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과 편의점 등에서 시작된 빨대 혁신
식음료 기업과 프랜차이즈에서도 노력 이어져
환경관련 기관·단체와 협업하는 기업도 증가

역사 이후로 인류는 늘 무언가를 더하기 위해 살아왔습니다.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 나아진 기술, 늘어나는 사업영역에 이르기까지, 미지의 분야를 개척하고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구의 건강이 위협받기 시작했습니다. 인류가 무언가를 많이 사용하고 또 많이 버릴수록 지구에 꼭 필요한 자원과 요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열대우림이 줄어들거나 빙하가 녹고 그 과정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던 동물과 식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적게 사용하고 덜 버려야 합니다. 에너지나 자원을 덜 쓰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환경적인’ 일입니다. 인류는 무엇을 줄여야 할까요.

줄여야 산다 스무번째 시리즈는 일회용 빨대입니다. 편리하지만 한번 쓰고 버려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빨대, 어떻게 줄이면 좋을까요? [편집자 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빨대의 모습.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빨대의 모습.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1회용 빨대의 환경 영향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기업들도 빨대 사용을 줄이기 위해 나섰다. 당연히 제공되는 것으로 여겨졌던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거나 생분해 소재로 바꾸고 입을 대고 마실 수 있는 뚜껑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이 시도됐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8월 서울환경연합 등이 진행한 ‘대담한 쓰레기 대담’에서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소재는 없다”라고 지적하면서 “아무리 친환경 소재라고 해도 사용하는 양이 많아지면 환경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1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이런 지적은 한번 쓰고 버려지는 빨대에도 적용할 수 있다. 

◇ 유제품과 편의점 등에서 시작된 빨대 혁신

최근의 빨대 혁신은 유제품에서 시작돼 그 흐름이 유통기업으로 이어졌다. 매일유업은 1회용 빨대에 대한 소비자의 지적을 반영해 지난해 액상발효유 ‘엔요’에서 빨대를 제거했다. 매일유업은 올해 초 ‘상하목장 유기농 멸균우유 190ml’ 제품을 출시하면서 빨대를 제고했다. 당시 매일유업은 빨대 제거 등 패키지 변경을 통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342톤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도 지난 1월 ‘맛있는우유GT 테트라팩’에서 빨대를 없앴다. 당시 남양유업은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문제가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캠페인 ‘Save the earth’ 활동을 통해 소비자 목소리를 반영, 해당 제품이 탄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편리하게 마시기 위해 1회용 빨대를 부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환경적인 부분을 고려한 조치다.

올해 초부터 편의점에서도 빨대 관련 혁신이 이어졌다. 빨대만을 위한 조치라기 보다는 ‘플라스틱 저감’이라는 큰 틀의 정책 아래서 실행된 혁신들이다. 지난 1월 ESG 경영을 본격 선언한 세븐일레븐은 유가공식품 전문업체 서울F&B와 함께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마실 수 있는 ‘빨대없는 컵커피’ 2종을 출시했다. 당시 기준 국내 시판 중인 편의점 컵커피 중 빨대가 없는 최초 사례다.

GS25는 파우치 음료에 생분해 빨대를 도입했다. 당시 GS25는 PLA빨대가 석유 화학 성분이 들어가지 않고 옥수수 소재로 만들어져 100% 생분해되며 플라스틱 빨대와 유사한 사용감에 물에 잘 녹지 않는 내구성까지 갖춘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CU는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로 바꾸는 조치를 이미 지난 2019년에 시작했다. 당시 CU는 아이스드링크 제품에 들어있던 빨대를 종이 빨대로 바꾸고 이듬해인 2020년 10월 이를 다시 옥수수전분 소재 PLA 빨대로 교체했다. 당시 CU는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유해성은 덜하지만 PLA 소재가 퇴비화 조건에서 자동으로 썩는 등 종이보다 자연에 더 해롭지 않아 차근차근 변경해갔다”라고 밝혔다.

