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경제 용어사전 52] 기후변화 아니고 ‘기후위기’인 3가지 이유
[환경경제 용어사전 52] 기후변화 아니고 ‘기후위기’인 3가지 이유
  • 이한 기자
  • 승인 2021.12.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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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폭 커진 날씨...인류에게 다양한 영향 미친다
작물지도 바뀐다...날씨가 먹거리에 미치는 영향들
온난화 진행되면 경제성장률 감소? 환경과 경제의 관계
“기후위기, 해마다 경제적 타격 주고 성장률 낮출 것”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51번째 순서는 최근들어 자주 사용하기 시작하는 ‘기후위기’라는 단어입니다. 왜 기후변화가 아니고 기후위기일까요? [편집자 주]

세계 여러 나라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달라진 날씨는 인류에게 어떤 위기로 다가올까? (그래픽 :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세계 여러 나라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달라진 날씨는 인류에게 어떤 위기로 다가올까? (그래픽 :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세계 여러 나라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달라진 날씨는 인류에게 어떤 위기로 다가올까?

환경부 사이트 환경용어사전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일정한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쳐서 진행되는 기후의 평균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태양복사 에너지의 변화 등 지구 외적인 요인에 의해서 일어나기도 하고,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 조성의 변화나 지구 표면 상태의 변화 등에 의해서 일어날 수 있다. 최근에는 온실가스 배출 증가 등 인위적 요인에 따른 지구온난화를 가리키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한다.

해당 사전에 ‘기후위기’는 등록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그린포스트는 기후변화 대신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날씨가 달라지는 게 단순히 변화가 아니라 인류의 생활과 생존에 큰 위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어떤 까닭일까? 하나씩 짚어보자.

◇ 변화 폭 커진 날씨...인류에게 다양한 영향 미친다

첫 번째 이유는 날씨 변화 폭이 크고 달라진 날씨가 지구에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미쳐서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자신의 저서 <2050 거주불능 지구>(추수밭)에서 “대기 중 탄소량은 지난 80만 년 가운데 어느 때와 비교해도 족히 3분의 1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저자는 “인류가 존재하지도 않았고 해수면이 지금보다 30미터 이상 높았던 1500만년 전과 비교해도 그렇다”고 썼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뉴욕매거진 부편집장이자 칼럼니스트로 지구온난화 관련 재난 시나리오를 오랫동안 취재했다. TED 강연을 비롯한 여러 활동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은 날씨가 더워진 미래 지구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책 내용에 따르면, 기온이 2도 증가하면 빙상이 붕괴되기 시작하고 4억명 이상이 물 부족을 겪으며 적도 지방 주요 도시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한다. 북위도 지역에서도 여름마다 폭염으로 수천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3도 증가하면 남부 유럽이 영구적인 가뭄에 시달리고 중앙아시아는 지금보다 19개월 더 오래 지속되는 건기를, 카리브해 지역은 21개월 더 오래 지속되는 건기를 겪는다. 북부 아프리카에서는 건기가 5년 늘어난다. 산불 등으로 불타는 지역이 미국에서는 6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도 예측한다.

4도가 늘어나면 어떨까. 라틴아메리카에서만 뎅기열 발발 사례가 800만 건 이상 증가하고 식량 위기는 거의 매년 전 세계에 닥친다. 폭염 관련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9퍼센트 늘어난다. 하천 범람으로 인한 피해가 방글라데시는 30배, 영국은 60배 늘어난다. 기후가 원인이 되는 여러 자연재해가 특정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할 수도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예상할 수 있는 피해는 크게 다음과 같다. 더워진 날씨로 인한 폭염, 기후변화로 인한 작물 재배량 감소, 건조한 날씨로 늘어나는 산불, 가뭄 등으로 인한 물 부족, 반면 높아지는 해수면에 따른 도시변화 등이다.

