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요소수 부족 사태...전력난과 기후변화가 원인?
자동차 요소수 88.5%가 중국발...국내 시장 영향은?
대책마련 나선 정부...환경단체에선 “에너지전환 계기” 주장도

환경과 경제를 각각 표현하는 여러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환경은 머리로는 이해가 잘 가지만 실천이 어렵고, 경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도 왠지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환경과 경제를 함께 다루는 용어들도 많습니다. 두 가지 가치를 따로 떼어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영역으로 보려는 시도들이 많아져서입니다. 환경을 지키면서 경제도 살리자는 의도겠지요. 그린포스트코리아가 ‘환경경제신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여기저기서 자주 들어는 보았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뭐고 소비자들의 생활과 어떤 지점으로 연결되어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는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선정해 거기에 얽힌 경제적 배경과 이슈, 향후 전망을 묶어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마흔 아홉 번째 순서는 최근 산업계와 환경분야의 이슈로 떠오른 ‘요소수’입니다. [편집자 주]

최근 차량용 요소수 품귀 사태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2050 탄소중립’이 석탄 사용을 규제한 것에 따른다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서는 요소수 문제는 에너지 전환에 좋은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린포스트코리아 제공)
최근 ‘요소수’가 이슈다. 중국에서 수입하던 요소수가 여러 이유로 부족해질 위기에 놓이면서 물류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된 탓이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지자체 등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요소수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요소수는 무엇에 쓰는 물건이고 환경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래픽 : 최진모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최근 ‘요소수’가 이슈다. 중국에서 수입하던 요소수가 여러 이유로 부족해질 위기에 놓이면서 물류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된 탓이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지자체 등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요소수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요소수는 무엇에 쓰는 물건이고 환경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환경부 사이트 ‘환경용어사전’에 따르면 자동차 촉매제(요소수)는 경유자동차 배출가스 중 질소산화물(NOx)를 저감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액상의 화학물질로서 주성분이 요소(Urea)와 물로 되어 있어 주로 요소수라고 부른다.

환경부에 따르면 요소수는 엔진 뒷편에 있는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에 분사되며 질소산화물 저감효율이 90% 이상으로 높다. 엄격한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6의 도입으로 세계 각국은 트럭, 버스 등 대형 상용차에 요소수를 촉매로 사용하고 있다. 요소수 부족 사태가 우려되면서 소방차와 구급차, 물류용 화물차나 버스 운행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이유다.

◇ 중국발 요소수 부족 사태...전력난과 기후변화가 원인?

요소수 부족 사태는 중국과 관련이 있다. 비료난과 전력난 그리고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는 중국산이 국내 수입량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데 최근 중국이 수출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생겼다. 코트라 4일 발표와 연합뉴스 5일 보도 등을 종합하면 세계 최대 요소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중국은 매년 약 500만 톤의 요소를 세계시장에 공급한다. 한국은 중국의 2위 요소 수출대상국이다. 올해 1∼9월 중국의 대 한국 요소 수출량은 56만 4천톤으로 중국 요소 수출 총량의 14%를 차지한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0월 11일, 29종의 비료 품목에 대한 수출 검역 관리방식을 변경했다. 별도의 검역, 검사 없이 수출이 가능했던 요소, 칼륨비료, 인산비료 등 총 29종 비료 품목(HS 10단위 기준)은 10월 15일부터 반드시 기관의 검역을 거쳐 통관단을 발급받아야 수출이 가능해졌다. 참고로 요소는 자동차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 농업과 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대 중국 요소 수입물량 55만톤 중 산업용은 33만톤이다 이 중에는 차량용 8만톤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이 요소 등에 대한 수출을 억제한 것은 비료난과 전력난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규제 강화를 통해 수출을 억제하고 중국시장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수출제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성애 코트라 중국 베이징무역관은 지난 1일자 보고서에서 “화학비료의 주요 생산원료인 천연가스, 유황, 석탄 등의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는 데다가 최근 전력난, 각 지방정부의 에너지소비이중통제까지 겹치며 화학비료 및 요소 생산이 위축되고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중국 요소 생산가동률은 67.24%로 전년 동기 대비 5.6%포인트 감소했다. 일평균 생산량도 전년 동기 대비 4.1%포인트 줄었다.

여기에 화학비료 주요 생산원료인 천연가스, 유황, 석탄 등의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고 전력난이 겹치며 화학비료 및 요소 생산이 위축되고 공급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와 언론보도 내용 등을 종합하면 요소는 석탄 또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데, 중국은 지난 9월 중순께부터 전력난이 심해졌고 겨울 난방 시즌을 앞두고 석탄 등 연료원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에서 요소 생산이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이 호주와 외교갈등을 겪으며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된다.

