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이민선 기자] 연말연시를 앞두고 고공행진 중인 밥상물가에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다. 

기자가 밥상 물가를 체감하기 시작한 건 올해 초, 파 값이 오르면서 부터다. 올해 초 대파 가격은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폭등했다. 한파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출하량이 줄면서 시장 반입량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당시 '금파'라고 불릴정도로 값이 뛰었다.

이처럼 올 3분기(7~9월) 우리나라 밥상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이상 올랐다. 올해 3분기 달걀(51.6%), 배(45.2%), 사과(34.6%), 마늘(28.1%), 돼지고기(12.4%), 시금치(10.6%), 버섯(9.2%), 닭고기(7.9%), 국산 쇠고기(7.7%), 수입 쇠고기(7.3%), 햄·베이컨(7.0%), 빵(5.9%) 순으로 가격이 올랐다. 특히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가격이 크게 뛰었다.

기후변화로 생산 자체가 줄고 있는 우리나라에 비료값까지 오르면서 악재가 겹쳤다. 농업을 뜻하는 영어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애그플레이션. 곡물가격이 상승하는 영향으로 일반 물가도 덩달아 오르는 애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곡물 값이 오르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기상 이변으로 인해 공급이 감소하기도 하고, 육류 소비가 늘어나 사료용 곡물 수요가 증가함에도 있다. 무엇보다 곡물 가격 상승은 사회 전반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 현상은 곡물 자급률이 낮은 국가일수록 더 위험하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2050년 이후 기온이 3.5~5도 정도 올라간다면, 쌀 생산량의 55% 정도는 국내지만 나머지 절반 가량은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이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품목도 마찬가지다. 

농촌진흥청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1도가 높아지면 주산지가 80km 북상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밥 먹었니", "밥 한번 먹자"가 인사가 될 만큼 밥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기후위기보다 더 큰 식량위기가 올지 모른다. 

당장은 곡물 값에 그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후변화 식량 안보가 문제될 만큼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됐다. 당장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이다. 기후위기는 이처럼 우리 삶을 서서히 옥죄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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