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수소보다 경제적인 암모니아, 차세대 수소 기술 부상 중
암모니아 인프라 갖춘 화학기업들, 그린암모니아, 수소추출 등 주목
7월 출범한 '그린암모니아 협의체', 암모니아 밸류체인 완성 목표

지속가능하고 청정한 에너지로의 전환은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항으로 꼽힙니다. 현재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에너지 산업은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화석에너지원을 대체할 다양한 에너지원들이 논의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에너지원은 '수소(H2)'입니다.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할 뿐만 아니라 연소하더라도 소량의 물과 아주 적은 양의 질소산화물만 발생시키는 청정에너지로 불립니다. 또한 질량 1g당 발열량이 석유보다 3배 이상 높은 에너지원으로, 신재생에너지가 가지고 있는 불안정성을 해소해줄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계정부를 비롯한 기업들은 수소 경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수소 에너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에 이번 기사에서는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수소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수소 경제를 이끌기 위해 어떤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열일곱 번째 순서는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반 등에 있어 또 다른 키워드로 부상하고 암모니아에 주목하고, 암모니아 기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협업하고 있는 기업과 연구기관입니다. [편집자 주]

2050 탄소중립과 그린암모니아 밸류체인 기술 기준 수립을 위해 지난 7월 15일 출범한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암모니아 협의체'. 해당 협의체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18개 공공기관, 출연연, 민간기업이 함께하고 있다.(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2050 탄소중립과 암모니아 밸류체인 기술 기준 수립을 위해 지난 7월 15일 출범한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암모니아 협의체'. 해당 협의체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18개 공공기관, 출연연, 민간기업이 함께하고 있다.(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임호동 기자] 수소 산업에 암모니아가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암모니아는 기체수소의 부피를 줄여 수소의 저장과 운송의 효율을 높여줄 수소 캐리어이자 청정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새로운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롯데정밀화학과 한화 등 기존의 암모니아 기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화학 기업들의 중심으로 수소를 암모니아로 저장하거나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2050 탄소중립을 위해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과 출연연 등도 암모니아 기술 개발에 협업하며 민관협업도 시도되고 있다.

◇ 수소산업에 암모니아가 뜬다?

많은 기업들이 수소 사업에 주목하면서 수소의 생산부터 저장·운송, 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의 핵심 기술 확보 경쟁과 협업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현재 상용화된 기체 수소를 보다 더 효율적으로 저장·운송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기체수소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운송량이 적고, 수소차 등 적은 양이 필요한 모빌리티에는 문제가 없지만 대량 운송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체 수소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더 효율적으로 수소를 저장·운송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 것이 바로 액화수소와 암모니아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를 기체 수소를 -235℃ 정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액화하는 방식이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에 비해 부피를 800배 가량 줄일 수 있으며, 액화수소를 기화시키는 과정에서 압력이 상승해 충전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기체 수소를 액화하기 위해서는 매우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하는 기술과 이를 견디는 저장탱크가 필요한데, 현재 상용화된 기술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액화수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암모니아다. 암모니아(NH3)는 수소와 질소가 결합된 화합물로, 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해 저장·운반하고 다시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암모니아는 기체수소 대비 1400배가량 부피를 줄일 수 있어 액화수소보다 저장밀도가 높으며, 암모니아는 -33℃에서 액화로 변화시킬 수 있어 저장과 운반에 용이하다.

뿐만 아니라 오래 전부터 화학비료의 필수 원료로 사용되는 암모니아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수출입이 활발해 생산시설과 저장·운반의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2019년 발표한 ‘수소의 미래보고서’를 통해 “액상 암모니아는 액체수소, 액상유기수소화물(LOHC)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인 수소 저장 및 장거리 운송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실제 국내 기업과 연기기관은 암모니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정밀화학과 롯데글로비스가 포스코, 한국선급, 한국조선해양, HMM 등과 지난 5월 체결한 '그린암모니아 해상운송 및 벙커링 컨소시엄 업무협약'. 롯데정밀화학은 해외에서 생산된 그린 수소를 그린암모니아로 변환해 국내로 가져오는 그린암모니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롯데정밀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롯데정밀화학과 롯데글로비스가 포스코, 한국선급, 한국조선해양, HMM 등과 지난 5월 체결한 '그린암모니아 해상운송 및 벙커링 컨소시엄 업무협약'. 롯데정밀화학의 국내 최대 암모니아 인프라를 구축한 롯데는 해외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를 그린암모니아로 변환해 국내로 가져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롯데정밀화학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암모니아 인프라 보유한 롯데, 그린암모니아 사업 주도