일회용품의 온상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편의점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추방하는 데 힘을 합치고 있다. 사진은 세븐일레븐이 내놓은 ‘빨대없는 컵커피’ 2종. (세븐일레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편의점에서도 일회용 빨대가 줄어드는 추세다. 사진은 세븐일레븐이 내놓은 ‘빨대없는 컵커피’ 2종. (세븐일레븐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식음료 기업과 프랜차이즈에서도 노력 이어져

식음료 기업과 프랜차이즈 등에서도 관련 노력이 이어졌다. 동서식품은 지난 10월 컵 커피 제품군에 국내 최초로 종이 빨대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270ml 규격 전 제품에 종이 빨대를 우선 적용하고 내년에는 맥심 티오피 컵 커피 제품에 순차 도입할 계획이다. 동서식품은 이를 통해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36톤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동서식품은 “이번에 도입되는 종이 빨대는 환경 호르몬 우려가 없는 친환경 종이 재질로 외부 시험 기관을 통해 안정성을 검증 받은 제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폴리에스테르 등 합성수지 코팅을 하지 않아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5월에는 롯데GRS가 롯데리아 직영점 100개점을 대상으로 빨대 없이 음용 가능한 ‘드링킹리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환경부 주관 자발적 협약을 연장 체결, 플라스틱 빨대를 필요 고객에게만 한정 제공하는 정책을 지속 운영해왔다.

롯데리아 직영점에 도입하는 드링킹리드는 지난 2018년 커피 전문점 엔제리너스에서 국내 최초로 도입한 것이다. 롯데GRS는 드링킹리드를 전국 롯데리아 매장에 도입 시 약 20톤의 빨대 소비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환경관련 기관·단체와 협업하는 기업도 증가

환경관련 기관이나 단체등과 협업해 관련 노력을 이어가는 기업도 많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에 15개 커피전문점과 4개 패스트푸드점, 자원순환사회연대와 함께 개인컵 및 다회용컵 사용을 활성화하고 플라스틱 빨대 등 1회용품을 함께 줄여나가기로 협의했다. 협약 참여자들은 현재 1회용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빨대와 젓는막대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커피전문점 15개사는 스타벅스, 커피빈, 할리스커피, 엔제리너스커피,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파스쿠찌, 크리스피크림도넛, 카페베네, 탐앤탐스, 커피베이, 디초콜릿커피앤드, 빽다방, 이디야, 투썸플레이스 등이다. 패스트푸드점은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케이에프씨 등 4개사다.

이디야커피는 ‘ESG 긴급진단’ 관련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각 분야별 친환경 자재 확대, 사회공헌활동 전략화, 컴플라이언스 강화 등에 집중하여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는 친환경 종이컵 사용, 빨대 없이 음용이 가능한 리드 사용 등을 통해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강화하고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세계자연기금(WWF) 한국본부는 21일 플라스틱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PACT(Plastic ACTion) 기업 공동 선언식을 개최했다. 매일유업과 아모레퍼시픽, 우아형제들 등 소비자들에게 이름이 익숙한 기업들이 다수 참여했다.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는 지난 4월 국내 6개 기업과 ‘PACT(Plastic ACTion)’ 기업 공동 선언식을 진행했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와 비전을 공유하는 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선언에는 매일유업 밀레니엄힐튼서울, 산수음료, 아모레퍼시픽, 올가니카, 우아한형제들이 참여했다.

당시 밀레니엄힐튼서울은 호텔 내 사용되는 플라스틱 빨대 및 식기도구를 자연분해가 가능한 재질로 대체하고 폐기물 관리체제 개선을 통해 플라스틱 절감 노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식음료 기업인 매일유업과 올가니카는 재활용 용이성을 고려한 제품 패키지 및 디자인 등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은 외식업주 대상 친환경 교육과 불필요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및 재활용 캠페인을 진행하고, 아모레퍼시픽은 사용한 플라스틱 패키지 수거 프로그램 운영을 확대해 자원순환 촉진에 기여한다고 밝혔다.

1회용품 사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빨대 사용을 줄이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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