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보관용 종이팩, 상온보관용 종이팩 구분해서 버려야"
기존 분리배출 및 수거 시스템 개선 필요

서울의 한 주택가 분리수거함의 모습. 서울시가 '따로 배출하라'고 알린 페트병이 다른 쓰레기와 섞여있다. 쌓인 쓰레기 뒤로는 텅 빈 분리수거함이 보인다 (이한 기자. 2020.0612)그린포스트코리아
내년부터 종이팩을 일반팩(살균팩)과 멸균팩으로 나눠 분리배출한다. 재활용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소비자기후행동에서는 "종이팩을 별도로 분리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재활용할 수 있는 업체나 기술들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주택가 분리수거함의 모습.(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오현경 기자] 내년부터 종이팩을 일반팩(살균팩)과 멸균팩으로 나눠 분리배출한다. 재활용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소비자기후행동에서는 "종이팩을 별도로 분리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재활용할 수 있는 업체나 기술들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 환경부는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겠다는 내용이 담긴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2022년 1월 1일부터 포장재에 대한 분리배출 표시가 종이팩 대신 ‘일반팩(살균팩)’과 ‘멸균팩’으로 표시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종이팩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냉장보관용 우유팩 등의 ‘살균팩’과 알루미늄 처리가 된 상온보관용 두유팩, 주스팩 등이 ‘멸균팩’이다. 환경부는 “재활용 과정에서 재질‧구조가 다른 살균팩과 멸균팩이 섞여 품질저하를 일으키는 문제를 최소화 하기 위함”이라며 별도 표기될 멸균팩의 재활용 여건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재활용률이 높아질 수 있다며 환영했다. 이차경 소비자기후행동 공동대표는 “멸균팩은 100%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라며 반색했다. 이 대표는 “멸균팩의 종이는 페이퍼타월로 재활용하고 PE나 알루미늄 소재는 유통자재, 생활용품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기후행동에 따르면 현재 제로웨이스트샵이나 주민단체, 생협 등에서는 멸균팩을 수거하고 있다. 일례로 아이쿱생협은 멸균팩의 자원순환을 위해 매장 내 수거함을 마련했다. 이들이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회수한 멸균팩만해도 38톤에 달했다. 

◇ "살균팩, 멸균팩 구분 앞서, 종이팩류 분리배출 잘 해야"

하지만 내년부터 적용될 멸균팩 별도 표시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이차경 대표는 “살균팩은 지자체에서 별도로 수거하는 경우도 있지만, 멸균팩은 그러한 순환시스템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별도의 수거시스템이 없는 멸균팩을 일반시민들이 분리배출해서 버리기는 어려운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살균팩과 멸균팩은 지금까지 별도 구분없이 ‘종이팩류’에 버려졌다. 문제는 종이팩 재활용률이 떨어지고 있다. 환경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에서 배출되는 종이팩은 연간 약 7만톤에 달한다. 하지만 재활용률은 2018년 22%에 이어 2019년 19%로 떨어졌다. 

이에 이 대표는 종이팩류가 종이(폐지)류와 버려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종이류에 버려진 종이팩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되거나 매립된다”며 “많은 사람들이 종이팩을 종이류에 버린다. 종이팩 수거함이 별도로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종이팩이 종이와 분리가 되지 않으면 살균팩과 멸균팩을 구분하는 효과도 없다”고 주장했다.

◇ "기존 분리배출 및 수거체계에서 벗어나야...종이팩 자원순환 고려할 때"

이차경 대표는 종이팩 분리배출·수거체계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우선은 종이팩을 별도로 분리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종이팩을 수거할 수 있는 별도의 시스템을 만들려면, 그것을 재활용할 수 있는 업체나 기술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다음 멸균팩 재활용률 높이기 위한 인프라 구축 및 시스템 개선”이라며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 멸균팩을 일정하게 수거해야 재활용 공장이 계속 가동될 수 있다. 이러한 순환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관련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아이쿱생협에 따르면 이들은 수거율을 높이기 위해 멸균팩 제품의 환경 보증금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멸균팩 반납시 환경 마일리지 또는 재활용한 휴지로 다시 제공됐다.

이 대표는 “종이팩류 수거함 하나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며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도 처음엔 헷갈렸지만,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만큼 수거율이 높아졌다. 이제는 종이팩도 어떻게 재활용을 높일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hkoh@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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