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선순환 프로젝트 나서는 롯데
신발과 노트북 파우치로 변신한 폐페트
아이오닉 5에 리사이클 원사 적용한 현대차
투명페트 재활용 나서는 다양한 기업들

버려지는 페트병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으로 재활용하려는 노력이 여러 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패션 기업이나 소재 관련 기업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다른 제품으로 만드는 일이 자원순환 측면에서 무조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페트병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들도 버려지는 페트병을 모아 회수해 재활용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폐페트병 수거와 재생산 등을 위해 여러 기업이 힘을 모으는가 하면 투명페트병을 활용한 리사이클링 원사를 다양한 분야에 재활용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페트병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들도 버려지는 페트병을 회수해 재활용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폐페트병 수거와 재생산 등을 위해 여러 기업이 힘을 모으는가 하면 투명페트병을 활용한 리사이클링 원사를 다양한 분야에 재활용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 플라스틱 선순환 프로젝트 나서는 롯데

기업들의 최근 행보를 보자. 롯데그룹은 지난해 9월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유통·화학 계열사 등과 함께 국산 폐페트병 재활용을 체계화한 플라스틱 선순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마트, 세븐일레븐 등 롯데그룹 유통·화학 주요 계열사는 폐페트병의 분리배출 및 수거, 가공, 재생산 등 모든 과정에 기여해 친환경 제품으로 재생산하는 ‘플라스틱 선순환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로 했다.

해당 프로젝트를 위해 롯데지주는 페트(PET) 회수 및 재활용 인프라 도입을 위한 상생협력기금 9억 원을 소셜벤처 ‘수퍼빈’에 지원한다. 수퍼빈은 AI기반 페트 회수 로봇 개발·보급할 계획이며, 수거된 페트를 원료화하는 작업까지 담당한다. 수퍼빈이 개발하는 페트 회수 로봇은 투명 페트병 선별, 페트병 라벨 제거, 이물질 유무를 확인해 양질의 페트병 수거를 돕는다.

페트 회수는 유통사가 담당한다. 롯데마트와 세븐일레븐은 개발된 페트 회수 로봇 50대를 9월 3일부터 순차적으로 점포에 배치해 페트 분리배출을 위한 거점 역할을 수행할 방침이다. 롯데는 10월 내로 페트 회수 로봇 50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회수된 페트는 롯데케미칼과 연계해 친환경 제품 생산에 재활용된다. 롯데케미칼은 자체적으로 ‘프로젝트 루프(Project LOOP)’을 진행하며,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친환경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향후 롯데케미칼은 저품질 폐페트도 원료로 사용하고, 2030년까지 반복적인 재활용에도 품질 저하가 없는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생산량을 연간 34만 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 신발과 노트북 파우치로 변신한 폐페트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0년 1월부터 Project LOOP를 추진해 다수의 업체와 함께 협약을 맺고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20년 12월 폐페트병을 수거·재활용한 친환경 가방, 신발, 자켓 노트북 파우치를 출시했으며, 2021년 6월에는 롯데지주, 롯데뮤지업과 관련 제품을 출시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2월 인천광역시교육청, 인천환경운동연합과 ‘폐플라스틱 자원순환 문화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이들은 폐페트병 선순환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자원순환 문화 조성 및 인식개선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인천광역시 내 20여개 학교에 폐페트 수거기 설치를 지원하고, 모아진 폐페트병이 재활용 될 수 있도록 리사이클링 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는 빈 생수 페트병을 직접 회수해 업사이클링한 친환경 유니폼 3000벌을 현장 직원에게 지급했다. 친환경 유니폼은 ‘Re:Green 자원순환 캠페인’ 일환으로 제작됐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송추가마골, 코다차야 등 거래처와 온라인 공식 직영몰 ‘칠성몰’의 생수 정기배송 서비스를 통해 직접 회수한 아이시스 생수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유니폼 1벌당 아이시스 폐페트병 약 18개가 사용됐다. 롯데칠성음료 음료 및 주류 총 145개 지점 현장 직원 3000여 명에게 지급하기 위해 약 5만 4000개의 폐페트병이 재활용됐다. 아이시스 500mL 페트병 1개당 약 13.1g이다. 무게로 환산하면 약 707kg의 폐플라스틱이 버려지지 않고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롯데칠성음료는 11월까지 약 6톤 규모의 폐페트병을 회수했으며 향후 이를 활용한 에코백 굿즈, 거래처 판촉물 등을 추가 제작해 거래처 및 소비자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플라스틱 선순환 프로젝트를 위해 설치된 페트 회수 로봇. 롯데는 롯데마트와 세븐일레븐에 페트 회수로봇을 설치하고, 롯데케미칼이 회수된 페트병을 친환경 제품으로 재생산할 예정이다. (롯데지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 선순환 프로젝트를 위해 설치된 페트 회수 로봇. 롯데는 롯데마트와 세븐일레븐에 페트 회수로봇을 설치하고, 롯데케미칼이 회수된 페트병을 친환경 제품으로 재생산한다. (롯데지주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아이오닉 5에 리사이클 원사 적용한 현대차

