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작은 도움 되고 싶다면, 다시쓰는 습관 들이기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56회차는 용기를 여러번 사용하는 습관에 대해서입니다 [편집자 주]

제품 포장하는 용기를 제품 사용하고 나서도 더 써보면 어떨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제품 포장하는 용기를 제품 사용하고 나서도 더 써보면 어떨까.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과거 SNS에서 ‘용기내 프로젝트’가 화제였던 적이 있다. 1회용 비닐 등에 제품을 담아오지 말고 직접 다회용기를 가져가 거기에 담아오는 일을 뜻하는 단어다. 용감해지라는 뜻으로 들리겠지만 그릇 등으로 사용하는 용기에 관한 이슈였다. 배우 류준열 등이 직접 실천후 SNS에 인증해 화제가 됐고, 기자가 활동했던 단체메신저 대화방 ‘쓰레기 없는 세상을 꿈꾸는 방’ 에서도 ‘오늘 용기냈어요’ 하는 인증글을 자주 봤다.

취지는 간단하다. 플라스틱을 없애지 못해도 사용은 줄여보자는 취지다. 그린피스가 지난 2020년 발간한 ‘국내 대형마트 일회용 플라스틱 유통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생산된 플라스틱의 약 40%가 다른 물건을 포장하는 데 쓰였다. 앞서 2019년 12월 발간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를 통해서는 “1분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쏟아져 들어가며 그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 포장재”라고 밝혔다.

기자도 종종 ‘용기’를 낸다. 냄비를 식당에 가져가 음식을 포장해오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회용 용기를 완전히 끊은 건 아니다. 배달음식도 먹고 일회용 용기에 담긴 무언가를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버려지는 용기도 많다. 많은 제품들이 어딘가에 담겨있고 알맹이를 쓰고 나면 그건 버리게 되어서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싶지만 사실은 불가능에 가깝다. 쓰레기를 없애는 건 더욱 그렇고 (버려지는) 용기만 없애는 것도 더욱 그렇다. 하지만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이것저것 재사용에 나선다.

기자가 재택근무 시 집에서 사용하던 작업용 책상 연필꽂이는 유산균 30포가 담겨있던 원형 통이다. 손잡이 떨어진 머그잔은 수납장 위에 빗과 면도기를 놓아두는 거치대로 쓴다. 지난 여름 배달시켜 먹고 남은 플라스틱 냉면 용기는 귤껍질 말리는 용도로, 과자가 담겨있던 네모 반듯한 플라스틱 상자는 싱크대 수납장에서 식기를 담는 데 쓰인다

어릴 때 할머니댁에 가면 온갖 상자와 박스가 재사용되어 있었다. 사탕통이 반짓고리였고 라면상자가 수납함이었다. 철없던 꼬맹이는 ‘우리 할머니는 가난하구나’ 생각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살아오신 분이니 무언가를 버리는 데 익숙하지 않으셨을터다. 아껴 쓰고 다시 쓰는 게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기준이었다는 얘기다.

물건을 아껴 쓰고 누군가와 나눠 쓰거나 바꿔 쓰고 그리고 다시 쓰자는 운동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아나바다 운동’이라고 불렀다. 철지난 구호처럼 들리겠지만 환경소비 관점에서 보면 무척 슬기로운 전략이다. 필요한 물건만 사는 게 아니라 곧 버려질 여러 쓰레기(?)를 함께 사야한다는 걸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용기를 내자, 용기를 모으자, 버리지 않으면 용기가 생긴다. 위생 관념 다 버리고 무조건 계속 쓰라는 게 아니라 적당히 다시 써보자는 얘기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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