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부터 회용컵 보증금제 부활
다회용컵 사용 늘리기 위한 여러 움직임
1회용컵, 소재와 사용습관 바꿔야

환경의 사전적(표준국어대사전) 의미는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또는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입니다. 쉽게 말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로 나의 환경이라는 의미겠지요.

저널리스트 겸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는 자신의 저서 <면역에 관하여>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환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꼭 그 구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책은 뉴욕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등에서 출간 당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추천 도서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의 환경인가요?

주변의 모든 것과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환경이라면, 인류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 역시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24시간 우리 곁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며 환경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생활 속 제품들을 소개합니다.

31번째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1회용컵입니다. 1회용컵을 무료로 받지 말고 빌려서 반납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1회용컵은 많이 사용하고 그만큼 많이 버려진다. 내년 6월에는 1회용컵 보증금제가 14년만에 부활한다.
1회용컵은 많이 사용하고 그만큼 많이 버려진다. 내년 6월에는 1회용컵 보증금제가 14년만에 부활한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1회용컵은 많이 쓰고 그만큼 많이 버려진다. 한국인은 1인당 1회용 플라스틱컵을 연간 65개 사용하는데 커피전문점·제과점·패스트푸드점에서의 1회용컵 회수율은 5%에 불과하다(환경부 2018년 발표 기준). 이런 가운데 국내 연간 종이컵 사용개수는 230억개 내외로 추정된다. 1회용컵 사용을 근본적으로 줄여야 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내년 6월부터 1회용컵 보증금제도가 부활한다.

그린피스가 지난 2019년 충남대 장용철 교수팀과 함께 플라스틱 3가지 품목의 소비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한국인 1인당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연간 65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게로 따지면 약 0.9Kg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내용은 ‘플라스틱 대한민국, 일회용의 유혹’ 보고서에 수록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1회용 컵을 주로 쓰는 커피전문점·제과점·패스트푸드점(가맹점 기준) 수는 지난 2008년 기준 3,500여 곳에서 2018년 3만 549곳으로 급증했다. 1회용 컵 사용량도 2007년 약 4.2억개에서 2018년 25억개로 늘었다. 그러나 1회용 컵 회수율은 2009년도 37%에서 2018년도에는 5%로 낮아졌다.

◇ 내년 6월부터 회용컵 보증금제 부활

우리나라에서는 내년 6월부터 1회용컵 보증금제가 본격 시행된다. 환경부는 관련 제도가 시행돼 1회용 컵 회수율이 높아지고, 재활용이 촉진되면, 기존에 1회용 컵을 재활용하지 않고 소각했을 때와 비교해서 온실가스를 66% 이상 줄일 수 있고, 연간 445억 원 이상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1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에서 1회용컵에 음료를 받을때 보증금을 내고 컵을 반납하면 그 보증금을 다시 돌려받는 제도다. 스타벅스가 제주도 매장에서 관련 제도를 운영 중이고 유럽 등 해외 도시에서도 관련 제도를 시행하는 곳이 있다.

국내에서도 첫 시도가 아니다. 이 제도는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시행된 적이 있다. 14년만에 다시 부활하는 이유는 코로나19 등으로 1회용품 사용 규제 조치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는 등 1회용품 사용이 늘어나고 폐기물 역시 늘어서다.

환경부에 따르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지난해 6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당시 환경부는 “지난 2002년에 관련 업계와 자발적 협약으로 추진했다가 2008년에 폐지된 이후 14년 만에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활용이 가능한 컵이 길거리 쓰레기로 방치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회용 컵 보증금제가 다시 도입됐다”라고 덧붙였다.

◇ 다회용컵 사용 늘리기 위한 여러 움직임

1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도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지난 7월부터 제주도에서 일회용컵 없는 매장울 운영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는 우선 4개점에서 일회용컵 대신 머그컵과 개인컵, 리유저블컵에 음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는 음료 구매 시 보증금(1천원)을 지불하고 리유저블컵을 사용한 다음, 사용 후 제주지역 4개 매장 및 제주공항 등에 비치된 반납기에 반납하면 된다.

