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탈탄소 경쟁, 어디까지 왔나?’ 보고서 발간
“글로벌 탈탄소 경쟁력 갖춘 기업 단 한 곳도 없다” 주장

지난 10월 28일 한국산업연합포럼(이하 KIAF)‘의 탄소중립 실현과 수소활용산업’ 온라인 세미나에서는 수소 사업 활성화를 위해 수소 인프라 확충과 수소 기술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삼성전자, 샤오미, 소니 등 한·중·일 3국 주요 ICT 기업의 탈탄소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주장이다. (픽사베이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삼성전자, 샤오미, 소니 등 한·중·일 3국 주요 ICT 기업의 탈탄소 경쟁력이 글로벌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주장이다. 그린피스는 “삼성전자는 기대와 달리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주장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일 삼성전자 등 한·중·일 30개 ICT 기업들의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 사용 노력을 총괄적으로 조사·평가한 ‘탈탄소 경쟁, 어디까지 왔나?’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린피스는 보고서 발표에 맞춰 2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ICT 기업들의 탈탄소 모의 경주대회행사를 열어 글로벌 기준에 미달하는 이들 기업의 저조한 탈탄소 성적을 비판했다. 아울러 공급망을 포함해 모든 사업장에서 2030년 이전에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달성하라고 촉구했다.

그린피스는 조사대상 기업을 한·중·일 주요 ICT 기업 중 국가별로 10개씩 선정했다. 2019년 ‘포브스 선정 100대 디지털 기업’에 포함된 기업을 중심으로 경제적 위상과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했다. 평가는 지난 9월 30일까지 공개된 공식적인 정보를 활용해 기후위기 대응 약속, 기후위기 대응 실천, 정보공개의 투명성, 기후위기 대응 정책 옹호 활동 등 네 개 부문에 대해 실시했다.

그린피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중·일 주요 ICT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목표 수립, 그리고 실천 현황에 대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히면서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 “순이익 기준 아시아 1위 삼성전자...기후 성적표는 D”

평가 결과, 조사대상 30개 기업 중 B 이상의 성적을 받은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소니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C+에 그쳤고, 한국 기업 중에서는 LG전자가 C-로 가장 높은 등급을 받았다. 30개 기업 중 두 곳이 낙제점인 F를 받았는데, 삼성디스플레이와 카카오였다.

LG전자와 파나소닉 등 18개 기업이 향후 30년 안에 탄소 중립이나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소니와 LG전자 등 7개 기업은 2050년 이전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를 수립했다. 이 중 야후재팬과 라쿠텐은 2030년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린피스는 “이 두 기업의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는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목표가 아니었다. 공급망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까지 자사의 목표에 포함한 기업은 소니와 도시바, 히타치 3개 기업뿐”이라고 밝혔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지난해 순이익 기준 아시아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는 기후 성적표에서 D를 받아 30개 기업 중 23위에 머물렀다. 삼성전자는 탄소중립 목표와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를 수립하지 않았고,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 활동도 확인되지 않아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린피스는 “삼성전자는 한국전력 산하 발전 공기업 5개사를 제외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이어 지난해 국내 온실가스 배출 3위 기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1년 약 530만 톤에서 2020년에 1,253만 톤으로 지난 9년 동안 137%나 증가했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121조 원에서 166조 원으로 증가해 매출액 대비 배출량도 1억원 당 4.4톤에서 7.5톤으로 증가했다”라고도 덧붙였다.

해외에서의 행보가 국내와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6월 미국, 유럽, 중국에서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10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고, 지난해 그 목표를 실제로 달성했다. 녹색요금제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및 PPA(전력구매계약)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조달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상황을 더욱 개선하기 위해 미국에서 2024년 초까지 새로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진행해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지역에서 확보한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그러한 적극적인 계획이 없다고 그린피스는 지적했다.

◇ “삼성전자 재생에너지 전환 미룰 이유 없다” 지적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전체 주택용 전력 소비량의 1/5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의 전력을 사용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활용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조달 제도가 이제 국내에서도 가능해진 만큼,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더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도 “애플은 2018년 자사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달성한 데 이어, 2030년까지는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포함하여 100% 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까지 달성하겠다고 지난해 7월 선언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두 배나 많은 양을 순배출 제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며, “삼성전자도 최소한 2030년 이전 주요 생산거점인 한국과 베트남을 포함한 공급망 전체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수립하고 실천하기를 바란다”고 말헀다.

양연호 캠페이너는 삼성전자가 탈탄소 평가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것과 관련해 “선두기업으로서 몇십 배, 몇백 배 책임감을 갖자’고 한 이재용 부회장의 올해 신년사 다짐이 빈말이 되지 않도록 삼성전자가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 대응에서 책임 있는 글로벌 선두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이번 보고서 발표에 앞서 지난 5월 한국 정부가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50% 감축하는 계획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10개 국내외 환경·사회단체들과 함께 청와대에 전달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삼성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전환사업을 총체적으로 평가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에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 제안서를 전달하기도 하였다. 그린피스는 개개인 차원을 넘어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규모있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추진하도록 앞으로도 관련 보고서 발간 등 캠페인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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