주)는 스스로 고리 1호기 가동을 포기하고 폐쇄절차에 들어 가야한다. 수백만 시민들이 겨우 1%의 전기 생산을 위해서, 한수원(주)의 이익을 위해서 위험한 핵발전소 가동을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

2011년 4월 19일

국회의원 권영길, 김춘진, 안민석, 이상민, 조경태, 전 국회의원 선병렬
환경운동연합, 부산 환경운동연합, 울산 환경운동연합

출처: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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