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 제거에 속도 낸 제과업계
포장 방식 바꾸고 친환경 소재 개발한 식품업계
무라벨 늘리고 빨대 줄인 생수·음료업계

다시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은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1년이 또 지났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여전한 가운데 기후위기와 지구가열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펜데믹에 위축된 글로벌 경제 활력을 다시 세워야 하는 숙제도 여전합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ESG 경영을 속속 선언하며 지속가능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재계와 산업계 곳곳에서 버려지는 것을 줄이고 자원순환 효율을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으로 앞선 시대보다 나은 환경 가치를 시도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산업계의 지속가능경영 행보를 5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두 번째 순서는 탈 플라스틱에 나선 식음료 기업들입니다. [편집자 주]

올해는 특히 탄소중립이 전 산업계 화두였던 만큼 식품·음료기업에서도 플라스틱 저감과 관련한 보다 적극적인 활동들을 펼쳤다. 사진은 롯데제과가 카스타드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완충재를 전량 종이 재질로 변경한 모습. (롯데제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올해는 특히 탄소중립이 전 산업계 화두였던 만큼 식품·음료기업에서도 플라스틱 저감과 관련한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사진은 롯데제과가 카스타드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완충재를 전량 종이 재질로 변경한 모습. (롯데제과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탄소중립 사회를 이루려면 탈 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이 필수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유통·소비·재활용 전 과정에서 각각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제품 생산자에 해당하는 기업은 나머지 전 과정에 대한 책임이 크기에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올해는 탄소중립이 전 산업계 화두였던 만큼 식품·음료기업들도 플라스틱 저감과 관련한 보다 적극적인 활동들을 펼쳤다.

제품 속 트레이를 없애는 등 포장 구조에 과감한 변화를 준 제과업계를 비롯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포장 방식을 바꾸거나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한 식품업계, 라벨을 없애고 빨대를 없앤 음료업계까지 레스 플라스틱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관찰된다. 여기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요구와 가치소비 트렌드가 큰 몫을 했다. 국내 주요 식품·음료기업들의 지난 1년을 ‘탈 플라스틱’ 키워드로 돌아본다.

◇ 트레이 제거에 속도 낸 제과업계

제과업계는 올해 트레이 제거에 속도를 내며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을 줄였다. 과자 속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완충재는 충분히 대체될 수 있는 불필요한 플라스틱으로 지적돼 왔다. 대체로 실질 재활용률이 낮은 폴리스티렌(PS) 재질이라 분리배출하더라도 매립이나 소각될 확률이 높은 데다 과대포장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그동안 내용물의 안전성을 위해서 트레이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더불어 생산설비 교체 문제를 이유로 트레이 제거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트레이를 보다 친환경적으로 바꾸겠다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했다. 트레이를 제거하거나 중량을 줄이거나 소재를 친환경적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홈런볼’ 트레이로 잇따라 환경단체의 지적을 받아온 해태제과가 올해 생산라인에 변화를 주기로 결정했다. 해태제과는 그동안 내용물 보호와 안전한 유통을 이유로 홈런볼 트레이를 유지해왔다. 대체재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내구성과 위생 면에서 효과가 적고 경제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 어렵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기존 플라스틱이 아닌 친환경 소재를 개발해 트레이에 적용하기로 했다. 해태제과에 따르면 충남 아산에 친환경 과자공장 신축 시 홈런볼 생산라인을 새롭게 설치, 내년 하반기 중 친환경 소재가 적용된 제품을 생산하기로 했다. 

롯데제과는 지난 4월 ‘카스타드’의 플라스틱 트레이를 종이 재질로 바꾸겠다고 밝히고 11월 해당 제품을 비롯해 다른 제품에서도 플라스틱 완충재를 전량 종이 재질로 변경했다. 이를 위해 롯데제과는 설비에 30여억 원을 투자하고 6개월에 걸쳐 수백 번의 실험을 통해 카스타드와 엄마손파이, 칸쵸에 적용할 수 있는 이상적인 형태의 포장 방법을 개발했다고 알려진다. 

