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보고서 관련 검토의견 도쿄전력에 제출

후쿠시마 원전 부지의 오염수 탱크. 도쿄전력 오염수 처리 방침에 따르면, 해양으로 방류될 삼중수소와 탄소-14의 방사능 총량은 그대로 해양에 유입된다. 오염수 속 삼중수소와 탄소-14는 생물체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유전적 변이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도쿄전력 방사선 영향 평가 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린피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후쿠시마 원전 부지의 오염수 탱크. 도쿄전력 오염수 처리 방침에 따르면, 해양으로 방류될 삼중수소와 탄소-14의 방사능 총량은 그대로 해양에 유입된다. 오염수 속 삼중수소와 탄소-14는 생물체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유전적 변이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도쿄전력 방사선 영향 평가 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린피스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 11월 발표된 ‘후쿠시마 오염수 방사선 영향평가 보고서’ 초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16일 도쿄전력에 제출했다. 도쿄전력은 이 초안 보고서를 통해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더라도 해양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경미하다’고 주장했으며, 오는 18일까지 해당 보고서에 대한 외부 의견을 수렴해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 밝혔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이 보고서에 대해 “오염수 해양 방류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도쿄전력의 단편적인 방사선 평가”라며 “도쿄전력은 충분한 과학적 근거 없이, 10㎢ 범위 이상의 해역과 해양 생태계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단정지었다”고 지적했다.

도쿄전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지침을 따라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린피스의 검토 결과, 도쿄전력은 방사선 영향평가 대상을 매우 지엽적이고 협소한 영역으로 설정했을 뿐 아니라, IAEA의 지침을 편의적으로 차용했다. 결국, 현재의 방사선 영향평가 범위에 한국을 비롯한 인접국 시민들이 받을 수 있는 피해 영향이 고려되지 않았다.

IAEA의 일반안전지침 ‘No.GSG-9’ 에 따르면, 방사선 영향평가는 자연 방사능, 핵무기 실험, 원전 사고 등의 영향을 고려해 원전 부지 주변의 물, 토양, 식물, 곡물 등 다양한 환경 영역의 방사능 농도도 함께 측정해야 한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IAEA 지침에 명시된 종합적인 환경 영향 평가를 이행하지 않았다. 또한 오염수가 최소 30년 간 방류되며 해양 생태계에 끼칠 장기적인 피폭 피해 역시 설명하지 않았다. 이는 오염수 방류로 인한 해양 생물과 이를 섭취한 인간에게 이어질 피폭 위험 등 잠재적 영향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행위다.

◇ “국제사회, 도쿄전력에 검증 요구해야”

도쿄전력 오염수 처리 방침에 따르면, 삼중수소와 탄소-14의 방사능 총량은 농도 측정도 없이 그대로 해양에 방류된다. 삼중수소와 탄소-14는 생물체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유전적 변이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영국 정부의 ‘내부 피폭에 의한 방사선 위험 조사 위원회(CERRIE)’의 과학 담당관을 역임한 이안 페어리(Ian Fairlie) 박사는 “오염수가 장기적으로 방류될 경우, 유기결합삼중수소(Organically Bound Tritium, OBT) 농도가 점차 증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IAEA는 새로운 방사성 물질의 오염 경로가 발견된 경우, 이를 평가에 반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는 올해 3월 발표된 일본 전력 중앙연구소(Central Research Institute of Electric Power Industry)의 조사 결과 등 최근까지 밝혀진 방사성 오염 경로가 포함되지 않았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연구소가 후쿠시마 연안의 퇴적물에서 채취한 7개의 샘플 전부에서 세슘 고함량 미립자가 발견되었다. 세슘 고함량 미립자는 고선량 방사능을 뿜는 밀리미터 수준의 소입자로, 기상 영향에 따라 넓은 범위까지 이동하며 흡입시 내부 피폭의 원인이 된다. 2019년에는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약 200km 떨어진 곳에서도 발견됐다.

그린피스는 “오염수 해양 방류의 불가피성 역시 해명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쿄전력은 원전 부지 내 오염수 저장이 가능하다는 각계의 지적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오염수 처리의 해답은 해양 방류라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해당 보고서에는 후쿠시마 원전 폐로가 오염수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작업을 위해 원자로에 대량의 냉각수를 투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방식을 취하면 원자로에 남은 스트론튬 90, 플루토늄, 우라늄 등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알파 핵종이 전량 오염수가 된다. 현재 저장된 약 128만톤의 오염수에 더해, 도쿄전력의 폐로 작업은 더 유독하고 더 많은 양의 오염수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것이다.

장마리 그린피스 탈원전 캠페이너는 “도쿄전력의 방사선 영향평가는 오염수의 2차 정화 처리가 반드시 성공하는 상황만 전제하고 있어 현실과 큰 괴리가 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수년 간 고독성의 방사성 물질을 온전히 처리하는데 실패를 거듭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는 오염수 해양 방류 자체가 과학·기술적으로 불가피한지에 대한 도쿄전력의 검증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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