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 키워드는 ‘디지털’, ‘데이터’, ’ESG’
탄소중립 시대 발맞춰 기업 비전 업데이트해야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새해가 되면 기업들은 신년사를 통해 그 해 비전과 경영 전략을 밝힌다. 올해도 2022년 업무가 시작되는 첫 날, 기업 신년사가 쏟아졌다. 유통업계 신년사를 종합해 보면 세부적인 목표는 다르지만 ‘디지털’, ‘데이터’, ESG’로 중심 키워드를 정리할 수 있다.

유통기업들은 올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본격적인 사업구조 재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른바 ‘영역 없는 유통 초경쟁시대’이자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서는 지금까지의 성공 노하우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에 동의하면서 새 판을 빠르게 짜야 한다고 본 것이다. 

홈플러스는 이러한 유통 현실과 관련해 “10년 전 마트의 프로모션 방식으로는 생존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가격이 아닌 무엇으로 경쟁해야 하는 시대일까. 탄소중립 시대에 기업이 갖춰야 하는 강력한 경쟁력 중 하나는 단연 환경 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고 탄소배출 책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유통기업은 생산·유통·소비 전 단계에서 지속가능한 순환체계를 만들어 탄소저감을 실천할 의무가 있다. 

올해 신년사를 살펴보면 몇몇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의 힌트를 ESG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환경과 관련한 비전이나 방향을 밝힌 기업은 그리 많지 않았다. 농심, SPC그룹, 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식품·유통기업 15곳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신년사에서 탄소감축이나 ESG를 언급한 기업은 7곳에 불과하다. 해당 기업들은 탄소감축, 리사이클 확대, 친환경 활동 강화, ESG 경영체제 전환 등을 언급했다.

나머지 기업에서는 디지털 전환과 이커머스 시장 주도권 쟁취 등의 화두에 가려 환경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여러 키워드 중 환경이 간간이 눈에 보이긴 해도 여전히 뒤로 밀려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국내 대형 유통사인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그룹, 롯데그룹의 신년사를 살펴보면, 직접적으로 ESG를 언급한 곳은 롯데그룹밖에 없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ESG와 관련해 지난해 성과를 언급하며 올해는 임직원 개개인이 ESG 활동을 내재화하고 실천해주길 주문했다. 오너가 공식적으로 무엇을 언급하는지는 기업 구성원은 물론, 업계 안팎에서 의미있는 흐름을 만들기에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편 대부분의 기업에서 강조한 ‘고객 데이터 중심의 경영’이 궁극적으로 친환경 경영에 가 닿을 것이라는 짐작도 가능하다. 기업에서 주목하고 있는 새 시대 새로운 소비주체가 만들어내는 소비 트렌드가 환경적 가치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게으른 기업을 싫어한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게 기업 가치관과 비전을 업데이트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로부터 결국 외면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SG에 대한 접근도 보다 구체화되어야 할 것이다. 여러 기업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 ESG 경영을 강조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향보다는 ESG가 중요한 이유 등을 두루뭉술하게 얘기한 곳이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ESG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실천 요소를 하나씩 더해가는 기업도 있겠지만 단순히 유행에 편승해 ESG를 남발하는 것이라면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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