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의 기본조건
한식 세계화의 기본조건
  • 정순영 기자
  • 승인 2011.07.0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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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대기업들이 수입한 쌀(?米)로 빚은 막걸리가 잘 팔리고, 중국서 수입한 배추나 고추로 담은 중국김치와 ××태양초 고추장이 잘 나간다고 한국의 식품산업정책이 성공한 것인가. 또 GMO 외국산 원료를 직수입하여 국내에서 가공한 식용유나 참기름이 잘 팔린다고 식품의 세계화정책이 성공한 것인가. 광우병 의심 30개월령 수입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선전하는 것이 제대로 된 국민 식(食)교육인가.

식품산업분야 `우리 것` 빠져

원래 식품을 가공하고 보전하는 일은 우리 농어가들의 고유분야이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기업화된 지금 우리나라 식품산업 분야에는 농어민이 보이지 않고 우리 농산물이 없다. 우리 농업, 농산물과 농민의 참여가 없는 현란한 식품산업이 공허하게 메아리치는 이유이다. 제 아무리 원료수입 가공 비즈니스가 잘 된다고 해서 그것을 한식의 세계화정책이 성공했다고 말하기에는 아무래도 민망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돈버는 농업, 살맛나는 농촌” 공약과는 너무나 먼 이상한 나라의 정책으로 비추기 때문이다. “지들만 잘 먹고 잘 버는” 수입식품산업이 무슨 정책이란 말인가! 땅(흙)과 물과 환경생태계 보전이 첫째 목적인 친환경 유기농업 식품 수입마저 외국에 자유롭게 허용하려는 관련법규 개정 움직임은 또 무엇인가. 외미 의무수입, 관세없이 김장배추 수입, 유기농산품 마저 무검사 수입, 우리나라 기초 친환경농업의 설자리는 어디인가.

최소한 10여년전까지만 해도 우리 식문화(食文化)는 식의동원(食醫同源), 신토불이(身土不二)의 심오한 철학에 뿌리를 두고 한식의 보편화전략을 모색하였었다. 우리 국민들이 매일 먹는 음식 재료의 한국화와 전통적으로 조리하는 방식 그리고 그것을 담는 그릇의 아름다움은 궁중요리이건 일반 가정요리이건 또는 지방 특유의 토속요리이건 미생물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살아있는’ 발효성 음식의 수월성이었다. 그래서 친환경 발효식품은 곧바로 우리의 피요 살이요 혼이었다. 우리의 혼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발효음식의 밑바탕에는 언제나 하늘도 땅도 사람도 함께 살리는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생명 유기농업과 공동체정신이 깃들어 왔다.

일반적으로 식재료와 음식 맛에는 4원미(元味) 즉, 짠맛, 신맛, 단맛, 쓴맛으로 대별되는데 우리 음식은 그에 더하여 매운맛, 감칠맛, 시원한 맛, 얼큰한 맛 등의 네가지 조화맛(調和味)이 추가적으로 곁들여 지는 것이 자랑이다. 발효음식 고유의 맛과 다양한 양념의 조화 덕이다. 고춧가루, 생강, 깨, 들깨, 마늘, 파 등으로 만들어진 천연조미료를 양념(藥念)이라 불러온 이유 역시 바로 이들에 의해 쌀, 보리, 콩, 밀 등 각종 약곡(藥穀)과 각종 음식이 한 차원 더 높아진 오묘한 맛을 우려낼 수 있고 상승보완작용에 의해 보약의 기능을 수행한데 기인한다. 색상(色相)의 화려함도 우리나라 식품의 자랑이다. 백색(白色)의 무, 양파, 마늘, 연근의 주산지이며, 녹색(綠色)식품인 배추, 시금치, 근대, 오이가 아주 잘 자라는 적산지이고, 등황색(橙黃色)의 호박, 고구마 등의 생육 적지이며, 적색(赤色)식품인 자색 양배추, 가지, 고구마, 비트 재배가 무난하다. 이른바 무지개 7색, 햇볕의 일곱가지 빛으로 상징되는 음식재료가 풍성히 식탁을 장식해왔다. 오늘날 세계인의 건강식이 바로 이와 같다.