지난달 중국 주요 석탄 산지인 산시성에 폭우와 홍수가 발생해 2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현지 탄광이 한때 생산을 멈춘 것도 현지 석탄 수급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지난 10월 12일자 기사에서 산시성 정부가 60개의 석탄광산, 372개의 비석탄광산, 14개의 유해 화학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다면서 “산시성은 중국 유수의 석탄 생산지이기 때문에 최근 발전용 석탄 공급 부족으로 발생한 ‘전력난’의 여파가 악화될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보도했다.

환경운동연합이 디젤차를 퇴출하고 겨울과 봄엔 차량 운행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진=Pixabay)
요소수 품귀 현상을 두고 물류대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는 차량용 수요 때문이다. 요소 수입 전체 비중을 따지면 중국이 66.1%지만 자동차용 요소로 한정하면 중국 비율은 88.5%에 달한다. 사진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픽사베이 제공, 본사 DB)/그린포스트코리아

◇ 자동차 요소수 88.5%가 중국발...국내 시장 영향은?

국내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국내 요소수 시장의 과반을 점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에 따르면, 중국 요소 수출가격은 올해 2월 4일 톤당 300달러 수준에서 지난 10월 21일 기준 740달러까지 상승했고 실제 시장 가격은 900~1000달러로 형성돼있다.

롯데정밀화학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요소 수입은 중국이 1위(66.1%)다. 인도네시아(13.8%)와 카타르(10.5%)가 그 뒤를 잇고 바레인(3.9%)과 사우디아라비아(3.4%)순서다. 이란과 일본 등 나머지 나라들은 1%대나 그 안쪽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요소수 품귀 현상을 두고 물류대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는 차량용 수요 때문이다. 요소 수입 전체 비중을 따지면 중국이 66.1%지만 자동차용 요소로 한정하면 중국 비율은 88.5%에 달한다. (비료나 비료제조용은 중국 48.3%)

롯데정밀화학은 중국이 요소 생산 세계 1위로 약 30%를 점유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중국 요소 수급 문제에 대한 여파가 전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주요 요소 생산 국가에 긴급으로 수입을 강구하고 있으나, 중국에서 요소를 수입하는 일본 등 모든 나라가 긴박한 상황으로 물량 확보가 어렵고, 재고 부족에 따른 원가 상승과 장거리 물류 비용 등 급격한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므로 매월 수십만원의 요소수 비용을 지출하는 화물차 운전자에게는 특히 심각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시 롯데정밀화학은 “최근 요소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가격인상을 하지 않았고 할 계획도 없다”고 밝히면서 “요소 원재료의 가격 변동폭은 큰 편이나, 대형 제조사가 원재료 인상폭을 흡수하여 장기간 요소수의 소비자가는 일정하게 유지되었는데 요소수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수급 협상력이 약하고 재고 수준이 낮은 중소 업체들을 중심으로 2주 전부터 대리점으로 공문 발송하며 가격 인상이 도미노로 시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대책마련 나선 정부...환경단체에선 “에너지전환 계기” 주장도

요소 관련 사태에 대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8일, 국회에서 "한국 시장에서 요소수 대란이 일어난 것은 중국도 미처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싱하이밍 대사는 이번 수출제한 조치가 특정 국가를 겨냥해서 진행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중국) 국내 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촉매제(요소수) 및 그 원료인 요소의 매점매석 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가 시행되는 11월 8일부터 정부 합동으로 경유차 요소수 및 그 원료인 요소에 대해 매점매석 행위 등의 불법 유통 점검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요소 및 요소수 점검에 참여하는 정부 합동단속반은 요소수 제조기준 적합 여부 등을 담당하는 환경부, 산업부, 요소수 가격의 담합 여부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요소수의 입고·재고·출고 현황이나 매입·판매처를 확인할 수 있는 국세청 등이 포함된다. 환경부는 경유차 요소수 제조·수입·판매 영업행위들을 대상으로 하는 단속들을 주관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관계부처 합동으로 요소수 원료가 되는 요소 수입업자를 상대로 단속을 실시한다.

단속에는 총 31개조 108명(환경부 53명, 산업부 7명, 국세청 19명, 공정위 5명, 경찰청 24명)의 인력이 투입되는데, 특히 경찰청 공무원들이 참여하여 현장 조사과정에서 적발된 위법사항을 즉각 수사함으로써 합동단속의 실효성이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이번 단속 대상이 되는 업체의 수를 약 1만 여개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단속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전국·권역별 요소·요소수의 유통 흐름을 촘촘하게 파악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품귀 현상으로 제조기준에 맞지 않는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라, 국립환경과학원이 해당 시료를 채취, 시험·분석해 불법 여부를 검사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요소수 사태를 두고 환경단체에서는 에너지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8일 본지 취재에 응하면서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에너지 자급자족을 결정하고 풍력발전 생산에 박차를 가한 덴마크 사례를 예로 들면서 “요소수 문제는 에너지전환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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