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축산 매장에 등장한 대체육
대체육 정체성 두고 축산업계 반발
비건부터 플렉시테리언까지 겨냥한 대체육 증가

이마트가 이달 2일부터 수도권 20개점 내 축산 매장에서 ‘지구인컴퍼니’의 대체육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이마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이마트가 이달 2일부터 수도권 20개점 내 축산 매장에서 ‘지구인컴퍼니’의 대체육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이마트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국내 채식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환경보호, 동물복지 등을 이유로 채식을 실천하거나 건강을 위해 식물성 식단을 지향하는 소비자가 늘면서다. 식품·유통 기업들은 국내 채식 실천 인구 250만명 시대에 발맞춰 대체육을 활용한 상품 라인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실천 인구는 2008년 15만 명에서 올해 250만 명으로 급증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가 지난해 40% 성장한 데 이어 올해 35%가량 신장해 15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전통 육류 소비 시장에서의 변화가 눈에 띈다. 엄격한 채식주의자 외에 ‘하루 한 끼 채식‘ 등 간헐적 채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이 증가하면서 매장 자체가 재구성되고 있다. 

◇ 대형마트 축산 매장에 등장한 대체육

최근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전통적인 육류만 판매했던 대형마트 내 축산 매장에 ‘대체육’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이달 2일부터 수도권 20개점 내 축산 매장에서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의 대체육 제품 판매에 돌입했다. 대체육을 비건존이나 가공식품 코너가 아닌 축산 코너에서 판매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다른 대형마트의 경우 냉동·냉장식품 코너나 식물성 식품을 판매하는 비건존에 대체육을 배치,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 같은 배치에는 대체육을 우육, 돈육과 같은 하나의 축산 품종으로 고려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마트는 “미국 등 채식문화가 발전하고 대체육이 정착된 나라의 대형마트에서도 전통 육류를 주력으로 하되 동일 공간 내 대체육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추세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이마트에서 선보인 지구인컴퍼니 제품은 민스, 버거 패티, 슬라이스 구이용, 풀드 바비큐 등 ‘언리미트’ 4종이다. 100%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하고 고기 색감 구현을 위해 비트, 석류, 카카오파우더를 넣거나 병아리콩, 렌틸콩 등으로 영양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이마트와 지구인컴퍼니는 향후 냉장 대체육 판매를 비롯해 다양한 맛과 형태, 소스 등을 추가한 대체육 상품을 지속 늘리는 한편, 판매 점포도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 대체육 정체성 두고 축산업계 반발

축산업계는 이마트의 이 같은 행보에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축산 대체식품을 축산매대에서 판매하는 것은 엄연한 소비자 인식 왜곡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즉, 고기도 아닌 식품을 왜 정육 코너에서 판매하느냐는 얘기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이와 관련해 이마트에 축산 코너에서의 대체육 판매를 즉각적으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비건들 반응도 다소 갈리는 분위기다. “죽은 동물 사체를 보거나 냄새를 맡기 싫어서 정육 코너 자체에 가지 않는데 대체육이 거기 진열돼 있는 것은 비건에 대한 이해 부족 같다”, “채식주의존도 있는데 왜 굳이 축산 코너에서 판매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의견부터 “대형 유통채널에서 대체육이 하나의 축산 품종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인 것 같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이마트는 소비자에게 육류 쇼핑의 새로운 선택권을 제공하고 가치소비에 적극 동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신동훈 이마트 육류 바이어는 “가치소비 신념에 따라 채식을 실천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채식이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부응해 대체육 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고객 관점 매장을 구현할 것”이라고 전했다.

◇ 비건부터 플렉시테리언까지 겨냥한 대체육 증가

아워홈이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친환경 급식 메뉴를 대거 선보였다. 사진은 ‘비건스테이크’ 메뉴를 배식하는 모습. (아워홈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아워홈이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친환경 급식 메뉴를 대거 선보였다. 사진은 ‘비건스테이크’ 메뉴를 배식하는 모습. (아워홈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축산업계에서 제기하는 대체육 논란과는 별도로 대체육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채식에 대한 인식 변화, 건강, 환경 등 가치소비 트렌드가 전 세계적으로 자리잡으면서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 국내 식품기업들도 채식 선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대체육 시장 잠재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올해 식물성 지향 식품 선도 기업을 선언한 풀무원은 국내 대체육 시장 선점을 위해 ‘한국식 대체육’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식물성 대체육을 넣은 소스로 만든 HMR ‘식물성 직화불고기 덮밥소스’를 출시하면서 “한국식 대체육으로 국내 대체육 시장을 선점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식물성 식품에 대한 소비자 접근성 확대를 위한 노력이 눈에 띈다. 채식주의자는 물론, 유연하게 채식을 시도하려는 이들까지 대체육이 아직 생소한 국내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가볍게 시도해 볼 수 있도록 대체육을 메뉴화 하는 것이 콘셉트다.  

김정하 풀무원식품 PPM사업부 CM은 “풀무원이 그동안 선보여온 식물성 대체육이 두부를 다양하게 변형한 제품 위주였다면 ‘식물성 직화불고기 덮밥소스’는 육고기와 형태, 질감, 식감 등을 유사하게 구현해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고기를 대체하는 관점으로 볼 수 있다”며 “이를 시작으로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의 ‘한국식 대체육’ 제품들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구내식당 메뉴 변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은 지난 10일 전국 구내식당에서 채식떡만두국, 비건스테이크 등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친환경 급식 메뉴를 대거 선보였다. 아워홈에 따르면 소스를 비롯한 모든 양념에서 육류 성분을 배제하고 소비자가 채식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대체육의 맛과 식감을 살렸다. 

아워홈은 “온실가스 방출의 주요 원인인 육류 중심 소비를 줄여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생태계를 보전한다는 취지”라며 “‘식습관 변화를 통한 환경보호’라는 측면에서 앞으로도 저탄소 식재, 친환경 조리법 등을 활용한 메뉴를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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