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이 맺은 새로운 관계
서준·김규섭 지음 EBS BOOKS펴냄

요즘 ‘친환경’이 ‘유행’입니다. 사람들이 환경에 관심 갖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 관심이 트렌디한 유행처럼 소비되는 것이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합니다. 솟아나는 관심들이 실천으로 이어지고 그 실천이 모여 습관이 되고 습관이 파도를 만들어 기후위기를 넘는 물결이 되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대변하듯, 출판 시장에도 환경을 다룬 책들이 많이 출간됩니다. 제로웨이스트, 비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그리고 우주에 쌓이는 쓰레기까지...그 내용과 종류도 다양합니다.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환경 관련 이슈가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 관점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책으로 읽는 환경’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2주에 1번 일요일, ‘제로웨이스트 도전기’와 번갈아 보도합니다. 일곱 번째 순서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다른 EBS 다큐프라임 가축이야기(EBS BOOKS)입니다. [편집자 주]

EBS 다큐프라임 가축이야기 (서준 김규섭 지음/EBS BOOKS)
EBS 다큐프라임 가축이야기 (서준 김규섭 지음/EBS BOOKS)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가축은 공기와 같은 존재다. 인간은 그들을 입고 먹는다. 가축은 인간의 몸을 보호하던 의복을 넘어 욕망을 표현하는 패션으로, 허기를 채우는 고기라는 제품으로 존재한다. 식탁 위에서도 항상 마주하지만 맛으로 평가할 뿐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우리는 잘 모른다.”

이 책 공동 저자 김규섭의 책 머리말(책을 펴내며) ‘인간과 동행하는 가축에 대한 예의’ 속 첫 문장이다. 그는 머리말에서 “야생동물을 우리에 가두어 이동할 수 없도록 적응시키고 코뚜레를 하고도 인간의 의도대로 따르지 않으면 아예 도축을 해서 그 유전자를 차단하고는 수한 녀석들만 인간의 곁에 두는 그 행동이 가축화의 시작이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책은 ‘소고기를 먹지 말자’거나 ‘동물을 도축하지 말자’고 일방적으로 주장하지 않는다. 2017년에 첫 방송된 EBS 다큐프라임 <가축>의 내용과 에피소드, 그리고 또 다른 다큐프라임 <아시아대평원> <히말라야> <비밀의 땅 파미르>등을 제작할 때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 에피소드들을 통해 인간과 동물이 맺은 새로운 관계, 그리고 농사와 사냥을 돕고 젖과 고기를 내주는 여러 가축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책에는 인류 최초의 가축으로 추정되는 개와 늑대의 이야기, 동물들의 살과 고기 농사를 돕는 소, 유목민과 늑대의 이야기, 습지에 강한 물소, 부지런히 일하는 당나귀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인류의 생활을 둘러싼 여러 요소 중 하나로서 가축을 들여다본다.

실제로 공동 저자 서준은 ‘우리의 삶 어디든 있는 존재’라는 표현으로 가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책에서 “먹을거리인 고기, 따뜻한 옷, 그 모든게 가축에서 온 것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다”라고 고백하면서 “아마도 대부분의 다른 이들도 나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썼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고기를 먹지 않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 삶 곁에 있는 존재로서 동물과 가축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지는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 그런 생각을 가져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다큐의 첫 시작은 지난 2017년이었지만 책은 올해 6월에 나왔다.

leehan@greenpost.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