식문화, 살아있는 종합예술

산과 바다에 두루 갖추어 각양각색의 토산품이 토착음식으로 발달해 온 우리나라는 참으로 신이 축복한 나라이다. 그리하여 각 계절에 나는 신선한 식재료로 지방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되어 지방질이 적고 건강요소가 풍부한 다이어트 건강식품, 즉 보약이 아닌 것이 없다. 일찍이 김치류, 간장 된장류, 젓갈류 등 가지각각의 발효식품이 음양의 조화, 알카리성과 산성의 조화, 맛과 색상의 조화 그리고 야생미와 짠맛의 조화를 통해 우리 식품의 기본을 형성해왔다. 거기에 토속 농산물과 특산물을 깊은 산속에서 흘러나온 맑은 약수 물에 빚은 토속 주류, 청주와 막걸리와 각종 과일주는 문자 그대로 건강장수주이며 예술작품이다. 다만 이같은 식재료들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재배한 살아 숨쉬는 ‘온전한 식품(whole food)`일 때 그 식음료의 본래 맛과 건강기능이 살아난다. 농약과 유해색소, 방부제 등 화학물질이 농산물의 생육 및 조리과정에 투입될 때 저마다 생육 때부터 배양되었던 고유한 항체기능, 예컨대 항균성, 재생복원기능, 항산화 기능, 항암기능, 면역력 등이 크게 감소하거나 소멸되고 식음료 고유의 맛마저 변질되기 때문이다.이렇듯 슬로우푸드(slow food)의 전형인 발효식품은 각종 미생물들이 살아 숨쉬는 신의 창조물이다. 세계인들이 죽은 음식을 주로 먹는데 비하여 한국사람들은 살아 있는 음식을 섭취해왔다. 농수산물 고유의 원형(wholesomeness)을 살리며 새로운 풍미(맛)와 영양과 가치를 창출하고, 보전기간을 연장하며, 가소화 영양비율을 높이는 살아있는 식품(living food)이 발효식음료이다. 그래서 친환경유기농 발효식품을 ‘제2의 천연식품(Natural Food)’이라고 부른다. 우리 국민들은 채소 과일 우유 등 신선 농수축산물류는 물론, 딱딱한 곡물, 생선머리, 생선창자, 홍어내장까지 발효시킨 젓갈을 밥상머리에 올려왔다. 모든 생물을 발효식품화하는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 뿐이라고 말해 과언이 아니다. 그 비결은 서남해안 갯벌에서 햇볕으로 구워 올려 3년이상 간수를 뺀 ‘천연소금(천일염)’의 존재가 한식문화의 에센스이다. 젓갈류의 맛이 더해진 김치는 만인의 미각과 심미감을 자극한다. 우리나라의 짠 음식도 이유가 있다. 대부분 동아시아 쌀 주산지 나라에서는 역사적으로 식단구성이 짜거나 맵다. 야생성이 강한 쌀밥을 소금의 짠맛으로 중화시켜 식영향 효과를 탁월하게 높이기 때문이다.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곳에서는 반드시 반찬들이 짜고 매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음식이란 원래 ‘머리 두뇌가 먼저 먹음직하고 먹고 싶다’고 판단을 내려야 후속조치로 소비가 이루어진다. 두뇌로 하여금 먹음직하다고 판단을 내리게 하는데 과학기술의 합리주의와 문화예술의 심미성이 크게 한 몫을 한다. 그래서 음식 담는 용기 역시 우아하고 적절하며 과학적이면 더 호감이 생겨 식욕을 부추킨다. 거기에 문화와 예술이 흥을 돋구면 더욱 소비가 촉진된다. 이렇듯 한 나라의 식문화는 식재료와 조리방법과 식품을 담는 아름다운 용기와 문화예술이 합동으로 만들어 내는 살아 숨쉬는 종합 예술작품이다.

지역적인 게 가장 세계적

이쯤해서 한식을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게 하는 길은 화학공해에 찌들지 않은 순수 ‘우리 것’을 지연(地緣)산업으로 키워 발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하게 된다. 농약과 방사선 조사(照射)와 GMO로 뒤범벅이 된 외국 농산물로 가공, 조리, 발효시켜 아무리 TV 광고선전으로 국민소비자들을 현혹시킨다고 해서 식품의 ‘온전성’이 살아나지 않는다. 친환경 유기농의 순수한 우리 것을 우리 그릇(도자기)에 담는 문화와 예술(한류)과 자연경관 그리고 따뜻한 인정(人?)등 어메니티적인 요소를 한데 묶어 내놓을 때 비로소 진정한 ‘1+2+3=6차’ 산업이 탄력을 받는다. 그런 바탕 위에서 우리 건강식품이 세계화의 날개를 달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세계 식품규격위원회(CODEX)도 김치와 고추장을 우리 말, 우리 것 그대로 세계표준식품으로 인정했으며 된장, 간장, 인삼 등도 중국, 일본식과 더불어 표준으로 인정했지 않는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는 살아있는 증거이다. 나머지 과제는 식품산업의 발전과 세계화 정책이 주민과 농어민의 소득으로 귀속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현재 농어민의 삶을 꽉 조이고 있는 시설·규모·절차 면에서 대기업 위주로 짜여진 각종 식품관련 법규, 예컨대 식품가공위생법, 주세법, 도정법 등을 유럽등 선진국형으로 대폭 고쳐 전통적으로 농어가에 고유했던 발효식품 가공분야를 농어민에게 되돌려 줌으로써 농가소득 증대로 직결시켜야 한다. 그것이 돈 버는 농업, 살맛나는 농촌, 한식 세계화의 기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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