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서식지가 팜유 농장으로...열대우림 파괴 심각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 위한 기준 마련...기업 노력 필요

팜유는 식품부터 화장품, 생활용품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광범위한 사용량 때문에 야생동물과 숲, 현지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팜유는 식품부터 화장품, 생활용품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광범위한 사용량 때문에 야생동물과 숲, 현지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 초콜릿, 분유, 마스카라, 비누, 치약, 양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팜유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팜유는 식품부터 화장품, 생활용품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광범위한 사용량 때문에 야생동물과 숲, 현지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팜유의 문제점을 알아보기 전 팜유가 무엇인지, 왜 이렇게 많이 사용되고 있는지부터 알아보자. 팜유는 팜나무 열매를 쪄서 압축해 얻은 식물성 기름이다. 팜 열매는 껍질, 씨앗, 과육으로 나뉘는데 이 중 과육으로 만든 기름을 팜유라고 한다. 공기 중에서 쉽게 산패되는 다른 식물유와 달리 상온에서도 산화안정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팜 열매는 다른 식물성 기름의 원료인 콩, 해바라기씨보다 동일한 면적에서 재배량이 10배 이상 많다고 알려져 있다. 한 마디로 수확량이 많아 저렴하고 공기 중에서도 별 탈 없이 보관이 가능해 유통이 용이하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장점으로 팜유는 식용은 물론, 가공용으로 널리 사용된다. KOTRA 보고서에 따르면, 팜유 생산량의 80%는 마가린, 튀김용유, 버터 대체용 등 식용유지로, 20%는 화장품, 화학, 제약, 바이오디젤 등 비식용 소비재의 원료로 사용된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슈퍼마켓에 진열된 제품 중 절반이 팜유를 포함하고 있다는 통계를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생활 속에서 팜유가 함유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문제는 팜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파괴다.

◇ 야생동물 서식지가 팜유 농장으로...열대우림 파괴

환경단체들은 팜유 수요 급증에 따라 팜 생산을 늘리기 위해 열대우림을 마구잡이로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재배지를 개간하는 과정에서 삼림 벌목, 화전, 온실가스 배출, 생물다양성 훼손, 유독성 살충제 및 화학비료로 인한 수질오염과 독성물질 노출 등 환경오염이 야기된다는 것이다. 

전세계 팜유의 85%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나오고 있다. 이곳에서 운영 중인 농장의 4분의 3이 열대우림을 없애고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앞으로도 세계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에 팜유 재배지가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팜유를 지구의 눈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업들이 팜나무 농장 개간을 위해서 열대우림에 고의로 불을 지르고 그 자리에 야자나무를 심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서다.

BBC뉴스는 지난해 11월 12일 글로벌 기업이 팜농장 개간을 위해 아시아 최대 열대우림인 인도네시아 파푸아에 고의로 불을 낸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파푸아는 새로운 팜유 산지로 주목받으며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팜유를 얻기 위해 지구의 허파에 불을 지르는 것이다. 

팜나무 재배 면적을 늘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단순히 천연림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환경단체들은 이로 인해 원시림에서 살아가던 오랑우탄, 코뿔소 등 야생동물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고, 산불과 심림 파괴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고스란히 기후위기로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 위한 기준 마련...기업 노력 필요

팜유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가 심각하다면 생산량을 줄이면 되지 않을까 1차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계는 이미 일상생활에서 팜유가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는데다 저렴하고 효율적인 팜유를 대체할 만한 오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팜유와 동일한 양의 식물성 기름 추출을 위해서는 땅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팜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국제사회는 삼림 벌채나 불법적인 화전 없이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친환경을 기준으로 열대우림을 해치지 않도록 팜나무 재배 면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투명하게 유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팜유의 환경파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국제사회는 친환경 팜유 인증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지속가능한 팜유 산업 협의체(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 RSPO)’라는 네트워크를 설립하고 국제적 합의 기준을 만든 것이다. 

RSPO는 투명성, 천연자원 및 생물다양성 보존 등 환경적 책임, 신규 농장의 개발에 대한 책임, 지속적인 개선에 대한 노력 등 8가지 원칙을 정하고 팜유 생산기업뿐만 아니라 팜유를 사용하는 제조기업 등 이를 준수하는 기업에 해당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팜유 생산기업이 준수해야 할 정책으로 RSPO보다 높은 수준인 산림파괴 금지 정책인 NDPE(No Deforestation, No Peat and No Exploitation)도 시행 중이다. KOTRA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팜유 거래량의 90%가 NDPE를 채택한 기업 간에 성사되고 있고 NDPE을 위반한 기업과의 거래는 지양하는 추세다.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아예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 팜유 정책을 도입했다. 인도네시아 농업부는 인도네시아 친환경 팜유 정책(ISPO) 인증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온실가스를 감소시키고 환경문제에 유의해 자국 팜유 경쟁력을 키우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내 팜유 생산기업은 ISPO 인증이 의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팜유를 생산하고 이용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WWF는 최근 발간한 ‘팜유 바이어 스코어카드 2021’에서 전세계 277개 기업의 지속가능성 점수 평균이 24점 만점에 13.2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기업은 올해 처음 평가를 받았는데 RSPO에 가입한 기업 14곳 중 5곳만 정보를 공개, 평균 점수는 4.5점으로 나타났다. 

WWF는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모든 공급망 내 팜유 바이어들의 과감하고 시급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지속가능한 팜유 시장을 위한 기업들의 책무 강화를 요구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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