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업사이클의 완성된 모습 찾아야
“페트병으로 만든 섬유...칭찬만 하기는 어렵다”

역사 이후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스물 두번째 시리즈는 PET입니다. 재활용이 비교적 잘 되는 소재인데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PET병을 둘러싼 환경 관련 이슈를 정리합니다. [편집자 주]

버려지는 페트병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으로 재활용하려는 노력이 여러 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패션 기업이나 소재 관련 기업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다른 제품으로 만드는 일이 자원순환 측면에서 무조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버려지는 페트병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으로 재활용하려는 노력이 여러 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패션 기업이나 소재 관련 기업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다른 제품으로 만드는 일이 자원순환 측면에서 무조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버려지는 페트병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으로 재활용하려는 노력이 여러 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패션 기업이나 소재 관련 기업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버려지는 페트병을 모아 효율적으로 재활용하고 자원순환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최근 여러 기업이 다른 기업이나 기관 등과 협업해 페트병을 수거해서 모은 다음 재료로 활용해 다른 제품을 만드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폐페트병으로 만든 친환경 제품에 관한 뉴스도 자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다른 제품으로 만드는 일이 자원순환 측면에서 무조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어떤 까닭일까.

◇ 페트병 업사이클의 완성된 모습 찾아야

페트병을 재활용해 섬유로 만드는 기술과 행보에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 버려지는 물건을 줄이자는 취지여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원순환구조 전체 관점에서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도 지적한다. 본지에서도 ‘제품으로 읽는 환경’과 ‘플라스틱 한바퀴’ 기사 등을 통해 이런 의견을 보도한 바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 본지에 의견을 밝혔다. 홍 소장은 “페트병에서 장섬유를 뽑아 부가가치가 높은 용도로 재활용하는 것은 상대평가로 보면 좋은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전에 비해서는 분명 더 나아간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페트병 업사이클링의 완성된 모습인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페트병 업사이클링의 완성된 모습인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건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블로그에 ‘섬유 재활용 문제 : 페트병 재활용 섬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페트병을 페트병으로 재활용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는 얘기다.

홍 소장은 블로그에서 “페트병 재생섬유가 섬유 폐기물의 순환 문제를 감추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활용한 섬유로 만든 옷을 다시 섬유로 재활용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한 번 재활용하는 것만으로 순환의 고리는 끊어진다”고 지적했다. 합성섬유는 순환이 잘 되지 않는 플라스틱이라는 의미다.

홍 소장은 게시글을 통해 “석유로 바로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만들어 옷을 만드는 것보다는 페트병으로 한 번 쓰고 나서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섬유로 옷을 만드는 것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기는 하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합성수지는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이지만 합성섬유는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있다. 합성섬유는 주요 미세플라스틱 배출원”이라고 덧붙였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페트병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재활용을 둘러싼 논의와 활동들도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페트병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재활용을 둘러싼 논의와 활동들도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페트병으로 만든 섬유...칭찬만 하기는 어렵다”

페트병을 수거해 다양한 방법으로 재활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홍 소장도 “페트병을 섬유로 재활용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언급했다. 다만 그는 “페트병 재생섬유가 의류산업의 문제나 합성섬유 순환의 문제를 가리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기술적으로 당장 합성섬유를 다시 섬유로 재활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더라도 화학섬유 업계나 의류산업은 섬유 폐기물의 순환 문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필요한 기술투자를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순환 경제로 가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전방위적이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홍수열 소장은 서울환경연합 등이 주관한 ‘대담한 쓰레기대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홍 소장은 지난 8월 진행한 3회차 대담에서 “의류를 대부분 매립 또는 소각하고 섬유는 섬유로 다시 재활용되지 않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가운데 페트병으로 섬유를 만드는 걸 칭찬만 할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홍 소장은 “현재 한국은 생수병을 생수병으로 재활용하는 것은 (위생 등 오염 문제를 고려해) 현재 금지하고 있는데 내년 1월부터 허용된다”라고 말하면서 “아마 2023년 정도 되면 보틀(bottle)을 다시 보틀로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10월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도 “부분적으로 볼 게 아니라 전체적인 순환구조를 보는 게 중요하다. 물질이 반복적으로 순환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페트는 페트로, 섬유는 섬유로 원래 같은 용도로 재활용하는 구조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페트병이 페트병으로 재활용되는 방법을 먼저 고민한 다음 고부가가치로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페트병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재활용을 둘러싼 논의와 활동들도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

줄여야 산다 3편에서는 페트병을 효과적으로 수거하고 재활용 비율을 높이려는 여러 노력들을 소개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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