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서민경제 울리는 고유가의 속살

 

 

어버이날을 맞아 모처럼 일찍 퇴근길에 올랐다. 터벅터벅 고개길을 오르다가 문득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긴 바지 생각이 났다. 혹시나 문을 닫을까봐 부랴부랴 서둘러 세탁소로 달려 갔다.

"아저씨, 제가 맡긴 바지 주세요"

12년간 우리 동네에서 세탁소를 해 온 아저씨는 내가 지난 주 맡긴 두 벌의 양복 바지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가격은 알지만 으레 가격을 물었다.

"6000원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지 한 벌에 2500원이었는데, 9호선 전철도 아니고 500원 인상은 너무 컸다. 하지만 아저씨의 설명을 듣고 나자 따져 묻기도 미안했다.

드라이클리닝 시 사용되는 전용 세제인 드라이 소프 가격이 너무 올라서 불가피 했다는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1말 당 6만3000원이던 세제 가격이 지금은 11만원이다. 1년 새 두 배나 올랐으니 나만 좋자고 가격 인상을 욕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1년 동안 왜 이렇게 오른 걸까. 이유는 문제의 세제가 석유 제품이기 때문이다. 세탁소 아저씨의 설명에 따르면 유가가 오르면서 제품 가격이 1만원, 1만원 씩 올라 지금 수준이 됐다고 한다.

세탁소 아저씨는 "드라이 소프는 휘발유 다음으로 정제되는 제품"이라며 "그만큼 품질이 높은 제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원래 비쌌지만 이렇게 급격히 오르니 (가격을 안 올릴 수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고유가 상황은 이렇게 우리가 평소 인지하지 못하던 생활 속에서 그 속살을 드러냈다. 예부터 의식주는 필수다.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양복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드라이클리닝 비는 필수다. 자가 승용차처럼 안 몬다고 비껴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알뜰주유소, 최근 제5정유사가 된 삼성토탈에만 매달려서 이런 부분은 잘 보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금을 내리는 일괄 조치도 기획재정부는 할 생각이 없다. 그리고 다른 정유4사는 작년에 최대 실적을 올렸다며 잔치를 벌렸다.

혹자는 와이셔츠 한 벌 당 990원을 내건 프랜차이즈 업체로 옮기면 될 것이라고 기자의 편협한 시각을 질타할 지도 모른다.

이 지적에 대해 세탁소 아저씨는 "가격이 오르면 손님들이 OOOOO 같이 박리다매 하는 곳으로 옮기는데 결국 돌아오더라"며 "거기는 대신 좀 더 싼 드라이 소프를 쓰고 손님들이 한 두달만 지나면 금방 알게 된다"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고유가가 내 드라이클리닝 비를 올렸다는 사실에 한숨 쉬는 내 앞에서 아저씨는 손님이 떨어졌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정부가 살리겠다고 공언한 서민 경제는 오늘도 이렇게 한 발 더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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