폐페트병은 다양한 분야에서 재활용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0월, 지속가능성 가치에 공감하는 글로벌 패션 편집샵 ‘분더샵’ 및 ‘레클레어’와 함께 ‘리스타일(Re:Style) 2021’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자동차 소재를 업사이클링한 제품을 공개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9년 미국 친환경 패션 브랜드 ‘제로+마리아 코르네호’와 함께 폐가죽시트를 업사이클링한 의상을 뉴욕에서 공개했고 2020년에는 6개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자동차 폐기물을 활용한 쥬얼리와 조끼 등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해 에어백, 안전벨트 등 자동차 폐기물에 한정됐던 업사이클링 소재와 더불어, 아이오닉 5에 적용된 친환경 소재들을 함께 이용했다. 소재는 리사이클 원사(투명 페트병을 분쇄 및 가공해 만든 원사)와 바이오 PET 원사(사탕수수,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바이오 성분을 활용해 만든 원사) 등을 함께 이용했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의 의미를 더했다”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효성 등 굵직한 기업들도 관련 행보에 나섰다.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그룹·현대리바트와 함께 현대중공업그룹 내에서 수거한 폐페트병을 재활용하는 ‘리젠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하고 업무 협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리젠 프로젝트’는 지자체와 협업해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섬유 ‘리젠서울’, ‘리젠제주’, ‘리젠오션’ 등을 생산하고, 이를 친환경 패션 브랜드들과 함께 의류 및 가방으로 제작하는 친환경 프로젝트다.

협약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은 각 사업장 내 폐페트병의 분리·배출 및 별도 선별 체계를 구축하고 효성티앤씨는 수거된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친환경 리사이클 섬유 ‘리젠’을 생산한다. 현대리바트가 이를 활용해 친환경 자원재순환 근무복으로 제작해 내년 6월부터 현대중공업그룹 사업장에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효성티앤씨는 이번 협업 뿐 아니라 지난 8월 포스코·여수광양항만공사와 ‘광양만권 자원순환 프로젝트’ MOU를 체결하는 등 주요 기업들과의 협업을 늘려가고 있다.

◇ 투명페트 재활용 나서는 다양한 기업들

식음료 기업에서도 여러 시도가 이어졌다. 동원F&B는 폐페트병으로 친환경 유니폼을 만들어 전국 동원샘물 대리점에 배포했다. 유니폼 1벌당 500mL 폐페트병 14개를 활용했다. 당시 동원샘물은 현장 임직원이 ESG 경영에 동참하고 지속가능한 기업 활동을 함께 실천해나가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친환경 유니폼을 배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폐페트병을 활용한 다양한 친환경 굿즈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명페트병의 효과적인 재활용을 위한 무라벨 제품 생산도 이어졌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지난해 4월 말 무라벨 용기를 적용한 먹는샘물 ‘석수’ 2L 6입팩을 출시했다. 개별 용기 전면에 부착하던 라벨을 떼고 6개입 묶음 포장재 겉면에 제품명과 용량, 수원지, 무기질 함량 등을 표기했다. 농심도 무라벨 백산수 판매를 시작했고 앞으로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농심은 “올해 말까지 백산수 전체 판매량의 50%를 무라벨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생수병을 적극 수거해 재활용하고 이를 다른 제품으로 만드는 사례도 있다. 효성티앤씨와 삼다수, 노스페이스가 협업한 사례다. 효성티앤씨가 투명 페트병 100톤을 재활용해 섬유를 만든다. 노스페이스가 이를 활용해 의류와 가방 및 용품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한다. 제주도에서 수거한 투명 페트병들이 버려지지 않고 인간에게 다시 돌아오는 구조다. 제주도에서 수거한 페트병으로 친환경 섬유를 만들고 이를 옷 등에 적용해 친환경 제품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협업이다.

페트병을 재활용하려는 노력은 2022년에도 다양한 곳에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 이후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스물 한번째 시리즈는 PET입니다. 재활용이 비교적 잘 되는 소재인데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PET병을 둘러싼 환경 관련 이슈를 정리합니다. [편집자 주]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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