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고유 종 구상나무 30% 이상 고사...기후위기 바로미터
구상나무 살리기는 기후위기 대응하는 기업 ESG 활동
탄소중립 및 구상나무 보전 위한 다자간 노력 활발

한라산 백록담 인근의 구상나무 모습.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한라산 백록담 인근의 구상나무 모습.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최근 유통업계에서 구상나무를 심고 탄소중립 숲을 조성한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유통을 주로 하는 기업에서 왜 특정 나무를 심고 숲에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업계에 따르면 한국 고유수종인 구상나무는 지구 가열화로 이미 약 30% 이상 고사가 시작된 상태로 기후위기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기업들은 국내 육상 생태계를 보호하고 탄소중립과 ESG 경영 실천을 위해 민간 협력 형태로 구상나무 보전∙복원에 힘쓰고 있다. 

◇ 구상나무 살리기는 기후위기 대응하는 기업 ESG 활동

구상나무는 한라산과 지리산 등에서만 자생하는 우리나라 고유 수종으로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도 그 가치가 크다. 등산 시 고지대에서 종종 고사한 구상나무 등 침엽수림이 보이면 멋스러워 보일 수는 있지만 사실 이는 기후변화로 우리나라 생태계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한다. 

구상나무는 흔히 ‘크리스마스 트리’로 알려져 있다. 영국 출신의 식물학자 어니스트 헨리 윌슨이 제주도를 탐사하다 처음 발견해 1920년 학계에 ‘abies koreana’라는 이름으로 최초 보고됐다. 

문제는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등이 주요 분포지였던 이 나무가 기후변화에 따른 온도 상승, 적설 감소 등의 원인으로 고사 위기에 처하며 2013년부터는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립산림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구상나무의 약 30%가 고사가 시작된 상태다. 

이에 국내 유통기업들이 서식 환경 변화로 사라져가는 구상나무를 비롯한 멸종위기 수종을 보전하고 복원하기 위한 다자간 노력에 동참하며 기후변화 대응에 힘을 보태고 있다. 

◇ 탄소중립 및 구상나무 보전 위한 다자간 노력 활발

최근 전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상기후 현상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활동에 기업들의 동참이 요구되고 있다. 나무를 살리고 숲을 복원하는 사업도 그 일환이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으로 잘 알려진 유한킴벌리는 멸종위기에 처한 한반도 자생 구상나무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 9월 산림청 산하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 ‘구상나무 및 멸종위기 고산침엽수의 보호 및 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구상나무 보전을 위한 조사 및 종자수집, 구상나무숲 조성, 멸종위기 고산침엽수의 보호 및 보전 등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아웃도어 기업 네파도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 함께 구상나무를 비롯한 국제 멸종위기 수종으로 지정된 고산 침엽수들에 대한 개체군 축소를 막고 후계림 육성을 위한 다양한 보호 사업을 후원하기로 했다. 네파가 구상나무를 구하는 방식은 오는 연말까지 자사 이젠벅 브랜드의 홈쇼핑 판매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는 것이다. 

네파 관계자는 “최근 와디즈 펀딩을 통해 판매했던 사나래 등산화를 시작으로 구상나무 살리기 후원에 동참하고 있다”며 “금번 이젠벅 브랜드 판매 수익금 기부가 구상나무를 포함한 멸종위기 고산침엽수 보호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고 앞으로도 진정성 있는 ESG 경영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온실가스 줄이기 위한 숲 조성

숲을 조성해 구상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수종을 심고 가꾸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풀무원은 파주시 접경지역에 2400여 평 규모의 ‘풀무원 평화의 숲’을 만들기로 하고 지난 10월 (사)평화의숲, 북부지방산림청, 남북산림협력센터와 함께 구상나무와 남한 지역에 많이 분포하는 상수리나무, 버드나무, 북한지역에 분포하는 전나무, 진달래 등 10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향후 서울국유림관리소는 풀베기 등으로 사업지를 관리하고 (사)평화의숲은 시민참여형 숲가꾸기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숲 조성 사업은 지난해 풀무원 임직원들이 걷기챌린지 봉사활동에 참여해 조성한 기부금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산림청과 손잡고 국내 최대 규모의 ‘탄소중립의 숲’ 조성에 나선다. 탄소중립의 숲이란 일상생활과 산업활동 등을 통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하기 위해 조성되는 숲으로 산림청이 민간 기업 및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8월 산림청과 ‘탄소중립 활동 및 ESG경영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하고 2025년까지 최대 33ha, 10만 그루 규모 숲 조성하기로 했다. 산림청과 함께 조림 사업을 펼치는 한편, 숲 조성에 따른 탄소 저감 효과 지표 발굴 등 연계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이상기후 현상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산림조림 사업의 필요성이 전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숲 조성 배경에 대해서 밝힌 바 있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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