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음료 파는 ‘일회용 없는 카페’ 운영
‘플라스틱 달고나’ 체험하는 껍데기 상점
업사이클링 체험 통해 플라스틱 무서운 점 경험
망원점처럼 쓰레기 줄여줄 대안물품 구매도 가능 

서울역 옥상정원에 위치하고 있는 알맹상점 리스테이션 전경.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서울역 옥상정원에 위치하고 있는 알맹상점 리스테이션 전경.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그린포스트코리아 곽은영 기자] 지난 7월 1일 알맹상점 리(사이클)스테이션이 서울역에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맹상점 망원점에 이은 두 번째 지점이다. 화장품 및 세제 리필을 기본으로 하는 제로 웨이스트샵인 알맹상점 망원점과 달리 서울역점은 리스테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리사이클이 콘셉트다. 

알맹상점 리스테이션에 방문하기 전 알맹상점에서 운영 중인 인스타그램과 방문자들의 블로그 포스팅을 봤다. 친환경 물건을 판매하는 것은 기존 알맹상점과 비슷했지만 일회용품 없는 카페, 플라스틱 병뚜껑 체험 등은 망원점에 없던 것이다. 

매장은 서울역 옥상정원에 있다. 롯데마트 내 엘리베이터를 통해 4층에 도착해 옥상정원으로 나가니 왼편으로 매장이 바로 보였다. 서울역 1번 출구에서 서울역 옥상정원 간판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도 된다. 매장은 네이버상으로는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한다고 되어 있지만 현재 낮 12시에 오픈해 9시 30분에 문을 닫는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리스테이션에 방문했던 날인 지난 21일에는 알맹상점의 공동대표 양래교 대표가 상점 문을 열고 있었다. 양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상점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플라스틱 업사이클링을 체험해봤다. 

◇ 비건 음료 파는 ‘일회용 없는 카페’ 운영

(시계 방향으로) 일회용 없는 카페로 운영되는 공간. 다회용기와 텀블러 세척 등을 위해 매장 내부에 따로 마련된 싱크대와 세척기. 세척한 다회용컵이 수거함에 반납된 모습. 일회용 화장지 대신 비치된 거즈 손수건.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시계 방향으로) 일회용 없는 카페로 운영되는 공간, 일회용 화장지 대신 비치된 거즈 손수건, 다회용컵이 수거함에 반납된 모습, 다회용기와 텀블러 세척 등을 위해 매장 내부에 따로 마련된 세척기와 싱크대.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알맹상점 서울역점은 망원점과 많은 면에서 달랐다. 먼저 망원점과 달리 서울역점에서는 카페를 운영하고 그 비중 역시 컸다. 일반 카페가 아닌 일회용품 없는 카페이자 비건 카페가 콘셉트였다. 

일회용품 없는 카페인 만큼 음료를 제공할 때는 소비자가 갖고 온 텀블러나 매장에 비치된 다회용기만 사용하고 있다. 텀블러 지참 시 1000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회용컵 이용 시에는 컵보증금 2000원을 지불해야 하는데, 음용 후 매장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되돌려준다. 

매장 내부에 싱크대와 세척기가 따로 있어서 남은 음료를 싱크대에 비우고 세척기에 컵을 거꾸로 뒤집어 간단히 세척해 다회용컵 수거대에 반납하면 된다. 이후 따로 모인 다회용기는 전문업체에서 수거해 가 7단계의 살균소독을 거쳐 다시 패킹해 매장에 갖다준다.