◇ 작물지도 바뀐다...날씨가 먹거리에 미치는 영향들

달라진 날씨가 일부 지역에만 영향을 미칠까? 기후변화는 인류의 먹거리에 폭넓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농작물 들이 자라는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발표한 <농업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온실가스 배출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는 30년 전인 1988년과 비교해 연평균 기온과 강수량이 증가하고 일조시간은 줄었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업재해 피해면적도 늘었다. 이에 따라 농업재해가 확대되고 농작물 재배작법 및 방제대책 시행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태풍과 장마 등이 이어지면서 축사가 침수되거나 가축이 폐사하는 사례도 늘었다. 올해 집중호우 기간에도 비를 피해 지붕위에 올라간 소의 모습 등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축산업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그렇게 변한 기후가 다시 축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순환고리다. 조사처는 같은 날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 2020’의 농업부문 주요 내용과 과제> 보고서에서 “농축산물 생산 전 과정에 걸친 저탄소 기술 적용, 새로운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통계청이 지난 2018년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주요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 자료에 따르면 1850년대부터 경제 및 인구 성장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어 왔으며, 1880년~2012년(133년)까지 전 지구 평균기온이 0.85℃ 상승했다. 이와 더불어 세계 곳곳에서 폭염, 온난화, 극한 강수 현상 등 이상기후의 발생 빈도와 지속 기간이 21세기 전반에 걸쳐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 주변 기온 상승은 전 세계에 비해 최근 30년의 경우 약 1.5배 높게 상승했다.

당시 통계청은 “기온상승으로 주요 농작물의 주산지가 남부지방에서 충북, 강원 지역 등으로 북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1973년과 2017년의 연평균기온 증감을 권역별로 살펴보면, 제주권이 1.14℃ 상승했고 수도권 0.91℃, 강원권 0.90℃ 순으로 기온이 올랐다.

이와 더불어 통계청은 “강원도 산간을 제외한 남한 대부분 지역이 21세기 후반기에 아열대 기후로 변경되고, 주요 농작물 재배가능지가 북상할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사과, 복숭아, 포도, 인삼 등은 재배가능지가 점차 감소할 전망이고 감귤, 단감 등은 재배한계선이 상승하여 재배가능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달라진 날씨는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최근 기후변화로 인류가 치러야 할 비용이 곧 연간 1조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래픽 :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달라진 날씨는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최근 기후변화로 인류가 치러야 할 비용이 곧 연간 1조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래픽 : 최진모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 온난화 진행되면 경제성장률 감소? 환경과 경제의 관계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유는 달라진 날씨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서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책에서 “온난화가 1도 진행될 때마다 미국처럼 기후가 온화한 국가에서는 경제성장률이 약 1퍼센트 포인트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기온이 2도 높아지면 1.5배 높아졌을 때 보다 세계가 20조 달러만큼 가난해진다”는 논문도 소개했다. 책은 지구 기온이 4도 늘어나는 상태에서 예상될 수 있는 전 세계 피해 규모를 돈으로 환산하면 600조 달러라고 주장한다.

그 사람만의 주장이 아니다. 실제로 최근 기후변화로 인류가 치러야 할 비용이 곧 연간 1조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기후변화가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낮출 것이라는 우려 속에, 배출량을 빠르게 줄이면 그에 따르는 비용 대비 이익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편에서는 기후위기가 경제적 불평등과 국가간 경제력 차이를 키우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어떤 사연일까.

뉴욕대학교 법학대학원 산하 정책 연구소에서 전 세계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경제성’을 묻는 연구조사를 진행했다. 기후 관련 연구결과를 발표한 경험이 있는 경제학자들에게 설문을 보내 답을 듣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는 총 738명으로,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관한 경제적 전망을 조사했던 연구 가운데 최대 규모다.

지난 3월 기후미디어허브가 전한 해당 조사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 대부분은 기후변화 대응이 더딜수록 전 세계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칠 영향 외에도 국가 내 불평등 및 국가간 격차를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하는 이들도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 “기후위기, 해마다 경제적 타격 주고 성장률 낮출 것”

경제학자들은 지난 2015년 연구소에서 같은 조사를 실시했을 때와 비교해, 기후변화로 인한 비용을 더 심각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냈다.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 중 74%가 “즉각적이고 과감한” 행동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2015년 응답자 50%만이 같은 응답을 했던 데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설문에 응한 경제학자 중 압도적 다수(98%)는 지금 당장 과감한, 또는 “일정한 수준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피터 하워드 뉴욕대 정책 연구소 경제학 책임자는 “경제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대가가 상당하며, 재앙적인 수준으로까지 커질 수 있다는 데 광범위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조사결과는 신속히 기후대응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데 대한 경제적 근거를 제시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학자들의 예측을 종합하면, 2025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연간 손실은 1조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시나리오대로라면 2075년 기후변화로 인해 연간 소요되는 비용은 대략 3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전 세계 GDP의 5%에 달하는 수준이다.

응답자의 76%는 기후변화가 해마다 경제적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경제 성장률을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온실가스 감축에 드는 비용은 낮아지고 있다. 이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생산가격이 대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65%는 태양광, 풍력 외 다른 청정에너지 기술 분야에서도 생산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연구에 참여한 데렉 실반 뉴욕대 정책 연구소 전략책임자는 “경제학자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신속히 감축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을 위해 필요한 기술 비용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밝혔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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