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제품의 '환경 손익분기점'은 어디일까?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친환경’ 노하우는 ‘쓰레기를 덜 버리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이든, 음식물 쓰레기든, 아니면 사용하고 남은 무엇이든...기본적으로 덜 버리는게 가장 환경적입니다.

그린포스트코리아 편집국은 지난해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주말 이틀을 살아보자는 도전이었습니다. 도전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게 말 그대로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경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하여,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합니다. ‘제로웨이스트’입니다. 이틀 내내 쓰레기를 ‘제로’로 만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쓰레기를 배출하던 과거의 습관을 하나씩 바꿔보려 합니다. 평소의 습관이 모여 그 사람의 인생과 운명이 결정된다면, 작은 습관을 계속 바꾸면서 결국 인생과 운명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54회차는 텀블러를 구매하지 않으려는 노력에 대해서입니다. 환경적인 텀블러를, 기자는 왜 끊었을까요? [편집자 주]

텀블러는 환경적이지만, 텀블러 여러개를 돌려쓰는 것은 환경적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 용맹하지만 '애정 결핍'에 걸린 가상의 전사 텀블러와 그 동료(?)들의 사진. 저 텀블러의 주인이 기자인지 아닌지는 프라이버시상 비밀이다. (이한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요즘 기자에게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텀블러 안 사기’다. 며칠 전에도 카페에서 넉넉한 용량과 예쁜 디자인의 텀블러를 보고 구매하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 텀블러는 ‘친환경 에코템’으로 잘 알려져있는데, 환경전문 매체 기자가 왜 텀블러를 사지 않는걸까? 사진 속에 그 답이 있다. 텀블러를 저렇게 가지고 있으면 그건 환경적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요즘 기자에게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텀블러 안 사기’다. 며칠 전에도 카페에서 넉넉한 용량과 예쁜 디자인의 텀블러를 보고 구매하고 싶었는데 꾹 참았다. 텀블러는 ‘친환경 에코템’으로 잘 알려져있는데, 환경전문 매체 기자가 왜 텀블러를 사지 않는걸까?

기자가 텀블러를 끊겠다고 다짐 한 건 2년쯤 됐다. 정확하게 말하면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 텀블러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환경적인 소비 대신 환경적인 사용습관을 갖자는 취지다.

텀블러는 환경적이다. 한 개를 가지고 오래 쓰면 그렇다는 얘기다. 본지 기사로도 몇 번 다룬 적 있는데, 텀블러를 1개 생산하거나 없애는 과정에서는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 1개보다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스테인리스 등으로 만든 텀블러가 1회용 컵보다 훨씬 더 만들기 복잡하고 튼튼한 제품이어서다.

KBS가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 연구한 바에 따르면, 300ml 용량 텀블러를 매일 1번씩 사용하면 2주 만에 플라스틱컵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한다. 한 달이 지나면 종이컵 온실가스배출량보다 적어진다. 6개월 후에는 플라스틱 컵 온실가스 배출량이 텀블러의 약 12배가 된다. 물론 플라스틱컵 또는 종이컵 역시 매일 1번씩 사용한다고 가정했을때다. 하지만 텀블러를 사놓고 쓰지 않으면, 그리고 텀블러를 (수집 목적으로) 여러개 사서 가지고 다닌다면 어떻게 될까?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기자는 텀블러 부자다. 가지고 있는 텀블러가 20개를 훌쩍 넘는다. 이사를 하면서, 짐 정리를 하면서 잔뜩 버리고 남은 양이 그 정도다. 여행을 다녀오면서 기념품으로 늘 텀블러를 골랐고, 계절마다 또는 시즌마다 나오는 예쁜 신상에 정신없이 지갑을 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철 없던 시절이다.

2년여 전부터, 텀블러(구매)를 끊었다. 요즘은 자주 쓰는 제품 2개를 정해놓고 하루씩 번갈아 사용한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텀블러 내부에 습기가 자주 차거나 세균이 번식하는 것을 우려해 깨끗이 씻어 말리려면 2개가 필요할 것 같아서다. 그래서 요즘은 일회용컵을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고 텀블러 구매도 하지 않는다. (다만, 최근 다리를 가쳐 카페를 방문하지 못하고 커피를 주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는 부득이 일회용컵을 사용한다. 다리 치료가 끝나면 배달 커피도 끊을 생각이다.)

물론 텀블러도 영원히 사용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스테인리스 텀블러 등의 경우 보온·보냉 기능을 위해 진공 기술이 적용되는데, 통상 2~3년 정도 지나면 진공이 약해지면서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관리 상태에 따라 위생도 달라져, 주기적으로 교체해 주는 것이 좋다. 다만, 2~3년간 꾸준히 사용한다면 환경 ‘손익분기’는 넘을 수 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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