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버리지 않은 쓰레기...다시 우리에게 온다
‘친환경 소재’ 찾기보다 ‘소비습관 바꾸기’가 더 중요

지구에 쓰레기가 넘친다. 넘치는 쓰레기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넘실대는 쓰레기 더미는 모두 인류가 구매해 사용한 것들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으면 좋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구에 쓰레기가 넘친다. 넘치는 쓰레기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넘실대는 쓰레기 더미는 모두 인류가 구매해 사용한 것들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으면 좋을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지구에 쓰레기가 넘친다. 넘치는 쓰레기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넘실대는 쓰레기 더미는 모두 인류가 구매해 사용한 것들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으면 좋을까? 한편에서는 “이제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환경을 생각해서라도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환경을 위해 소비를 줄이라는 건 과연 무슨 까닭일까?

기억의 추를 잠시 뒤로 돌려보자. 세기말 즈음, 그러니까 IMF 충격이 대한민국을 뒤덮은 직후에 ‘아나바다’운동이 일어났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는 단어의 앞글자만 딴 줄임말이다. 요즘 ‘별다줄’이 유행이라는데 사실 줄임말은 25년 전에도 저렇게 있었다.

아끼고 나누고 바뀌고 다시 사용하려는 이유는 분명했다. ‘절약’하자는 의미다. 경제개발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던 그 시절처럼 지출을 줄이고 돈을 모으자는 뜻이었다. 당시 기준 10여년 전부터 이른바 ‘마이카 시대’가 왔다며 떠들썩했고 해외여행 자유화, 프로스포츠 태동 등과 맞물려 소비문화가 본격적으로 꽃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IMF 위기를 맞으면서 허리띠를 다시 졸라매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게 그 시절의 시대적 배경이었다. 

◇ 제대로 버리지 않은 쓰레기...다시 우리에게 온다

환경과 쓰레기 문제, 그리고 소비 사이의 관계를 한번 들여다보자. 인간이 구매하고 사용하는 거의 모든 것이 언젠가는 쓰레기가 된다. 제대로 버려 정해진 방법대로 처리하면 괜찮다. 하지만 함부로 버리거나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우리 주위에 쌓이고 이리저리 흘러다니던 쓰레기의 잔재 중 일부가 인류의 식탁에 다시 오른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에서 떨어져나간 미세플라스틱이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 해양생물의 먹이가 되고 그 해양생물이 인간의 식재료가 되는 순환구조다. 

너무 많이 버려도 문제다. 한겨레21이 지난해 8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등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폐기물 양은 49만 7,238톤이다. 그 중 대부분은 건설폐기물이나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것들로 전체 폐기물의 약 85%가 그 곳에서 나온다. 소비자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가 집에서 흔히 버리는 생활계폐기물도 하루에 5만 7,961톤씩 배출된다. 적은 양이 아니다.

물론 폐기물의 상당수는 재활용된다. 나머지 중 상당수도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방식으로, 그러니까 제도권 아래서 이른바 ‘정상적인’ 방법으로 처리된다. 하지만 많이 버려지고 또 함부로 버려지는 쓰레기도 만만치 않아서 문제다. 본지는 매주 목요일 ‘폰카로 읽는 생활환경’ 컬럼을 통해 길에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 모습을 공개하는데 앞으로 2개월 넘게 매일 올려도 남을 만큼의 쓰레기 사진이 모여있다. 이 기사를 읽는 누군가가 함부로 버린 쓰레기들이다.

문제는 쓰레기의 양이 늘어난다는 데 있다. 앞서 언급한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국민 1명당 배출하는 생활계폐기물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꾸준히 늘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1회용품 사용이 늘고 배달음식이나 택배 등의 이용이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도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 ‘친환경 소재’ 찾기보다 ‘소비습관 바꾸기’가 더 중요

대책은 뭘까. 전문가들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인 소비 습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8월 서울환경연합 등이 주최한 ‘대담한 쓰레기 대담’에서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소재는 없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친환경 소재여도 사용하는 양이 많아지면 환경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취지였다.

제품과 쓰레기의 관계도 그렇다.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품’이 무엇이냐고 자꾸 묻는다. 좋은 취지의 질문이겠지만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 그 제품을 사용하는 습관, 그리고 그 제품을 얼마나 사용하고 언제 버리느냐에 따라 쓰레기의 양과 질이 결정되기도 해서다.

예를 들어보자. 일회용 비닐봉투는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에코백은 환경적일까? 에코백이 환경적이려면 131번 이상 사용해야 한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2019년, “면화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비료와 살충제 등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수질오염을 일으킨다”고 지적하면서 “일회용 비닐봉지보다 환경 영향을 적게 미치려면 에코백을 131회 정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 문제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소재 중 하나인 플라스틱을 들여다 봐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그린피스는 지난 2019년 발간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 일회용의 유혹’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거의 절반이 포장재다. 대부분은 재활용되거나 소각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의 평균 수명이 건설재료 35년, 전자제품 20년인 것에 비해, 포장재는 평균 6개월 이하다.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소비량 가운데 이러한 포장재가 가장 많다는 것이 플라스틱 위기의 근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플라스틱이라는 소재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인류의 습관이 문제라는 얘기다. 소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음주 줄여야 산다 2편에서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쓰레기를 줄인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역사 이후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스물 두번째 시리즈는 ‘과소비’입니다. 인류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환경적인 이유에서 그렇습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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