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확한 거절’의 기술이 필요한 때
[기자의 눈] ‘정확한 거절’의 기술이 필요한 때
  • 곽은영 기자
  • 승인 2021.12.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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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 운동의 첫 번째 행동지침, '거절하기'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최근 배달의민족이 이르면 연내 배달앱에 ‘기본 반찬 안 받기’ 기능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일회용품 및 음식물쓰레기 감량, 식당 경영에 도움이 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앞서 기본 반찬 안 받기 시범운영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강요가 아닌 선택이라 좋았다”는 고객 피드백을 받았다고 전했다.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 만족도도 높았다. 반찬 거절 기능 도입 후 플라스틱 용기는 물론 반찬재료까지 30%가량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배달쓰레기와 일회용품이 급증하면서 ‘거절할 권리’ 제공은 기업에도 개인에게도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실제로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은 올해 6월부터 ‘일회용 수저포크 안 받기’ 기능을 본격 도입했다. 거절하기가 기본값인 상태가 되자 6월 한 달간 일회용품 거절 비율이 지난해 동기간 대비 약 4.6배 증가한 73%를 기록했다. 배달앱 이용자들의 일회용품 피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거절하기’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의 첫 번째 행동지침이다. 일상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은 크게 5R로 설명되는데 그 중에서도 선두에 있는 것이 거절하기다. 5R은 거절하기(Refuse), 줄이기(Reduce), 재사용하기(Reuse), 재활용하기(Recycle), 썩히기(Rot)로 요약되는 제로웨이스트 실천방법이다. 거절하기는 이 중 가장 앞에 있는데,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물건을 어떻게 다시 사용하고 업사이클링 하느냐 이전에 물건을 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많은 환경운동가들은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쉽고 강력한 방법으로 ‘거절하기’를 제안한다. 무엇을 거절하라는 것일까. 소비 과정에서 필요하지 않은데 부록처럼 같이 오는 것들 말이다. 이를테면 비닐봉지, 빨대, 물티슈, 일회용 수저, 명함, 영수증, 홍보물 등이 있다. 

이렇게 무료로 주어지는 것을 미리 거절한다고 밝히는 것은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거절하는 것을 실천하지 않아 가방 속에, 책상 위에 한 번 쓰고 버릴 쓰레기를 쌓아두고 있다. 거절하기에도 연습과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양래교 알맹상점 공동대표는 지난 10월 기자와의 만남에서 “습관들 중 가장 중요한 건 거절하기”라며 “준비물도 필요없고 마음만 있으면 일상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대표에 따르면, (제로웨이스트 물품 등) 무엇인가를 갖춰놓고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가치관과 습관을 바꿔야 하는 일이라 결단력이 없으면 쉽게 좌절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거절하기는 다르다. 한 가지를 정해놓고 거절하면 점점 확장되고 용기가 생겨 다른 실천까지도 접목시킬 수 있다. 

그래서 양 대표는 일상 곳곳에서 ‘정확하게 거절하기’를 실천한다고 했다. 식당에서 물티슈를 준다면 “일회용폼을 쓰지 않아서 물티슈를 쓰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돌려주는 식이다. 그는 “말 없이 가는 것보다 상대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알려준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안 씁니다’라는 건 ‘당신도 한 번 해보세요’라는 권유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사회적 분위기가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진 못하더라도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그래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첫 걸음인 ‘거절할 수 있는 권리’는 중요하다. 특히 일회용품과 관련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선택지 마련이 중요하다. 소비자는 그 선택지 앞에서 환경을 위한 정확한 거절하기를 연습해나갈 수 있다. 

거절하기는 어디에서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분명한 태도는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가 16일자로 보도한 소프라노 조수미와의 이메일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수 있겠다. “아쉽고 아까워도 과감하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기사에 따르면, 조수미의 자기관리 비결 중 하나는 거절하기다. 인터뷰를 통해 조수미는 성대를 무리하게 잘못 쓰는 일이 없도록 “목소리에 맞지 않는 역은 과감하게 거절”했으며 “아쉽고 아까워도 과감하게 ‘노(no)’”라고 말했다. 

거절하기는 비단 세계적인 디바가 소프라노로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만 한 것은 아닐 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수명을 늘리는 것도 바로 이 거절하기에서 시작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소비자가 일부러 신경을 쓰거나 불편을 감수하지 않더라도 친환경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일 테지만, 현재로서는 ‘거절하기’가 환경을 위해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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