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말아야 할 곳에 있는 쓰레기

컵라면을 여기서 먹었을 것 같지는 않다. 아마 바람에 날려 온 쓰레기가 아닐까? 하지만 그래도 되는 일은 아니다. (이한 기자 2021.4.15)/그린포스트코리아
컵라면을 여기서 먹었을 것 같지는 않다. 아마 바람에 날려 온 쓰레기가 아닐까? 하지만 그래도 되는 일은 아니다. (이한 기자 2021.4.15)/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뒤집힌 컵라면 용기와 쓰고 버려진 물티슈가 자전거 앞에 놓여있다. 처음에는 왜 저기 버려졌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저곳은 자전거 주차장이 아니라 학교 옆 이면도로인데 아무데나 자전거를 세워놓고 거기서 컵라면을 먹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다.

모르긴 해도, 근처 주택가 분리수거함에 버려진 컵라면 용기가 바람에 날려왔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이상한 게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10미터 이상 날아왔을텐데 다른 쓰레기는 없고 컵라면 용기만 있어서다. 어쩌면, 쓰레기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떨어졌을 수도 있다. 실제로 저 사진을 찍은 날은 해당 장소의 분리배출 수거일 바로 다음날이었다.

어떤 경우든, 저 쓰레기는 잘못 버려졌다. 제대로 버리지 않았거나 제대로 수거되지 않았다. 그래서 학생들의 등하굣길이기도 한 초등학교 옆 이면도로에 저렇게 굴러다녔다. 바람이 조금 불었다고 쓰레기가 여기저기 휘날려야 할까? 정해진 장소에, 제대로 버려야 할 이유다.

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82번째 사진은 있어야 하지 말아야 할 곳에 있는 쓰레기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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