단순히 트레이만 없앤 게 아니라 포장 구조 자체를 바꿨다. 종이재질이 적용된 대용량 카스타드는 2층에서 1층 구조로 변경, 접촉면을 줄임으로써 압력을 분산시켰다. 완충제는 두 줄 형태의 길쭉한 종이 재질을 사용하고 칸막이를 없애 공간과 소재 낭비를 줄였다. 엄마손파이는 구조 변경 없이 단품과 대용량 모두에 사용되던 플라스틱 완충재를 종이 재질로 변경했다. 대용량 칸쵸는 기존의 비닐 외포장을 종이로 바꿔 사용하던 플라스틱 완충재를 아예 제거했다.

이밖에 롯데제과는 찰떡아이스와 팥빙수의 플라스틱 용기 중량을 약 10% 줄였고, 칸쵸, 씨리얼 컵 제품의 플라스틱 소재를 종이로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와 같은 ‘No 플라스틱’ 활동을 통해 줄일 수 있는 플라스틱 양은 연간 약 700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롯데제과는 지난 7월 친환경 패키징 전략을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제품 용기나 트레이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25% 이상 저감하고 친환경 종이 포장재 사용을 4200톤 늘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리온은 올해 중국 내수용 신규 공장에서 생산할 ‘초코칩쿠키’에서 트레이를 먼저 제거하고 추후 국내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판매용 초코칩쿠키는 트레이 길이를 약 5mm 줄이는 방식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 포장 방식 바꾸고 친환경 소재 개발한 식품업계

식품업계도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포장하는 방식을 바꾸거나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하며 지속가능한 포장 라인을 확대해나갔다. 사진은 CJ제일제당이 역대 명절 선물 중 가장 슬림한 모습으로 선보인 선물세트. (CJ제일제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식품업계도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포장하는 방식을 바꾸거나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하며 지속가능한 포장 라인을 확대해나갔다. 사진은 CJ제일제당이 역대 명절 선물 중 가장 슬림한 모습으로 선보인 추석 선물세트. (CJ제일제당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소비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식품업계에서도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포장하는 방식을 바꾸거나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하며 지속가능한 포장 라인을 확대해나갔다.

동원F&B는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한 김 제품 라인을 확대했다. 이미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해 판매하고 있는 ‘양반 들기름김 에코 패키지’에 이어 올해 ‘양반 명품김 에코패키지’에도 친환경 포장을 적용했다. 동원F&B는 ‘양반 들기름김 에코패키지’ 판매를 통해 연간 약 27톤의 플라스틱을 줄였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다른 조미김 포장에서도 플라스틱 트레이를 빼는 등 2023년까지 약 200톤의 플라스틱을 저감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지난 6월 말부터 생생우동 4개 묶음 라면 비닐 포장 방식을 밴드로 감싸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10톤의 플라스틱 필름 사용량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향후 개선점을 파악한 후 다른 제품에도 새로운 포장 방식을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알려진다. 이밖에 생생우동 용기도 흑색에서 백색으로 전환, 재활용 용이성을 높이고 큰사발면 용기를 PSP 재질에서 종이로 바꿨다. 지난 5월부터는 식품업계 최초로 오징어짬뽕큰사발 뚜껑에 재생 페트 필름을 사용하기도 했다. 

오뚜기 역시 포장규격을 개선하고 포장재 재질을 변경했다. 프레스코 스파게티 소스 제품에 접착제나 잔여물이 남지 않아 분리배출이 쉬운 리무버블 스티커 ‘이지필’을 적용했다. 3분 조리 제품류 박스 재질을 변경하고 박스 크기를 줄여 종이 사용량과 포장재 두께도 감소시켰다. 

풀무원은 올해 초 국내 최초로 바이오페트를 적용한 친환경 샐러드 용기를 개발하는 등 지속가능한 소재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페트는 사탕수수 유래 추출물을 30% 함유한 소재로 탄소발생량을 약 20% 감축하고 100% 재활용 가능하다고 알려진다. 

