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당 단가 3500원…2015년 2500원대까지 하락 기대

[편집자주]휘발유값이 리터 당 2000원 대에서 내려올 조짐이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최근 EU의 이란 제재안 결의로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이 가시화되자 유가는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가 알뜰주유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안정화 정책을 내놨지만 역부족으로 비치는 이유다. 이에 본지는 네 편의 기획 기사를 통해 현 상황의 원인을 점검하고 대안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려 한다.

①알뜰주유소, 체감 효과 약한 이유는
②정유4사 과점 깨면 기름값 내리나
③삼성토탈은 특혜 지적을 넘어설 수 있나
④대체연료 시장, 멀고 먼 활성화의 길

경제학점 관점에서 시장 독점적 지위에 있는 재화의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는 요인 중 대체재라는 개념이 있다. 해당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유사 재화가 등장하는 경우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휘발유·경유 등의 제품은 그러나 현재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대체재가 불법제품 외엔 없는 상황이다. 가격 조정이 쉽지 않은 원인 중 하나다.

개념적으로는 대체재가 존재한다. 석유및석유대체연료사업법(이하 석대법)을 보면 석유대체연료로 세 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디젤 그리고 디메틸에테르 등이다. 이중 가스대체연료로 각광받고 있는 디메틸에테르를 제외하면 사실상 휘발유·경유를 대체할 수 있는 원료는 바이오 연료 2종이다.

하지만 아직 바이오 연료는 대체재로 요원하다. 다양한 소재에 대해 국내외로 연구 개발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이미 상용화 된 바이오 연료들도 여러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옥수수, 팜(코코넛) 등 육상 작물을 사용해 만든 바이오에탄올·디젤 등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산화탄소 발생, 식량 자원 고갈을 야기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처럼 면적이 한정된 국가에서는 그나마도 생산이 쉽지 않다.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대안을 찾던 중 도달한 자원이 해양식물, 즉 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연료다. 99%에 달하는 육상 바이오 자원에 비하면 1%밖에 안 되는 양이지만 석유제품 생산 능력, 환경 친화적이란 강점은 다른 육상 바이오 자원을 압도한다.

◇미세조류 바이오 연료, 생산할 수록 이산화탄소 줄어
지난 24일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해양과학연구원(이하 해양연)을 찾았다. 해양연은 2007년부터 미세조류를 연구해 온 정부기관으로, 지난 해에는 40톤 규모의 배양실험장을 만들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세조류란 말 그대로 미세한 입자의 조류군을 말한다.

미세조류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강도형 선임연구원은 "미세조류 1kg은 1.8kg의 이산화탄소를 소모한다"는 말로 설명을 시작했다.

"최초에는 파래, 모자반, 다시마 등의 커다란 종으로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2009년부터 미세조류를 이용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강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연료는 다른 바이오 연료 등의 대체재에 비해 다섯 가지의 강점이 있다.

우선 석유연료와 유사하면서도 청정하다는 점이다. 미국국립바이오디젤협회 자료에 따르면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디젤은 석유 연료 대비 43% 낮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탄화수소나 미세먼지, 그리고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발암물질 배출도 현저하게 낮다.

또한 수소 연료와 같이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해야 되는 다른 대체재와 달리 기존 산업 시설을 그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강점이 있다. 즉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자동차 등에 곧바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기기 변경이 필요없다. 석유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운송 등도 현행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상업적인 면도 우수하다. 해양연 자료에 따르면 미세조류는 1에이커 당 최저 1600갤론에서 최대 8550갤론의 석유를 생산할 수 있다. 육상 작물 중에서 가장 효율이 좋다는 야자수(1에이커 당 640갤론)보다 최대 13배 가량의 효율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가 직면한 식량 문제, 탄소 배출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은 이 자원이 가진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강 선임연구원은 "미세조류 자원은 육상 바이오 연료 자원에 비해 1% 수준이지만 이산화탄소 소비량은 2대 1 수준이로 높다"면서 "1kg 당 1.8kg의 이산화탄소를 소비하기 때문에 온실 가스를 감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전했다. 바이오에탄올 생산을 위해 식량자원인 옥수수 등을 사용하면 식량 문제와 이산화탄소를 소비하는 식물 자원을 없애는 효과를 낳는다. 반면 미세조류 바이오 연료는 오히려 이산화탄소를 소비하면서 식량 자원을 고갈하는 문제도 없다.

3~8시간에 한 번씩 증식하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자원이라는 점, 밀집도 조절에 따라 생산 시설 규모를 최소화 할 수도 있고 해양에 설치 가능하다는 점 등은 부차적인 장점이다.

"전 세계가 수소 (자원) 기반으로 가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면서 그러나 "그 중간 과정에서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연료 개발 및 사용이 필요하다"라고 강 선임연구원은 강조했다.

▲ 바이오 연료 특허 출연 연도별 현황 =출처 특허청

 

 ◇국내 기술수준 세계적…실증 위한 투자는 적어
해양연에 따르면 미세조류를 통해 생산하는 바이오 연료의 리터 당 단가는 3500원 대다. 아직 상용화는 멀어 보인다. 하지만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석유화학 제품들이 고부가가치 상품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세조류 또한 다양한 고부가가치 부산물을 생산한다. 이를 감안하면 2015년에는 별도의 정부 보조 없이도 2500원 대까지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강 선임연구원은 기대하고 있다.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한국 대기업 및 대학들의 연구도 이를 앞당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바이오연료 관련 특허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총 237건이 출원됐는데, 2007년까지 10건 내외에 불과했던 출원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2008년 33건을 넘어섰고 2009년 54건, 2010년 50건, 2011년 62건으로 급증세다.

특히 2007년까지는 외국인 출원이 주를 이루었으나, 2008년 이후에는 내국인 출원이 꾸준히 증가하여 작년에는 전체출원의 98%가 내국인 출원 기술로 등록됐다.

강 선임연구원은 "기초 단계인 실험실 수준은 미국 대비 100% 정도이며 기반 및 응용 단계인 파일럿 플랜트는 8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현재 가장 활발히 미세조류 바이오 연료 기술을 연구하는 국가이다. 이를 볼 때 기술력 면에선 세계에 견줘봐도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아직 국내에선 대규모 실증연구 시설을 운영해보지 못했다는 점이 취약점이다. 해외 기술 수준에 비해 설비가 85% 수준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 선임연구원은 "대기업들이 투자에 비해 효율이 현재 시점에서는 좋지 않기 때문에 소극적이다"라면서도 그러나 "삼성, 포스코 등은 기업 내에 별도의 미세조류 바이오 연료 연구팀이 있고 롯데, 호남석유화학 등 유수의 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 관련법 개정도 절실하다. 애리조나 주립대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할 때 미세조류를 이용한 공정에 들어가는 생산단가 중 42%가 배양 과정에 들어간다. 양지원 카이스트 교수는 "소모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유전형질전환으로 만들어진 우량미세조류를 사용할 수 있는 GMO법의 개선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석유 자원의 고갈시점은 이견이 많지만 대체적으로 향후 40년 후, 즉 2050년 전후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포스트 석유 자원 시대의 새로운 경쟁을 선점하기 위해선 포스트 자원으로 불리는 바이오 연료 부문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연료 개발은 에너지 속국을 벗어나는 데도, 전 지구적 문제인 환경 문제 해결에도 또 하나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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