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소비자 위한 ESG 따로 있다
[기자의 눈] 소비자 위한 ESG 따로 있다
  • 곽은영 기자
  • 승인 2021.12.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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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소비자의 ‘옳은 방향’으로 함께 가느냐에 달렸다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적 요소를 중심으로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평가했다면, 이제는 ‘어떤 가치를 실천하는지’ 비재무적 요소를 중심으로 기업의 성장가능성을 살피기 시작했다. 비재무적 요소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묶은 ESG를 말한다. 

올해 기업들은 유난히 ESG 경영과 관련한 다양한 선언들을 했다. 많은 기업이 올해를 ESG 경영 원년으로 삼고 2023년, 2025년, 2030년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기업홍보에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 중 하나도 ESG였다. 탄소중립, 녹색소비, 친환경포장, 자원순환 등의 키워드와 함께 기업들은 작은 실천 하나에도 ESG를 엮어 대외적으로 적극 홍보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ESG를 빼놓고는 미래경영을 논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지속가능한 경영이라는 차원을 넘어 ‘생존가능성’을 위한 필수요소라고 판단한 것이다. 

확실히 ESG는 대세이자 트렌드로 보인다. 2022년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을 살펴봐도 ESG에 대한 언급이 반복해 등장한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은 《라이프 트렌드 2022》에서 ‘ESG 워싱과 ESG 쇼잉’을 하나의 큰 맥으로 다뤘고,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낸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2》에서도 트렌드 TOP5에 ‘ESG 감수성’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일반 소비자들은 ESG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ESG를 키워드로 한 CM송도 나오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으니 용어 자체가 낯설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주변에 ESG에 대해서 물어보면 주식에 관심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그게 뭔데?”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들어봤다는 사람들도 그게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는 ESG가 갈 길이 멀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ESG는 뭘까. 앞서 말한 것처럼 지속가능한 기업 경영을 위한 비재무적 가치라고 말하면 다소 뻔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기업 입장에서 ESG는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요소다. 이 새로운 요소에 얼마나 비중을 두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기업가치와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달라지고 기업의 지속가능성도 갈린다.  

즉, 앞으로의 기업가치는 기업이 얼마나 사회와 소비자가 생각하는 ‘옳은 방향’으로 함께 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기업은 소비자가 생각하는 옳은 방향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하고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나아갈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업의 ‘경청’과 ‘변화’ 여부가 ESG 실천에 대한 직관적인 판단 기준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소비자 목소리를 반영해 제품을 개선하거나 선택권을 넓힌 기업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회자된다. 예컨대 오리온은 자사 제품의 ‘과대포장’ 문제를 지적하는 소비자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반영해 포장재 규격을 축소하고 디자인을 지속 단순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잉크 사용량을 대폭 줄인 플렉소 인쇄설비에 추가 투자를 진행해 환경친화적 포장재 적용 제품을 확대하기도 했다. 

매일유업도 소비자의 ‘빨대어택‘에 직접 응답한 것으로 화제가 됐다. 이후 매일유업은 해당 제품은 물론, 올해 초 출시된 멸균 우유팩에서도 빨대를 없애는 등 지속적으로 빨대 제거 및 패키지 변경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매일유업 측은 빨대를 없앤 이유에 대해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자 니즈를 적극 반영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기업이 과거처럼 맹렬하게 영리를 추구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환경적·사회적·윤리적 가치를 고려하고 그 비중을 늘려가는 것은 결국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기업도 존속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하기 때문이다. 기업을 ESG로 판단하겠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그만큼 환경적이고 사회적이며 투명한 지배구조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기업이 ESG를 잘하려면 소비자 중심의 관점을 빌려오는 것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소비자 중심경영을 하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ESG 수준도 높다는 분석결과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기업의 ESG 수준을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 여부와 연결해 분석한 결과 CCM 인증을 받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ESG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CM 인증제도는 소비자기본법에 의거해 기업이 수행하는 모든 활동을 소비자 관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구성하고 관련 경영활동을 개선하고 있는지를 평가해 인증하는 제도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9년간 ESG 등급 자료 확보가 가능한 CCM 인증기업 및 미인증기업 총 66개 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CCM 인증기업은 기준연도 이후 3년간 ESG 평균 점수가 이전 3년간 평균 대비 4.37% 높아진 반면, CCM 미인증기업은 동기간 ESG 평균 점수가 0.84%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두 비교 집단의 ESG 수준 차이는 점차 확대된 것으로도 확인됐다. 

ESG를 하는 것과 ESG를 잘 하는 것은 다르다. ESG를 한다는 건 기업이 사회의 큰 가치 흐름에 역행하지 않고 변화의 물결 위에 함께 올라타는 것이다. 이 변화가 결국 소비자의 삶을 위한 것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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