동서식품은 플라스틱 대체재로서 종이에 주목, 맥심 커피믹스 대규격 제품의 손잡이를 폴리에틸렌(PE) 소재에서 종이로 바꿨다. 지난 6월부터 도입한 종이 손잡이로 연간 약 200톤 이상의 플라스틱 사용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들은 명절 선물세트에서도 플라스틱을 적극적으로 빼고 친환경 포장재 적용 품목을 늘렸다. 명절 단골 선물인 캔햄에서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 뚜껑이 사라졌다. 지난해 추석 스팸 2종에서 노란 플라스틱 뚜껑을 없앤 CJ제일제당은 올해 추석에는 전체 물량의 약 90%에 이르는 스팸 선물세트에서 뚜껑을 없앴다. 내년에는 100%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사조대림과 롯데푸드도 플라스틱 뚜껑 없는 캔햄을 선보였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올해 역대 명절 선물세트 중 가장 슬림한 모습의 추석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선물세트에 들어가는 트레이의 약 절반을 햇반 용기 부산물로 대체함으로써 지난해 대비 총 467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 이밖에 추석 선물세트를 담는 쇼핑백도 플라스틱 소재의 일종인 부직포에서 종이로 바뀌었다. CJ제일제당은 90% 이상의 쇼핑백을 기존 부직포에서 종이로 바꿔 플라스틱을 136톤을 절감했고, 롯데푸드도 부직포 가방을 FSC 인증을 받은 친환경 종이로 바꿨다. 

◇ 무라벨 늘리고 빨대 줄인 생수·음료업계 

올해 초부터 생수·음료 업계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꼽으라면 무라벨 제품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사진은 무라벨 백산수 0.5L 박스. (농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생수·음료 업계에서는 올해 초부터 무라벨 제품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진은 무라벨 백산수 0.5L 박스. (농심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생수·음료 업계에서는 올해 초부터 무라벨 제품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단순히 절취선 도입이나 접착력 낮은 수용성 접착제를 사용하는 이지 라벨 도입을 넘어 용기를 감싸고 있는 비닐을 없앤 것이다. 무라벨 제품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확실하게 줄일 뿐만 아니라 폐페트병의 재활용률도 높인다. 

농심의 백산수, 제주개발공사의 삼다수,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등 등 국내 3대 생수 제품에 무라벨이 적용된 것은 물론, 풀무원샘물, 하이트진로음료 등 기업에서도 무라벨 제품을 확대했다. 하이트진로음료의 경우 경량 용기, 에코 라벨 도입을 넘어 무라벨 용기를 적용한 먹는샘물을 출시했다. 농심은 올해 말까지 백산수 전체 판매량의 50%를 무라벨로 전환해 연간 60톤 이상의 필름 사용을 줄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예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팩으로 대신한 사례도 있다. 아이쿱생협은 지난 6월 FSC 친환경 인증을 받은 종이팩에 사탕수수를 기반으로 한 식물성 소재를 사용한 뚜껑으로 구성된 ‘기픈물’을 출시했다. 아이쿱생협에 따르면 멸균 종이팩은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플라스틱 대비 크게 낮다.

음료 제품에서도 라벨이 사라졌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월 국내 생수 브랜드 최초로 라벨을 제거한 ‘아이시스 8.0 ECO’를 선보인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칠성사이다에서 라벨을 제거한 ‘칠성사이다 ECO’ 300mL 제품을 출시했다. 더불어 프리미엄 RTD커피 ‘칸타타’ NB 캔 제품에서도 라벨을 제거, 재활용 ‘우수’ 등급을 받았다. 동원F&B는 무라벨 차음료 ‘에코보리’를 선보이면서 페트병 경량화를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라벨 생수와 관련해 “초반에는 시장 안착에 대한 불안이 있었지만 가치소비 트렌드로 오히려 매출이 급증하면서 생수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말하며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소비자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밖에 음료업계에서는 빨대의 필요성에 물음표 던지는 소비자 목소리를 반영해 빨대를 퇴출시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빨대는 국내에서만 폐기량이 연간 100억 개로 추산되지만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작지만 큰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이와 관련해 매일유업은 지난해 액상발효유 ‘엔요’에서 빨대를 제거한 데 이어 올해 초 ‘상하목장 유기농 멸균우유 190ml’에서도 빨대를 없앴다. 매일유업에 따르면 빨대 제거 등 패키지 변경을 통해 저감되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42톤에 이른다. 남양유업도 ‘맛있는우유GT 테트라팩’에서 빨대를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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