알맹상점 서울역점에 없는 것은 일회용컵만이 아니다. 일회용 화장지도 없다. 대신 거즈 손수건이 비치돼 있다. ‘화장지 사용을 줄이면 30년 이상 나무를 살릴 수 있어요’라는 멘트가 적힌 작은 서랍장에 손수건이 몇 장 들어 있었다. 다회용컵이 익숙한 손님들도 손수건에는 많이들 놀라고 감동한다고 했다.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덕분에 카페임에도 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양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서울역점의 경우 리필이나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이 있어서 방문하는 소비자가 70~80%를 차지했던 망원점과 달리, 방문자의 50~60%가 역을 지나는 일반시민들이다. 그 중에는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낯설어하는 경우도 있지만 필요성에 공감하며 단골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양 대표는 “처음에는 단순 카페인줄 알고 왔다가 일회용품이 없다고 하면 되돌아가는 경우도 있고 생소하게 생각하다가도 ‘그런 곳이 필요하다’거나 ‘처음 왔는데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표현하며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한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는 “이후 단골이 되어 텀블러를 갖고 오거나 친구들과 같이 와서 다회용기를 세척하는 모습, 재활용품을 모으고 있는 활동 등을 직접 설명하기도 한다”라며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모습을 보면서 알맹상점이 하나의 대안 모델을 제시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맹상점이 다회용컵을 도입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다회용기도 깨끗하고 안전하게 사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주는 것, 두 번째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도’의 필요성을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세 번째는 영세한 개인사업자가 보증금제도를 적용해 다회용기를 사용했을 때의 수익성과 장단점을 직접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알맹상점 리스테이션에 따르면 다회용컵 비용 자체는 일회용컵과 비슷해서 특별히 더 부담스러운 부분은 없었다. 운영에 있어서도 번거로운 부분은 있을지라도 환경 실천가들이 만든 카페라 그런지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고 소비자 반응 역시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등 긍정적이었다. 

◇ ‘플라스틱 달고나’ 체험하는 껍데기 상점

플라스틱 달고나 체험 공간. 기자가 직접 직원의 설명에 따라 기계를 조작해 플라스틱을 녹이고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고리를 만들어봤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플라스틱 달고나 체험 공간. 기자가 직접 직원의 설명에 따라 기계를 조작해 분쇄된 플라스틱을 녹이고 업사이클링, S자형 고리를 만들어봤다.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알맹상점 서울역점이 망원점과 차별화되는 또 다른 지점은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양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알맹상점 공동대표들이 2호점을 기획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봄부터였다. 망원점 체인점을 곳곳에 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리필 스테이션이나 제로웨이스트샵이 지역 커뮤니티에 맞게끔 형성돼 있었다. 그래서 서울역점을 만들 때는 알맹상점과는 또 다른 모습의 대안을 보여주자는 데 뜻을 모았다. 

애초의 기획은 알맹상점 망원점은 ‘리필스테이션’으로서 알맹이만 판매하는 상점으로, 2호점인 서울역점은 플라스틱 달고나 등 포장재를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는 ‘리사이클 스테이션’으로서 껍데기 상점이 콘셉트였다. 

기존 망원점에서도 소비자가 기부하는 플라스틱 뚜껑을 모아서 플라스틱 방앗간에 전달해 치약짜개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등의 활동은 하고 있지만 시민참여가 없는 점이 아쉬웠다. 폐플라스틱을 모으는 것까지 실천 기반이 잡힌 사람들이 리필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재활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순환시스템에도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오갔다. 

그렇게 서울역점에는 ‘플라스틱 달고나’ 체험존이 탄생했다. 말 그대로 플라스틱을 녹여 성형틀에 붓고 해당 물건을 만들 수 있다. 선택할 수 있는 모양은 자석, 카라비너, 고리 등이다. 플라스틱 병뚜껑을 바로 녹이는 것이 아니라 분쇄 후 기계에 넣어 녹인다.  

순서는 간단하다. 체험 전 간단하게 환경과 관련한 퀴즈를 푼다. 이후 플라스틱 병뚜껑을 수거함에 넣고, 세 가지 틀 중 하나를 선택, 장갑을 착용하고 분쇄된 플라스틱을 기계에 넣는다. 그 다음 자리에 앉아 직원의 설명에 따라서 기계를 조작한 뒤 성형틀을 열어 완성된 달고나를 꺼내 칼 등으로 외면을 살짝 다듬으면 끝난다. 