국내에서 암모니아 인프라가 가장 잘 구축돼 있는 곳은 단연 롯데정밀화학이다. 국내 암모니아의 유통량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은 국내 최대 암모니아 저장탱크를 비롯해 유통인프라 구축을 완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그린암모니아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해외 발전·에너지업체 대상 지분 투자 및 조인트벤처(JV) 설립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가 충분한 해외에서 그린수소 생산하고, 이를 암모니아로 변환해 국내로 들여오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롯데는 협업을 선택하고 있다. 지난 5월 롯데정밀화학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포스코, 한국선급, 한국조선해양, HMM 등 6개 기관과 '그린암모니아 해상운송 및 벙커링 컨소시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컨소시엄 참여사들은 이번 협약을 통해 암모니아 생산·유통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역량을 공유하고, 그린암모니아 시장 선도를 위해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포스코가 해외에서 그린암모니아를 생산하고, 롯데화학정밀이 이를 운송·저장, 연료화 등을 담당한다. 한국조선해양은 암모니아 추전신과 벙커링 선을 개발하고, 해운물류기업인 HMM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운영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당시 정경문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는 "각자 위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보유한 기업과 기관들의 협력으로 그린암모니아를 국내에 원활하게 공급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한국이 세계 그린 에너지 공급망의 아시아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의 수소 사업을 리드하고 있는 롯데케미칼 역시 국내로 들여온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기 위한 연구와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액상 암모니아를 통해 고순도 수소를 추출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는 울산과학대를 지원해 성과를 거둔 바 있으며, 암모니아에서 추출한 수소를 수소충전소로 공급하기 위해 SK가스와 수소사업을 추진하는 합작법인(JV)을 연내 설립하기로 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8일 '암모니아를 기반으로 한 수소 생산공급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주)한화, 한화임펙트, 원익머트리얼즈, 원익홀딩스. 4개사는 보유한 기술과 인프라, 노하우를 통해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비롯해 이를 저장, 공급, 활용하는 방안까지 함께 모색할 계획이다.(한화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지난 10월 8일 '암모니아를 기반으로 한 수소 생산공급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주)한화, 한화임펙트, 원익머트리얼즈, 원익홀딩스. 4개사는 보유한 기술과 인프라, 노하우를 통해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비롯해 이를 저장, 공급, 활용하는 방안까지 함께 모색할 계획이다.(한화 제공)/그린포스트코리아

◇ 암모니아에서 수소 추출하고, 활용 방안 모색하는 한화 

수소 산업에 있어 암모니아를 주목하고 있는 기업은 롯데뿐만이 아니다. 롯데만큼 정밀화학사업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한화 역시 암모니아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0월 8일 한화와 한화임팩트는 원익머트리얼즈, 원익홀딩스와 ‘암모니아를 기반으로 한 수소 생산·공급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화는 암모니아에서 질산을 생성하는 정밀화학사업을 진행해 온 경험이 있으며, 한화임팩트는 미국의 PSM과 네덜란드 토마센에너지를 인수해 천연가스(LNG) 터빈을 수소가스 터빈으로 전환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한 기업이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정용 특수가스 전문업체인 원익머트리얼즈는 고순도 암모니아를 약 20년간 정제, 생산하면서 암모니아 관련 다양한 안전 관리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 진출을 목적으로 2014년부터 암모니아 분해 수소 생산 시스템을 개발하여 핵심 소재인 촉매와 흡착제 기술을 비롯, 시스템 설계에 대한 특허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4개사는 이번 MOU를 통해 우선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이후 대규모 수소 생산·공급 시설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한화임팩트가 수소가스 터빈 기술에 암모니아 개질 수소를 활용하는 등 암모니아를 통한 수소 생산부터 저장, 공급, 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에 힘을 모을 예정이다.

김맹윤 한화 글로벌부문 대표는 “한화는 해외에서 생산되는 클린암모니아를 조달해 이를 분해한 뒤 국내에 청정수소를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원익과 협력을 통해 그린수소의 상용화에 앞장서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우성 원익머트리얼즈 대표이사는 “2014년부터 암모니아 분해 시스템 설계에 대한 특허를 다수 확보하고 핵심 촉매 기술 개발을 해왔다. 대규모 인프라를 보유한 한화와 협력해 수소 시대를 앞당겨 나가겠다”고 밝혔다.

◇ 그린암모니아 밸류체인 기술 개발을 위해 출범한 '그린암모니아 협의체'

암모니아를 통한 수소 산업은 기업간의 협업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정부출연연구기관, 민간기업 등의 민관협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15일 대전 호텔 ICC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암모니아 협의체’(이하 협의체)가 출범했다. 

협의체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탄소중립연구조합, 수소융합얼라이언스, 두산중공업, 두산퓨얼셀, 롯데정밀화학, 롯데케미칼, 삼성엔지니어링, 포스코, 한국해양조선, 한화솔루션, 현대오일뱅크,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현대그로비스 등 18개 기관이 참여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의체는 그린암모니아 생산·수송·추출·활용 기반구축을 위한 협력과 그린암모니아 산업 진흥을 위해 상호 교류하며, 그린암모니아의 생산에서 활용에 이르는 전주기에 대한 기술 기준을 수립하고 표준화 활동에 함께 해 나갈 방침이다.

김종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은 “탄소중립 선도를 위해 에너지연은 그린암모니아 협의체를 공고히 유지하고 역량결집을 위한 중심기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그동안 비료의 원료로 주로 사용되던 암모니아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온 연구기관으로, 최근 액상 암모니아에서 고순도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정윤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본 연구원은 암모니아를 에너지 자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연구를 지속해 왔고, 이러한 연구 과정과 결과물을 통해 연구기관과 기업을 한 곳에 모으는 협의체 구성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정식 출범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이지만 암모니아를 기반으로 하는 추출·합성·저장·운송·인증 및 표준 등 워킹그룹을 구성해 상세한 연구를 통해 암모니아 전주기의 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hdlim@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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