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긴 글 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많은 메시지를 담습니다. 과거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그런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포토그래퍼나 디자이너에게 어떤 느낌의 작업물을 원하는지 전달하려면 빽빽한 글을 채운 작업지시서보다 딱 한 장의 ‘시안’이나 ‘레퍼런스’가 훨씬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환경 관련 이슈, 그리고 경제 관련 이슈가 있습니다. 먼 곳에 있는 뉴스 말고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는 공간에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사진으로 전하겠습니다.

성능 좋은 DSLR이 아닙니다. 그저 주머니에서 꺼내 바로 찍을 수 있는 폰카입니다. 간단하게 촬영한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 이면에 담긴 환경적인 내용들, 또는 경제적인 내용을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78번째 사진은 몰래(?) 버려진 일회용컵입니다. [편집자 주]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숨겨둔 쓰레기. 길 한가운데 버리는게 부끄러웠을까? 그러면 버리지 말았어야 한다. (이한 기자 2021.4.27)/그린포스트코리아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숨겨둔 쓰레기. 길 한가운데 버리는게 부끄러웠을까? 그러면 버리지 말았어야 한다. (이한 기자 2021.4.27)/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가족 중 한 분이 청소노동자로 일한다는 한 소비자가 기자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 있다 “길위에 버려진 쓰레기는 그냥 주우면 되는데, 함부로 버리기 창피했는지 구석에 꼭꼭 숨겨둔 쓰레기는 치우기도 어렵고 화도 난다고 하더라”는 얘기였다.

사진은 철제 담장 아래 눕혀서 마치 숨기듯 버려놓은 일회용 커피잔의 모습이다. 길을 오가는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 주차된 오토바이 옆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게 버려졌다. 쓰레기를 버린 후에 오토바이가 그곳에 주차했을 수도 있지만, 쉽게(?) 버려진 게 아니라 숨겨둔 쓰레기인 건 분명해 보인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게 부끄럽고 수치스러우면 안 버리면 된다. 남들이 볼까봐 신경이 쓰이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건 양심이나 윤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쓰레기를 정해진 장소에 정해진 방법대로 버려야 하는 건 법적인 문제이기도 해서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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