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분류체계에 원전 포함 여부 논란
원전은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가
고준위 방폐물, 10년 후면 포화상태

 

정부가 발표한 ‘녹색분류체계’에서 원자력발전이 빠지고 유럽연합(EU)이 마련 중인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는 초안이 공개되면서 원전이 ‘친환경’인지에 대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정부가 발표한 ‘녹색분류체계’에서 원자력발전이 빠지고 유럽연합(EU)이 마련 중인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는 초안이 공개되면서 원전이 ‘친환경’인지에 대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권승문 기자] '원자력발전이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기 때문에 친환경이고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원전은 저탄소 에너지원이 아니며 온실가스 배출 외에 다른 환경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발전원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평가한 주요 논문과 보고서를 통해 해당 논란의 배경과 맥락을 살펴본다.

정부가 발표한 ‘녹색분류체계’에서 원자력발전이 빠지고 유럽연합(EU)이 마련 중인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는 초안이 공개되면서 원전이 ‘친환경’인지에 대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친환경 여부를 평가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고 온실가스 배출량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원자력발전은 석탄이나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태우는 화력발전소와 달리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원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비교하기 위해서는 ‘발전’과정뿐만 아니라 원료의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걸친 전과정평가가 필요하다. 

원전의 경우 연료인 우라늄 채굴과 농축 및 가공, 발전소 건설과 운영, 방사성폐기물의 보관·운반·처리, 발전소 폐쇄 단계까지를 포함한다. 주요 국제기구와 연구기관들도 전과정평가를 적용해 발전원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해 발표하고 있다.

◇ 원전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 천차만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016년에 발표한 ‘원자력발전과 지속가능발전’(Nuclear Power and Sustainment) 보고서를 보면, 전주기 관점에서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kWh당 5.6~19.7g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로 추산됐다. IAEA는 원전은 수력발전과 함께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은 발전이라고 주장한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올해 10월 발표한 ‘발전원별 전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of Electricity Generation Options)에서도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kWh당 5.1~6.4gCO2eq로, 수력발전(6~147)이나 태양광발전(8~83), 육상 풍력발전(7.8~16)보다도 적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14년에 발표한 5차 보고서를 보면, 전과정평가를 통해 분석한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3.7~110gCO2eq로 큰 차이를 보인다. 2017년 네덜란드의 반핵 연구기관인 세계 에너지 정보 서비스(WISE) ‘기후변화와 원자력발전’도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9~117gCO2eq로 추산해 IPCC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마크 제이콥슨 교수가 2019년에 발표한 ‘지구온난화, 대기오염, 에너지 안보에 대한 원자력발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78~178gCO2eq까지 추산된다. 

외국 연구 사례를 도입하기는 어려운 만큼 국내 발전원별 온실가스 배출량 전과정평가가 필요해 보인다. 환경부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녹색부문’ 및 ‘전환부문’ 중 일부 경제활동에 대해서는 국제표준화기구(ISO)나 EU에서 고려하고 있는 전과정평가의 기준을 적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전과정평가에 필요한 국가 전과정 목록 데이터베이스가 향후 3년에 걸쳐 구축될 예정이며 업계 전반적으로 전과정평가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2024년까지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운영을 위한 검증지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2025년부터 환경성적표지 작성지침에 따라 전과정평가 기준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2025년 전과정평가 도입 시 필요한 경우 경제활동별 온실가스 감축 인정기준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원전의 사고위험과 폐기물 처분 문제 고려해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더라도 원자력발전을 녹색분류체계에 넣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녹색분류체계에는 ‘환경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다른 환경목표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라는 원칙이 있는데,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사고 위험과 방사성 폐기물 처분 문제 등 다른 방식으로 환경을 파괴할 여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EU의 녹색분류체계 초안에 따르면, 신규 원전은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과 자금, 부지가 있는 경우 녹색 투자로 분류하도록 했다. 또 신규 원전 투자가 녹색으로 분류되려면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도 친환경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달성 가능한 가장 높은 수준의 안전 기준을 달성할 수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등 국내 환경단체들은 6일 공동성명을 통해 “원전으로 인한 대형 참사의 위험을 간과할 수 없으며, 원전 운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다량의 방사성폐기물 처분 또한 문제다”라며, “처리 기술은 물론 정책적 대안도 없어 현재 임시로 방사성폐기물을 원전 내 수조에 보관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원자력발전소 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를 중간저장시설 확보 전까지 원전 부지 안에 임시보관하도록 하는 내용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확정했다. 

현재까지 한국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총 50만 4,809다발로, 국내에는 영구처분시설이 없어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이다. 지역별 원전 부지 안에 임시보관 중인 고준위 방폐물은 10년 후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smkwo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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