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생산성 개념 필요
한국 탄소생산성, 주요 국가보다 낮아
향후 30년, 120년 기간 산업혁명 수준 변화 필요

한국은행은 지난 19일 발표한 ‘기후변화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시대에는 기업의 경쟁력 지표로써 과거 투입 위주의 노동생산성 개념과 함께 자원생산성·탄소생산성 등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기후중립적 생산성을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국은행은 지난 19일 발표한 ‘기후변화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시대에는 기업의 경쟁력 지표로써 과거 투입 위주의 노동생산성 개념과 함께 자원생산성·탄소생산성 등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기후중립적 생산성을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승문 기자] 기후위기 시대에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고려하는 ‘탄소생산성’ 지표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한국의 탄소생산성은 주요 국가보다 상당히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탄소생산성을 현재보다 10배 이상 높여야 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생산성 개념 필요

‘기후위기 극복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지속가능발전과 녹색성장, 그린뉴딜과 탈성장으로 이어져 온 환경과 사회, 경제 문제에 관한 전 인류의 고민이자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로 여겨진다. 기후위기는 이러한 과제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경고음이라 할 수 있다. 

이제까지 경제성장 지표로 폭넓게 활용해 왔던 생산성 개념 역시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환경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도록 변화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정선영 부연구위원과 허정 조사역은 지난 19일 발표한 ‘기후변화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시대에는 기업의 경쟁력 지표로써 과거 투입 위주의 노동생산성 개념과 함께 자원생산성·탄소생산성 등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기후중립적 생산성을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요소를 고려한 대표적 기후중립적 생산성 지수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녹색성장지수(Green Growth Index, GGI)를 들 수 있다. 이 지수는 세부 지표로써 탄소생산성, 에너지생산성, 비에너지물질생산성 등을 포괄하고 있으며 국가별로 매년 추계하고 있다. OECD는 탄소생산성을 이산화탄소 배출량 대비 국내총생산(GDP)으로, 에너지생산성은 1차 에너지공급량 대비 GDP로 측정하고 있다. 

탄소생산성과 에너지생산성은 각각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탄소집약도(이산화탄소 배출량/GDP)와 에너지집약도(에너지공급량/GDP)의 역수로 사실상 같은 의미다.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GDP의 상대적인 크기에 따라 집약도가 낮아지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집약도가 높아지면 생산성은 낮아진다.

◇ 한국 탄소생산성, 주요 국가보다 낮아

보고서는 탄소배출량 대비 산출량을 나타내는 지표인 탄소생산성을 환경적 요소를 반영한 가장 직관적이고 대표적인 생산성 지표로 평가하고 있다. 탄소생산성이 높아지면 매출 증가 등 기업가치가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나 경제성장 지표로서도 적합하다는 것이다.

또한 탄소생산성은 기업의 미래 성장잠재력을 나타내는 지수로도 해석할 수 있는데, 탄소생산성이 높아지면 규제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작아지고 규제에 대응하는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영성과가 개선될 수 있고 기업 평판 제고를 통해 매출 증대도 가능해 기업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의 탄소생산성은 주요 국가보다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 한국의 탄소생산성은 CO2 1㎏당 3.7달러로, 유럽연합(EU)이 6.7달러, 일본 5달러, 미국 4.2달러보다 낮았고, OECD 평균인 4.9달러에도 못 미쳤다. 보고서 분석 결과를 보면, EU와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탄소집약도 개선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왔는데, 한국의 탄소집약도는 주요국에 비해 뚜렷한 개선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 향후 30년, 120년 기간 산업혁명 수준 변화 필요

그렇다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소생산성이 얼마나 개선되어야 할까?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지난해 12월 31일에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2019년 기준 GDP 10억 원당 온실가스 배출량(탄소집약도)은 379톤이다. 이를 탄소생산성으로 바꾸면 톤당 약 2,640만 원이 된다. 

여기에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의 GDP 전망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하면, 한국의 2030년과 2050년 탄소생산성 목표를 추정할 수 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GDP는 2040년까지 연평균 1.9%, 2040년에서 2050년까지 1% 증가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는 4억 3,660만 톤이고,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온실가스 흡수 및 제거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가 A안은 8,040만톤, B안은 1억 1,730만 톤이다.

2030년과 2050년 탄소생산성을 분석해 보면, 2030년 탄소생산성 목표는 톤당 5,080만 원이 되고, 2050년에는 A안의 경우 톤당 3억 6,800만 원, B안은 톤당 2억 5,200만 원으로 예측된다. 이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19년 기준 탄소생산성 약 2,640만원에서 2030년에는 약 2배, 2050년에는 10~14배까지 탄소생산성이 큰 폭으로 증가해야 한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생산성이 10배 규모로 높아진다는 것은 약 120여 년에 걸친 산업혁명 기간의 노동생산성 증가분에 맞먹는 수치를 의미한다. 산업혁명 기간 120여 년의 대전환을 30년이 채 남지 않은 기간에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파리협정의 감축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GDP의 4.2%에 해당하는 비용이 드는데, 이는 기후변화 대응을 하지 않는 경우 발생하게 되는 글로벌 GDP 감소분 11~14%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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