포스코는 지난 2월, 서울 포스코센터를 일회용 컵 사용 없는 시범빌딩‘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임직원들은 앞으로 생활 속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근무 임직원 모두 텀블러를 사용하는 등 일상에서부터 탄소를 줄여 나가기로 했다. 시범운영 첫날, 최정우 회장은 출근길에 텀블러를 가지고 행사장을 찾아 “포스코 임직원 모두 1년간 텀블러를 사용하면 30년생 소나무를 연간 9,000그루 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을지로 본사 사옥 사내카페에 다회용컵 회수기를 배치한다. 일회용컵 대신 보증금이 적용된 다회용컵을 사용하고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자는 취지다. 이들은 지난 11월 서울특별시, 재단법인 행복커넥트가 공동 추진하는 ‘서울시 다회용컵 시범사업’에 참여한다고도 밝혔다. 11월 6일부터 약 3개월간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시청 인근 중구, 종로구 커피 전문점 20여 곳에서 다회용컵 서비스를 시작하는 내용이다.

효성티앤씨도 본사를 중심으로 ‘종이컵 없는 사무실’ 캠페인을 진행했다. 탕비실 등에 비치한 종이컵 등을 없애고 임직원들이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는 내용이다. 재활용 섬유 '리젠'을 생산하는 효성티앤씨는 지난 5월초부터 마포 및 반포 본사 임직원 전체가 참여하는 '종이컵 없는 사무실'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에 따라 임직원들은 친환경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개인 텀블러를 사용한다.

◇ 종이컵 재활용,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

사람들은 1회용컵이라는 단어에서 흔히 투명한 플라스틱컵을 떠올린다. 쉽게 말하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담을 때 쓰는 컵이다. 그러면 따듯하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 사용하는 종이컵은 괜찮을까?

종이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소재다. 그러면 재활용이 잘 될까? 답은 ‘아니오’다. 종이컵은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일반쓰레기로 버려진다. 안쪽에 PE(폴리에틸렌) 코팅이 되어 있어서다. 환경부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코팅된 종이는 종량제봉투에 버리고, 종이컵은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한번 헹군 다음 압착해 봉투에 넣거나 한데 묶어서 버려야 한다. 일반 종이와 섞이면 안 된다는 의미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019년 2월 27일자 논평에서 “1회용 종이컵의 사용은 230억개에 육박하지만 내부에 음식물이 새는 것을 방지하고자 폴리에틸렌으로 코팅을 하여 재활용률이 낮고 대부분 폐기되어 소각된다”라며 정부가 보증금제 도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종이를 재활용 하려면 셀룰로스 섬유를 푼 다음 다시 결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물에 풀어야 하는데 코팅된 종이는 일반 종이에 비해 이 시간이 길다. 과정이 하나 더 있어서다. 환경부가 종이컵을 일반 종이와 따로 분류해 배출하라고 안내하는 이유다. 하지만 분류해서 잘 버렸대도 문제가 남는다. 종이컵을 따로 모을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서다.

◇ 1회용컵, 소재와 사용습관 바꿔야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과거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우유팩만 따로 모으는 것도 쉽지 않고 우유팩과 종이컵 역시 섞이면 안 되는데, 그 와중에 종이컵만 따로 모아 분리배출하라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커피전문점 등 큰 매장에서 사용한 컵만 따로 모아 보내는 경우라면 가능하지만, 일반 가정 등에서 종이컵만 따로 모을 수 있는 인프라는 없다”고 말했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국장도 종이컵 재활용에 대한 어려움을 언급한 바 있다. 김태희 국장은 “코팅을 벗겨내기 위한 과정이 한번 더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종이와 섞이면 재활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종이컵 전용 수거함을 설치한 곳이나 종이컵 관련 자발적 협약을 맺은 곳 등에서 따로 모아 가져가면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김태희 국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최근에는 종이컵을 재활용하는 곳들도 줄었다”고 말했다.

한국제지연합회 관계자도 지난 9월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종이컵 PE 코팅 제거 설비를 보유한 회사가 있어서 종이컵만 따로 모아서 전달하면 PE 부분을 제거하고 섬유만 재활용해 두루마리 화장지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고 현재도 그렇게 재활용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만 국내 종이컵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분리수거가 잘 돼 리사이클링 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지는 비중이 낮다”고 밝혔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재활용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종이컵 사용량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이사장은 2018년 중앙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연간 230억 개의 종이컵을 사용하는 우리나라도 전 세계 숲이 점점 줄어드는데 한몫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이사장(당시 사무총장)은 칼럼에서 “230억 개의 종이컵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50m 이상의 나무 1500만 그루를 벌목해야 하고, 국내 생산하는 펄프로는 한계가 있어 14만t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종이컵 생산을 위해 25만 3000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1회용컵 보증금제가 부활하고 종이컵 재활용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지면서 컵의 소재를 바꾸고 나아가 사용습관을 바꾸려는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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