병뚜껑을 지참하면 비용 할인이 되니 체험을 원한다면 미리 인스타그램 DM을 통해서 예약하고 뚜껑을 챙겨가는 것도 팁이다. 기자의 경우 기부하려고 챙겨간 뚜껑 덕분에 할인가에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플라스틱 달고나 1개 체험 기준, 뚜껑 지참 시 7300원, 비지참 시 9600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플라스틱 달고나를 통해서 알맹상점이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단순한 체험을 넘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플라스틱이 업사이클링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봄으로써 플라스틱 재활용에 파쇄부터 사출까지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해서 새 제품도 아니고, 새 것보다 튼튼하고 세련된 것도 아닌데 너무 비싸다는 의견을 보이곤 한다. 양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제품이 새활용되는 일련의 과정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새활용에 단순히 기계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가치소비와도 연결된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플라스틱의 빠른 사출 속도를 직접 경험함으로써 플라스틱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온도만 맞춰져 녹으면 금방 다른 형태로 만들어진다. 사출 시간이 빠른 것은 플라스틱의 장점이자 무서운 점이다. 

기자가 플라스틱 달고나를 체험하는 데에도 240~270도 사이로 기계를 예열하는 시간 10~15분가량을 제외하면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입에서 “이게 끝이에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 정도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자동화시스템이 아닌데도 단 몇 초만에 사출이 이뤄졌다면 자동화기계가 있는 공장에서는 초당 몇 백개까지 제품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일회용품 단가가 낮은 이유이자 한 번 쓰고 버려져도 ‘가격적으로’ 아깝지 않다고 생각되는 이유였다.

◇ 망원점처럼 쓰레기 줄여줄 대안물품 구매도 가능 

(왼쪽부터) 알맹상점 리스테이션 내부 전경과 리스테이션 매장 외부에 있는 공유 장난감.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왼쪽부터) 알맹상점 리스테이션 내부 전경과 리스테이션 매장 외부에 있는 공유 장난감. (곽은영 기자)/그린포스트코리아

알맹상점 리스테이션은 망원점과 비슷한 점도 많았다. 망원점처럼 자원회수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서 병뚜껑, 커피찌꺼기, 양파망, 종이팩, 멸균팩 등을 가져가면 스탬프를 적립할 수 있다. 쿠폰은 망원점과 구분 없이 이용 가능하고 쿠폰을 모두 채우면 플라스틱 프리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이밖에 설거지바, 천연수세미, 다회용 빨대, 식물성 소재로 만든 종이와 화분, 업사이클링 컵 등 생활 속 쓰레기를 줄여줄 대안물품도 판매하고 있다. 종이가방을 따로 기부 받아 필요한 사람들이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같다. 

기자는 리스테이션에 방문해 고체치약과 나무 수저를 구매하고 집에서 모아서 따로 가져간 멸균팩과 플라스틱 병뚜껑, 말린 커피찌꺼기를 자원회수센터에 기부하고 스탬프를 받았다. 

망원점과 같은 리필 스테이션은 현재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12월부터 오픈 예정이다. 원래는 기존 망원점과 다른 콘셉트로 시작한 것이라 운영하지 않으려 했지만 맞춤형 제조관리사 없는 리필 스테이션 운영이 가능하도록 법안이 완화되면서 알맹상점 서울역점에서 샌드박스를 시행하게 됐다. 

리스테이션에는 매장 외부에는 공유 장난감이 준비돼 있었는데 이 역시 색달랐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손님들이 ‘생활 속 교육 같다’며 높은 만족도를 표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실제로 알맹상점 리스테이션에는 교육 차원에서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병뚜껑을 모아서 자녀와 함께 오는 부모부터 학교 환경동아리에서 오는 문의까지 관심이 뜨겁다. 

양 대표는 “‘공유’라는 말 자체에는 환경과 삶의 모든 진리가 들어있다”며 “깨끗하게 함께 놀고 업사이클링 제품도 직접 만들어볼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의 장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서울역에 위치한 알맹상점 리스테이션은 리필 스테이션인 망원점과는 또 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일회용품 없는 카페나 플라스틱 업사이클링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면 시간을 내 들러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이 가깝다면 다양한 물품을 모아 자원회수센터를 이용하기에도 좋을 듯 하다. 

key@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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